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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얘야~ 닭 잡자~”...

황승현 | 2014.03.11 22:23 | 조회 3057

1. '월하미인'...
달빛아래 아름다운 여인을 연상시키는 춘란...
가을부터 겨우내 키워 온 꽃대가 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개화를 한 것이지요...

2. 서울 출타중이신 어머니...
그래서 아버님과 장호원 인근의 메밀 막국수집에서 점심식사를하였습니다...
수육에 소주를 곁들여...
'천서리 손가네 메밀 막국수'...

3. 식사후...
지하수를 쓰다가...
최근에 상수도 공사를 했는데...
이음새 부분에 물이 새어 검은 고무밴드로 묶는 작업을 했지요...

4. 아버님 지시와 보조를 받아서...
모처럼 화목하게...

5. 아랫마당 소나무아래...
청설모가 먹어치운 가을에 숨겨두었던 밤...
찾지 못했으면 세월지나 싹이 나겠지요...
도토리가 새싹이 돋는데 일등공신이 다람쥐라고 하지요...
다람쥐의 건망증 때문에...

6. 서울서 내려오시며...
"큰얘야~ 냉동실에 넣어둔 네가 사온 고등어 꺼내놓아라!"...
'오늘 저녁에는 고등어를 먹을 수 있겠지요'...

7. 커다란 수탉을 잡기위해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자 장작을 패고 계시는 아버님...
노인양반같지 않습니다...

8. 커다란 수탉이 없으니...
알 잘 낳은 암닭을 쪼아서 횟대에 몰아넣고...
중닭인 수탉 3마리가 저희들끼리만 모이를 먹습니다...
'호랑이 없으면 토끼가 선생이라'고...
"그래 네 녀석들도 차례로 잡아야겠구나"...




어머니께서 서울집 하수도 공사 잔금지급을 위해 상경하셔서...
점심때 아버님과 장호원으로 메밀 막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수육을 먼저 시켜서 소주를 곁들여 아버님과 한잔했지요...
“종친회 일에, 납골묘 민원으로 지난 겨울 6키로 빠졌다. 한잔해라!”...
“고생하셨네요.”...
“둘째 등록금은 해결했고?”
“예~”...
“일자리는? 이사라는 직함, 봉사하라는 것이고, 돈쓰라는 자리다.”...
“.........”...
아버님은 비빔메밀국수, 저는 물메밀국수를 먹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맛있게 드시니, 뵙기 좋았지요...
부드러운 말씀에 마음 편하고...

따뜻한 봄볓 맞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엊그제 상수도 공사를 하셨는데, 지하수 펌프연결 부위가 물이 센다고, 검은 고무밴드로 묶어서 고정한다고 좁은 홀안에서 욕좀봤습니다...
아버님의 지시와 보조를 받으며...

집뒷 등성이쪽에 소나무를 베어낸 듯하여 여쭤보니...
그쪽으로 안내하시며...
“이 밭하고 저 산자락이 경주 최씨네 것인데, 이 묘소 주인 장손자가 낙향하여 대추나무 심고 전원주택 지을 거라고 벌목한거다. 잘 됐지뭐냐? 겨우내 고라니 은신처로 꽤나 시끄러웠는데...”...
그러나 서운한 어투로 봐서 못마땅하신 듯합니다...
그 옛날 머슴살이 했던 사람인데, 가뭄들어 그 당시 야산을 품삭으로 받은 것이 이 6천여 평이라는군요...
그나저나 생나무들이 날카로운 기계톱날에 넘어져있는 모습이 처참합니다...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렇게 작은 숲이 또 없어집니다...

“큰 얘야~ 닭 잡자~”...
장에서 몇 달전 사온 중닭 여섯 마리...
모두 암탉인 줄 알았는데, 크면서 보니 한 마리는 고양이가 물어가서 모르겠고, 세 마리가 수탉입니다...
아버님께서 엊그제까지 암탉이라고 우기셨는데, 커가는 폼세가 수탉이 영락없더라는군요...
그래서 어머니께 한소리 들으셨지요...

어머니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나 이천에서 버스탔다. 1시간후에 반월성으로 나와라.”...
어머니와 통화내용을 아버님께 전달했지요...
“4시 반경에 도착하신답니다.”...
“그래 닭 잡아야지.”...
그리고 가마솥에 물을 부으라고 하시고...
장작을 패서 군불을 지피십니다...
어머니를 뫼시고 오는데...
“아버지 뭐하시냐?“...
무슨 일 저지르지 않으셨냐는 어투십니다...
“닭 잡으시려고 물 끓이고 계셔요”...
“뭐라고 뭔 닭을 잡아?”...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다 보니 집에 도착했지요...
아랫마당에 시선도 주지 않으시고 집으로 올라가십니다...

물이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니...
“닭 잡자~”...
먼저 있었던 커다란 수탉, 시도때도 없이 조금 작은 수탉들 3마리를 쪼으며 들들볶으니 털도 빠지고 시끄럽기도 해서 큰 수탉을 잡기로 한 것이지요...

닭들이 긴장하네요...
닭장문을 열고 커다란 막대기를 드리밀고 수탉을 구석으로 몰다, 냅다 내리쳤는데, ‘아이쿠’ 알 잘 낳는 암탉이 막대기에 맞아서 기절했습니다...
노인양반 속상하신 마음에 또 막대기를 휘두르시는데, 이번엔 제대로 수탉이 걸려들어 졸도했네요...
순간의 아비귀환(?)이 끝나고 커다란 수탉을 잡아내시어 제게 건네주십니다...
이놈의 수탉 아직 기운이 뻗쳐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발버둥을 치다가 목을 잡은 제 팔목부위에 상처를 내었지요...
꽤나 아팠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몸부림치던 녀석을 생각하면 참아야했습니다...
그 옛날 할아버지께서 닭잡는 모습을 뵌 적이 있었지요...
신기한 모습인양...

오늘 아버지의 닭잡는 모습을 뵈는데...
제 눈에도 많이 어설퍼 보이십니다...
이제 잔인하지만 닭 숨통을 끊고, 가마솥 뜨거운 물을 통에 퍼담아 닭을 넣고 털을 붉켜서 닭털을 뽑습니다.
닭집에서는 닭털을 붉켜서 탈수기에 넣어 돌린다네요...
쉽게 털이 제거된답니다(?)...
쉽지 않습니다...
살아있던 닭을 생각하니 더욱 그렇네요...

닭장옆의 미남이(개이름)는 체념하고 엎드려 이쪽을 처다보고 있습니다...
전화를 받으시던 아버님...
“손님이 온다는구나”...
손을 씻고 일어나셔서 집안으로 들어가십니다...
선산 묘자리에 석물을 할 것이라고 아버님께 족보관련 문의를 온것이지요...
저혼자 닭털이 잘 뽑이지 않는 커다란 수탉을 잡고 씨름을 했습니다...
야속하군요...
이렇게 처음으로 닭을 잡아보았습니다...
통닭집에서 통닭시켜 먹는 쉬운 세상이라 이런 체험 처음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근 1시간여를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뜨거운 물에 담갔다를 반복하며 털을 뽑았습니다...
모처럼 회복한 아버님과의 좋은 관계개선을 위해서...

현관문 여는 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쳐다보았지요...
역시 저의 구세주 어머니께서 내려오십니다...
“내가 못산다, 못살아~”...
“.........”...
수돗가에 낮은 의자를 가져다 앉으시며...
“닭은 뭐하러 사와서 이렇게 사람 피곤하게 하는지, 원!”...
벌거숭이가 된 노르스름한 닭의 배를 갈라서 내장을 발라내고, 비개를 도려냅니다...
어머니의 칼놀림을 위해 다리를 잡아서 도와드렸지요...
닭에 온기에 있습니다...
“할머니가 그러던데, 이 벌건 것이 먹으면 안된다는 무슨 ‘석’이라고 하셨는데?”...
뼈사이에 붙어있는 것을 발라내시는군요...

털과 내장을 모아서 배나무 주위에 구덩이를 파고 묻었습니다...
고양이 손 안타게...
그리고 수돗가 뒷처리를 하였지요...
가마솥 물도 비워서 여기저기 깨끗이 씻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닭모이와 개사료을 주었는데...
참으로 요지경입니다...
‘호랑이 없으면 토끼가 선생한다‘고...
중닭 3마리(수탉)이 2마리 암탉을 쪼으며 모이통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마구 구박하는군요...
저희들만 먹으며, 그간의 설움을 되갚듯이...
“.........”
말을 잊었습니다...
‘그래 저놈의 수탉들도 잡으면 되지, 뭐!’...

저녁식사후 닭을 삶으시며 푸념도 하셨지만...
“닭은 맛있겠다”...
“겨우내 잘 먹였잖소.”...
아버님 말씀에는 대꾸도 않으시고...
서울 올라갔다온 말씀을 하십니다...
“물이 또 센다고 한다. 못산다. 못살아.”
피곤하신 가운데, 여기저기 전화하시며 또 서울 올라가야된다고, 속상해하시다, 일찍 방으로 들어가시네요...
내려오실 때 말씀안하시고, 속으로 삭히시다 이제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 연세에 또 서울 공사업자, 세입자와 실랑이를 하셔야 할 듯하네요...
우리집 남자들은 속편한데, 어머니는 언제나 노심초사십니다...
제가 뫼시고 올라가야 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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