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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7.2.수.복숭아나무아래서)...

황승현 | 2014.07.02 20:22 | 조회 3219
1. 아침나절...
집옆 넓은 콩밭에서 더운데 애쓰는 부부 안쓰러워...
과일과 음료를 내오셔서...
복숭아나무 그늘아래에서...
들게 하시며...
이것저것 참견하시는 어머니...
명품 소나무 가지치기하시던 아버님도...
말동무 생겨서 한참을 이야기하십니다...
말씀들 소리에 방에서 집중해서 무엇을 할 수 없네요...
그래서 구수한 이야기 들으며 창밖으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2. 무더운 한낮이 지나고...
더위가 가신 저녁나절...
텃밭 오이, 토마토, 호박에 물을 길어다 주고...
잔디밭에 물주시는 아버님을 거들어 들였지요...
흠뻑 물주고...
씻고 들어와 누워 책을 보는데...
청개구리소리와 함께...
비돗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니 비가 오나봐요"...
"비온다는 기상예보도 안봤다냐?"...
시원한 소낙비가 내립니다...
주룩주룩...
다음날 새벽, 촉촉한 비온 마당을 내려다보며...

3. 이른아침...
가뭄에 타들어가던 텃밭 곡식들...
챙겨보신다고 애쓰시는 어머니...
봄에는 냉해로...
한창 곡식이 커야할 때에...
가뭄으로 오이는 타들어가고, 토마토는 열매가 병들어가고...
호박은 달린 것도 떨어지고...
어머니 푸념이 여간아닙니다...

4. 어머니 텃밭을 뒤로하고...
산책을 나섭니다...
숲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새소리와 어울려 들려오네요...

5. 산자락 들녁...
물안개가 서서히 물러가고...
촉촉함이 가득합니다...

6. 쑥대와 함께 웃자란 익모초...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7. 촉촉한 비에...
메꽃도 생기있게 피어나는군요...

8. 어제 피었던 능소화 꽃은...
지난밤 소낙비에...
후드둑 떨어졌습니다...
'꽃에게 비는 형벌이지요'...

9. 어제 아버님께서 죽은 가지 가지치기한 명품 소나무...
"이발한 것같네"하시던 어머니...
말끔해졌습니다...




아침나절...
일상으로 돌아와...
붓글씨도 쓰고 좋아하는 책 또 읽고...
모처럼 여유를 즐기는데...
창밖에서 '딱~딱~'소리가 들립니다...
기와지붕 모퉁이 새집이 있어 번거로웠기에...
새가 그러나했는데...
같은 소리가 자꾸 들리네요...
창밖을 내다보니...
아버님께서 명품 소나무 잔가지를 잘라내고 계십니다...
'노인양반 자식 편하게 있는 꼴을 못보시지 못보셔~'...
작년에도 소나무 가지 잘라냈다고 어머니와 크게 다투셨던 기억이 있는데...
"어머니! 아버지 소나무 잘라내고 있네요"...
"뭐라고? 내가 미쳐요 미쳐~"...

"생가지가 아니고 죽은 가지 잘라내고 있으시네요"...
"여보! 더운데 무슨 가지를 잘라내~?"...
"죽은 가지 걷어내는거야~ 덥기는 뭐가 더워~?"...
"냅둬라 노인네 그거라도 해야지. 성격이 그런걸~"...

'나가서 거들어 드릴까?, 그냥 하던 일 계속할까?'...
잠깐 고민하는데...
아버님께서 누구와 이야기하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집옆 넓은 콩밭 주인 내외가 서울서 내려와서 더운데 농약을 주고 있네요...
"어머니~ 콩밭 주인 내외 내려왔네요"...
"그래~?"...

주방에서 무엇을 주섬주섬 챙기시더니...
"이것좀 갔다줘라, 더운데 고생하는데"...
수박을 썰어주십니다...
건네드리고 들어오는데...
어머니께서 음료수를 들고 나서시네요...

그리고 콩밭옆 복숭아나무 그늘아래...
네분이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십니다...
집중해서 무엇을 할 수가 없군요...
그래서...
창밖을 내다보고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한참만에 들어오신 어머니...
"먼저번에는 밭을 세주어 인삼을 제배했지안니? 저밭에...,
내가 중계해서 복채를 받아썼는데, 저 사람 아버지한테~"...
이야기하시며 웃으시네요...
"더운날 서울서 내려와 고생하니 음료라도 내주면 좋지안냐?"...
"........."...
"저밭이 산하고 해서 6천여평 될거다. 몇 억은 되겠지. 서울서 가게를 한다나"
"........."...
"요즘 대형 마트때문에 장사안된단다. 그래서 내려올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산자락에 두분만 사시니...
늘 사람이 그리우신 모양입니다...



늦은 저녁...
후덥지근하여...
창문을 열어놓고 편하게 누워 책을 보고있는데...
창밖에서 청개구리 소리와 비돗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른 일어나...
거실로 나가며...
TV를 보고계시는 어머니를 향하여...
"어머니 비가 오나봐요"...
"일기예보도 안봤다냐? 애써 물주고 나니 비가 오고"...
"........."...
"비설걷이는 하고 들어왔냐?"...

그래서 잠옷바람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급하게 아랫마당으로 내려갔지요...
평상대 카바를 다시 단속하고...
이것저것 거둬들여 안으로 들여놓고...
비를 털며 현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가 보기도 좋고 듣기도 좋네요...

그렇게 15분정도 소낙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오려고 후덥지근했던 거였다싶더군요...



다음날...
식전 이른아침...
산책을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현관에서 장화를 신고계십니다...
'어디가셔요?"...
"비가 왔으니 텃밭에 비료라도 줘야겠다. 냉해에 더위에 크지도 못하고 해서..."...

비온뒤 밤새 이상이없나싶어 집뒷곁을 돌아 아랫마당까지 둘러보았지요...
오늘도 아버님 일어나시는 시간이 늦습니다...
그놈의 월드-컵인가 뭔가 때문에...
매번 새벽잠을 설치시네요...

산책을 나서며 텃밭을 지나가는데...
"이것좀 갔다놓고 와라. 그리고 전기밥솥 코드 꼽고 스위치 눌러놔라"...
커다란 가지를 대여섯개 넘겨주십니다...

또 지나치는데...
"봄에는 냉해로, 한참 곡식 커야할 때는 가뭄으로... 크지도 못하고 타들어가고,
달린것은 썩어서 떨어지니, 텃밭일구는 재미가 없구나. 이것봐라"...
다큰 토마토를 따내시며 하시는 말씀이네요...

오늘 산책길은...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나무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후드둑'...
새소리와 어울려 들이네요...

물안개도 저만치 물러나고...
촉촉한 들녁을 돌아오며...
상큼함을 안고 옵니다...


P.S.

넓은 콩밭에...
허수아비가 두개...
엊저녁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웃습니다...
"그사람들, 자기입고왔던 것을 저렇게 걸쳐놓고 갔구나, 나도 뭔가하고 한참보다가 얼마나 웃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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