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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끝에 단비가 내리기까지...

황승현 | 2014.04.27 15:19 | 조회 2821

1. 봄가뭄에 잔디에 물을 주고 계시는 아버님...
잔디밭에 풀을 뽑으신다고...
잔디밭 관리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시지요...
잔디밭 관리 쉽지가 않습니다...

2. 초록은 점점 짖어가고...
촉촉한 단비에 더욱 싱기럽군요...

3. 모퉁이길...
보일 듯, 말 듯...
우리의 미래처럼...
우리의 미래에도 단비가 내렸으면...

4. 화사한 꽃들이 마지막 꽃잔치를 벌입니다...
비온뒤 곡식들도 번창하겠지요...

5. 여성상위시대...
소나무 새순처럼...
송화가루의 미덕처럼...

6. 나란히...
나란히...
쌍쌍이 귀엽게 매달린 왕둥굴레 꽃봉우리들...

7. 집초입에 5년전 심으셨던 느티나무 6그루...
이제 제법 나무의 기품을 가춰가고...
그늘을 드리웁니다...
밀레니엄 트리답게...

8. 화사함의 대명사...
영산홍...
어머니의 가꿈의 덕분이지요...
양지바른 곳에 심어지고...
다듬어주고...
말걸어주고...
퇴비뿌려주고...

9. 단비가 내려앉은 잎사귀...
물방울의 영롱함이 보기에 좋네요...
여전히 꽃모양이 여성스러움입니다...




서울 손녀들 자취한다고 새로 이사한 곳...
텃밭농사 얼처 마무리 하시고 늦게나마 상경하신 어머니...
"비오기전에 취나물밭 웃대나온 취나물 따다가 냉장고에 넣어둬라. 더 쉐기전에~"...

손녀들 주실거라고 밑반찬에 이른 아침 무거운 찰밥까지 해서 바리바리 챙겨...
양손에 들고 올라가셨습니다...
버스 서너번씩 갈아타시고...
어머니 지시대로 더 더워지기전에 텃밭으로 올라가, 취나물 웃나온 것을 따다보니 제법되는군요...
초여름같은 날씨, 날은 가물고, 신경쓰이는 벌레들이 얼굴에 어른거려 쉽지않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작업하였지요...

점식을 먹고는 더위에 나른하게 책을 보는데...
"큰 애야~ 이따가 여주로 아울렛 구경가자~"...
오후 3시경 아버님께서 운전을 하시고 저는 초행길인 여주 점동면으로 갔습니다...
율면에서 장호원을 경유하여 가는 길...
"이 논자락이 할아버지가 농사지으시던 논인데, 내 죽기전에 전답들 다시 사들였으면 하는데..."...
자식들 공부시키고 살림내주신다고 전답들 팔아야했던 할아버지의 심경을 말씀하시네요...
청미천 뚝길을 가리키시며...
"옛날에는 장마철에 저뚝이 수시로 무너져 농사를 망치곤 했지, 저 농토들 이제 대부분 외지사람 것이란다.
농민들만 뼈빠지게 일해봐야 남좋은 일 하는거지..."...

아울렛...
저도 익숙치 못한 곳인데...
처음 가시는 아버님께서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누구에게 들으셨는지 가격이 저렴하다고 알고 계시네요...
사실인지 모르지만...
종친회일로 서울가실 일이 많으시니, 맨날 똑같은 옷을 입고 가시기 그래서...
준 정장을 사러 오신 것입니다...
"그래도 네가 젊으니 골라봐라"...
웃도리를 고르고, 바지를 고르고, 와이셔츠를 고르고...
아버님 체격 싸이즈를 고려하고, 색상을 고려하고...
쉽지가 않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아버님께서 보다 젊게 보이는, 그러면서 품위가 있는 것을 원하시는 듯...
그렇게 아버님의 취향을 알아가며 즐거운 쇼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상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모두 되돌려놓고 쓴 웃음을 지으며 나왔지요...
"구경한번 잘했다"...

이른 저녁으로 뼈다귀 해장국을 함께 드시며...
반주로 소주를 한잔했습니다...
"이집이 수길이 살아서 함께 자주오던 곳이다. 그리고 보니 오늘이 처음이구나. 벌써 2년됐네. 무심한 사람"...
촌수로는 아버님 조카뻘이지만 연배가 비슷하셔서 10여년전 고향에 낙향하셨을 때,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분이라고...
그런데 풍이와서 아버님께서 본의아니게 가까이 못하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음독자살을 하셨다는 후문...
그래서 더욱 가슴아파하셨었지요...
그렇게 두런두런 지난 이야기하시며 식사를 하십니다...
"주인장~ 이 뼈다귀 싸주시게~ 우리 강아지 갔다줘야겠네"...
덤으로 커다란 봉투를 받아 되돌아오는 길...
"이 동네가 신추리인데, 내 국민학교 친구가 이곳에 산다. 몇해전 서울갔다오는 길,
잔뜩 술이 취해오다 이친구집에 들렸지.
친구가 생각나서. 술좀 내오라니 내가 술이 많이 된듯하다고 없다고 하는거야~ 그녀석 이제 빌빌하고 있단다.
하나 둘, 앞서들 가네. 앞서가"...
"........."...

저녁을 먹고와서는 소화도 시킬 겸, 너무 가문 듯하여...
조루와 물통에 물을 담아 외발수레에 싣고 올라가...
토마토 모종, 고추 모종, 가지 모종에 물을 흠뻑주고 내려왔네요...

아버님은 기다란 호스로 아랫마당 텃밭 상추며 얼가리 배추에 물을 주시고...
정성드려 가꾸시는 잔디에 물을 주고 계십니다...
아버님을 도우려고 조루를 이용해 지난번 이식한 잔디에 물을 주었지요...
얼마나 가물었는지, 한참을 주어도 물준 티가 나지 않습니다...
좋은 세상이라, 물걱정 안하고 사는 세상이니...
곡식들 가무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사는군요...

내일 비온다는 소식도 있지만...
원체 가물어서 마중물 주듯이 텃밭이며 잔디밭에 흠뻑 물을 주다보니...
날이 어둑어둑합니다...
구름도 몰려오는 듯하여 비설걷이 삼아 비올 대비를 하고 현관으로 드러서려니...
물가둔 논에서 개구리들 소리가 구성지게 저녁밤을 수놓고 있군요...
듣기 좋습니다...
평온한 저녁이네요...

다음날...
가뭄끝에 촉촉한 봄비가 내립니다...
타들어 가는 곡식들에게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하늘에 감사할 뿐입니다...
아침을 먹고 빗길 산책이 또다른 풍광이군요...
새들도 곤충들도 움직이 없습니다...
쉴 때는 쉬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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