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WALDEN' 중에서...

황승현 | 2014.04.25 00:08 | 조회 2817



6월이 되자 천성이 수줍은 새인 들꿩 한 마리가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집뒤의 숲에서 나와 창문 앞을 지나
집 앞쪽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암탉처럼 꾸꾸 소리로 새끼를 부르면서 앞장서 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숲 속의 암탉이었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어미의 신호를 받은 들꿩 새끼들은 마치 회오리바람에 불린 듯 순식간에 흩어지는데,
그 모습이 마른 잎사귀나 나뭇가지와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에 길 가는 사람은 그 새끼들 한가운데 발을 딛고
서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자기 근처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 어미새는 갑자기 날아오르면서 요란한 날갯소리를 내거나 불안에 가득 찬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는 날개를 땅에 질질 끄는 모습을 보여 그 사람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어미 들꿩은 어떤 때는 털을 풀어해친 모습으로 길 가는 사람 앞에서 뱅뱅 돌거나 몸을 구르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짐승인지 일순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새끼들은 나뭇잎 밑에 고개를 처박고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으면서 멀리에 있는 어미로부터
지시만을 기다리며,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나거나 자신의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 그 사람은 새끼 한 마리를 밟거나 1분 이상 그 새끼들을 바라보면서도 알아보지 못한다...

언젠가 한번 나는 들꿩 새끼들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적이 있었는데, 어미와 본능에 충실한 새끼들은
두려워하거나 떠는 일없이 가만히 쪼그리고 있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본능은 너무나도 철저하여 한번은 내가 새끼들을 집었다가 다시 나뭇잎 위에 내려놓을 때 잘못해서 한 마리가
옆으로 눕혀졌는데, 10분 후에 다시 보니 이놈을 포함한 모든 새끼들이 내가 놓은 자세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들꿩 새끼는 다른 새들의 새끼와는 달리 털이 제대로 나 있으며, 병아리보다 빨리 어른이 된다...
새끼들의 맑은 눈동자에 담긴 어른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표정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아는 영특함이 그 눈에 비쳐 있다...
그 눈은 유아기의 순수성뿐만 아니라 경험에 의하여 맑아진 지혜를 담은 듯하다...
그런 눈은 들꿩이 태어났을 때 생겨난 것이 아니고, 그 눈에 비친 하늘과 동시에 태어난 것이다...
그와 같은 보석은 숲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처럼 맑은 샘을 나그네가 들여다볼 기회는 흔치 않다...

무지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사냥꾼이 이런 시기의 어미 들꿩을 총을 쏘아 죽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은 떠돌아다니는 짐승이나 새의 먹이가 되거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썩은 잎사귀들과 결국에는 섞여버리게 된다...
암탉에 의해 부화된 들꿩 새끼들은 무엇에 놀라 흩어지는 경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자기들을 부르는 어미새의 소리를 영원히 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들꿩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암탉과 병아들인 것이다...


출처 :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WALDEN'중 '이웃의 동물들'중에서...



http://blog.daum.net/hwangsh61/1236
http://www.sup.or.kr/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850개(18/93페이지)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2024년도 취약계층 산림복지일자리 아카데미 참가자 모집 공고 사진 첨부파일 한국숲해설가협회 496 2024.04.16 10:49
공지 모바일 홈페이지 PC모드 작동법 한국숲해설가협회 78860 2020.08.14 15:59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 안내 [4+1]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1032 2012.09.04 10:37
공지 협회 강의장 움터 대여 안내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3544 2012.05.11 17:39
1506 [일반] 회원게시판 접근권한은? [3] 김병철 3341 2015.03.05 21:13
1505 [일반] 숲해설가로 활동중이신 멘토를 찾습니다. 이장근 3484 2015.03.03 10:53
1504 [일반] [모집 공고] 산림교육전문가(유아숲지도사, 국가자격증) 양성과정 2기 이순애 4165 2015.02.26 12:25
1503 [일반] 유럽자연교육을 체험하다! ※2015 유럽 생태교육 연수※ 개최 첨부파일 정아름 4194 2015.02.16 13:31
1502 [일반] 아이들과 함께 하실 숲 선생님을 기다립니다 비밀글 최선옥 3 2015.02.05 04:12
1501 [일반] [분당환경시민의모임] 교육코디네이터 모집공고 첨부파일 분당환경시민의모임 3877 2015.02.03 15:34
1500 [일반] 2월 생태일지(2013, 2014년.설경과 씨앗의 여정)... 황승현 3585 2015.01.28 18:32
1499 [일반] 2월 생태일지(2011, 2012년.산행과 복수초)... 황승현 4530 2015.01.28 18:23
1498 [일반] 전원일기(1.24.토.장호원 장날 구경)... 황승현 4836 2015.01.25 11:07
1497 [일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디세이아'... 황승현 5279 2015.01.24 09:38
1496 [일반] 안녕하세요,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유아숲체험장 자원봉사 모집합니다. 김민숙 4327 2015.01.23 14:15
1495 [일반] 5분 숲해설⑫(나무의 한 해는 위대했다)... 황승현 4004 2015.01.19 19:03
1494 [일반] 다산의 제비 김수현 3374 2015.01.15 20:27
1493 [일반] 1월 생태일지... 황승현 3367 2015.01.14 12:16
1492 [일반] 전원일기(1.12.월.연밥과 호박)... 황승현 4239 2015.01.13 10:22
1491 [일반] 생존 최고의 의문부호 미영 3141 2015.01.09 23:45
1490 [일반] 부천무릉도원수목원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 (사)한국숲해설가협회 4004 2015.01.07 18:41
1489 [일반] 2015년 숲해설가 모집공고(부여국유림관리소) 첨부파일 노수혁 3708 2015.01.07 11:40
1488 [일반] 식물이름 궁금할 때, 휴대폰으로 즉시 해결하는 방법 첨부파일 [4] 박종봉 3893 2014.12.28 23:27
1487 [일반] 전원일기(12.14.일.화롯불과 고등어)... 황승현 3494 2014.12.22 15:36

  • 본 사이트는 이메일주소를 무단수집하는 행위를 거부합니다. [법률 제 8486호]

    주소 : 06753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 158(양재동 유창빌딩 4층)

    대표전화 : 02-747-6518 팩스 : 02-747-6519 이메일 : foresto123@hanmail.net

    Copyrights © 2020 www.foresto.org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