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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11.6.목.올해 어머니의 마지막 가을걷이)...

황승현 | 2014.11.08 11:12 | 조회 3455

1. 아침 산책길...
가을 단풍이 곱다는 갈참나무는 아니고...
넓은 잎과 잎자루가 없는 것으로 봐서...
떨갈나무같습니다...
이 녀석도 단풍이 예쁘군요...

2. 추수끝난 들녁...
휑한 모습입니다...
겨울동안 휴식기를 가지고...
봄을 준비하겠지요...
'마음도 쉬어야 여유가 생긴다'는데 싶고...

3. 꽃같은 열매...
노박덩굴입니다...
여름에는 못보았던...
다들 시들시들 사그라질 때쯤...
제 존재를 의연히 내보이는 녀석...
수북하게 열매가 벌어진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만들기 색감있는 재료로 사용하면 되겠지요...

4. 지난 8월 20일...
무우 씨와 배추모종을 심었는데...
80여일 지난 지금...
무우는 냉해를 입을까봐...
미리 거둬들였고...
배추는 오늘 가을 걷이하시잡니다...
입동(11.7.금)때는 가을걷이 안하는거라고...

5. 여름내내...
가을내내...
시원찮던 천사의나팔꽃...
아침저녁으로 찬기운이 도니...
급했던지...
꽃망울을 토해내고...
밤에 피는 꽃인듯...
지난 저녁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6. 보름전...
4년여만에 거둬들인 둥굴레...
찌고 말리고 하다...
오전에 가마솥에 덖자고 하십니다...
군불은 아랫마당에 떨어지는 수북한 솔잎들...
구수한 냄새가 나기시작하네요...

7. 장갑을 안끼고 덖다가 보니...
오른손이 햇볕에 그을린 것처럼...
누렇게 되었지요...
"이리줘라~ 이렇게 해야지~ 다 타지않느냐~"...
1시간여를 그렇게 덖었지요...
집사람 몸에 좋다기에...
다 싸갈 요량이었는데...
봉지봉지 네봉지를 만드시네요...
동생들과 놔눠먹자시며...

8. 이어서...
배추 거두러 가셨지요...
주말에...
여동생 내외와서...
김장한다고...
지지난주에는 총각김치를 해담궈갔다는군요...
부지런하고 심성고운 내외입니다...

9. 단풍잎사이로...
어머니가 보이시네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런 가을처럼...
풍요롭고 여유로웠으면 합니다...
부모님 내내 건강하시고...

그나저나...
배추, 무우값이 내려가서...
밭을 갈아엎는다는 이야기에...
마음 많이 아파하십니다...
"농사짓는 사람들 맘이 어떻겠냐? 보상비 몇푼 받겠다고, 애써 키운 자식같은 것들을 갈아엎으니~"...

10. 외발수레로...
여섯차례...
실어다 날라서...
어머니 의견데로...
저쪽에는 큰 것들...
이쪽에는 작은 것들을 쌓았지요...
소금절일 때 큰 것부터 절이신다고...
뭐든지 어머니 뜻데로 해드리면 흡족해 하십니다...

11. 주섬주섬 귀한 무우를 챙겨주시네요...
씨앗으로 심은 묵은 무우씨가...
넉넉히 발아를 안하여...
귀한 무우가 되었지요...

12. 수확후 텃밭...
무우는 버릴 것이 없는데...
배추는 겉을 모두 떼어내시더군요...
"밭에서 떼어놓고 와야지, 소금 절굴 때, 떼어내면 번거롭고 더 힘들단다."...
그리고 아낌없이 떼어내십니다...
저는 많이 아까웠지요...

13. 오후...
여유롭게...
책을 보고있는데...
아버님께서...
숙제를 내주십니다...
가로 10cm, 세로 70cm...
어디 신주를 새로 모시는 당상관 부인이 계시는지...

14. 입동날 산책길...
입동값합니다...
제법 쌀쌀하네요...
겨울옷에, 마스크까지 하고 나섭니다...

15. 민들레 홀씨...
아직 비상을 못했군요...
이슬이 엉겨붙어 얼었는데...
갈길이 더 멀군요...

16. 이제...
겨울입니다...

17. 현관에 들여놓은...
도지쌀...
"안먹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구나~"...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지요...




들녁에 추수 끝나 휑하고...
텃밭에 김장할 배추 무우만이 덩그러니 있습니다...

불같던 짧은 가을이 가고...
따뜻함이 그리운 겨울이 왔네요...

모처럼...
어머니와 함께...
보름전 수확한 둥굴레...
지난번 찌고 말리고 한 그 둥굴레...
오전에 가마솥에 덖기로 했지요...

"별거 다 해본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냐?"...
"인터넷 찾아봤어요. 그렇게 하시는 것 맞아요."...
처음 해보신다는 어머니인데...
불지피는 것부터 남다르십니다...
제가 아궁이 불, 부지깽이로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니,,,
"군불은 이렇게 아궁이에 많이 넣어서 서서히 지근히 타게 해야된단다."...
솔잎이 아침 이슬, 서리에 촉촉하니 말려가며 때야한다는 것이지요...

어머니의 삶의 지혜...
어머니의 사람 이해와 배려...
어찌 다 헤아리고 배울런지요...

둥굴레 덖는 것이 끝나고...
이어서...
배추 뽑으러 가시잡니다...
주말에 동생내외 내려와서 김장한다고...
입동인 내일은 가을걷이 안하는 것이랍니다...

2시간여를...
외발수레로...
어머니가 잘라, 다듬어놓은 배추를 날랐지요...

배추 겉껍데기를 많이도 떼어내시네요...
아깝다말고 소금 절이기전에 밭에서 이렇게 떼어내시는 것이랍니다...
하시며...
배추, 무우농사짓는 사람들 걱정을 많이 하시는군요...
값이 내려가서 보상비 몇푼 받자고 갈아없는다고...

세상걱정 많이 하고 사십니다...
"죽어야 할 늙은이들은 안죽고 한창 꽃피울 한창 얘들이 죽었으니, 그 부모 맘이 어떻겠냐?"...
"........."...
"세상이 어찌된 일이냐? 몹쓸 것들, 지 하나 잘 살자고 짐승같은 짓을 한다냐?"...
"........."...
"사람탈을 썼다고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망할 것들~"...
"........."...
"욕심내지 말고, 조금 먹고 조금 싸라~"...

오전 일 마치고...
윗마당으로 올라가시는 어머니를 따라가는데...
뒷모습이...
예전과 사뭇달라 보이시네요...
관절 때문이신지...
무릎관절부분이 안쪽으로 더 휘어져 보이고, 위태위태하게 걸으시며...
왼쪽팔은 힘을 못쓰시는지, 축 늘어져 보이시고...
왜 그리 초췌해 보이시던지요...
노인분들에게...
추운 계절은 인고하기 힘든 계절인 듯싶습니다...

엊저녁 식사할 때 뵈오니...
왼쪽 손등이 다치셨던데...
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버님과 소원하신 것도 그렇고...

뭔일까요?...
자식들일로...
아버님과 다투셨거나...
아니면...
다리가 안좋으시니...
지난번 처럼 낙상하신 것인지도...

지금 집에 내려와 생각하니...
참으로 무심한 저였습니다...
오늘 집에 내려온다는 여동생에게...
알려줘야겠군요...
여동생과 함께 그 설움 털어버리시라고...

죽는 날까지...
자식걱정...
끝이 없는 것이 부모님 마음, 어머니 마음이다 싶습니다...

저녁때면...
커다란 서늘한 거실에서...
담요덮고 소파에 누워서...
혼자서 연속극을 보시던 어머니...
아버님은 아버님대로 아버님 방에서...
나는 나대로...
참으로 재미없는 사람들이지요...

다음에 가면...
함께 연속극도 보며...
말씀도 많이 들어드리고...
장에도 모시고 가서...
어머니 좋아하시는 소머리 국밥도 사드리며...
살갑게 해드려야겠습니다...

그렇군요...
아버님 물러나신 식탁에서...
저녁드시며...
둥굴레 덖으시며...
배추 뽑으시며...
이야기를 많이 하신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을 끝에 겨울오니...
상념이 더 깊어지셨는가 봅니다...
몸은 예전같지 않고...
여기저기 아프고...
꽃다운 얼굴은 어디가고...
쭈글쭈글한 얼굴뿐...
누구하고 하소연하며 얘기하고 싶은데...
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점심때...
삼겹살 구워먹고 내려가라는 것을...
뿌리치고 온 것이...
또 마음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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