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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심심할까 봐...

황승현 | 2014.03.26 05:23 | 조회 2605

1. 어제는...
겨우내 과일나무 주위에 모아둔 개똥과 검부지기를 텃밭으로 퍼날라...
검부지기는 태우고 개똥은 지난번 닭똥 묻어둔 곳에 섞어서 묻었지요...
거름 독하다고 삭혀서 뿌려야 된답니다...
저 앞에 작은 통은 음식물 쓰레기 통...

2. 아버님 친구분 아들 '상돈'이...
저와 동갑인 친구인데 몇년째 이장일를 보고 있습니다...
부모님 칭찬이 대단하시지요...
동네 이장도 잘 보고, 뚝심있게 일도 잘하고...
어른들 공양 잘한다고...

그 상돈이가 자기밭 갈러와서...
우리 텃밭도 갈아줬다고...
그래서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고랑내어 비닐씌우고 감자를 심으셨답니다...
무척 힘드셨다고 몇번을 말씀하시네요...
제가 와서 한다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왼쪽 세고랑은 감자를 심으셨고, 오른쪽 두고랑은 오이와 토마토 모종을 심으신다는군요...

3. 뒷 산마루 벌목한 곳에서 발견한 그 갈참나무 도토리 씨앗...
지난번 보다 떡잎이 더 부풀어 올랐군요...
땅으로 뿌리내린 작은 줄기가 나무티가 납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이었겠지요...
사람손 타지말고 잘 자라야 될텐데...

4. 화창한 봄날 오후...
아버님은 아랫마당에서 잔디밭 잡초를 뽑으시고...

5. 어머니께서는...
저와 함께 베란다며 유리창 물청소를 했지요...
"너 심심할까 봐 하는거다."...

6. 매실나무에 약을 치고 계시네요...
요즘은 약을 안치면 과일을 제대로 건사를 못하는 세상입니다...
꽃피는 이시기가 중요한 시기라고...

7. 뒷동산 무덤가에 할미꽃...
지난번에 못본 녀석인데...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련한 모습이지요...
뽀송뽀송한 솜털은 보온효과보다는 습기를 잡아주는 효과가 더 크다지요...

8. 어머니의 작업용 의자...
밭일할 때...
수돗가에서 이것저것 다듬으실 때...
효자노릇하는 의자입니다...
관절이 좋지않으셔서 이녀석에게 많이 의지하시지요...
깨지고 빛바래고 했지만...
녀석의 공덕이 저보다 났다고 생각됩니다...

9. 왼쪽 커다란 독...
오전에 그녀석 세는 곳을 때웠지요...
오후 장에서 사오신 열무를 씻고 계십니다...
"사진 찍지 말아라~"...
"어머니, 영화배우시잖아요?"...
"얼어죽을 영화배우는~"...

10. 장에서 사오신 맛난 떡가 딸기...
듬뿍 듬뿍 내오십니다...
아버님은 적게 드리고...

11. 양지바른 둔턱에...
양지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꽃빛이 좋군요...
낮게 드리워 피어나는 봄꽃은 생의 주기가 짧다고 합니다...
다른 커다란 식물들이 깨어나기 전에 꽃을 피우고 사랑을 나누고 씨앗을 맺어야 하니까요...




아들 있을 때...
할꺼라고 미뤄뒀던 일들...
아침나절부터 시작하십니다...

옆집 한교수네가 이사가면서 줬다는 커다란 간장독...
조금 센다고 하여...
뒷켵에서 아랫마당으로 굴려서 내렸습니다...
"이렇게 하는거다. 아니 왜 안움직이냐?"...
기력이 달리시니 항아리가 꿈적도 하지 않았지요...

조심조심 굴려서 아랫마당 수돗가로 옮겨드렸더니...
안팎을 잘 씻으셨지요...
그리고 한참을 물을 받는데...
아니나 다를까 물이 세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을 퍼서 가마솥에 붓고, 고무다라에도 붓고 했지요...

집안에서 강력본드와 은박지로 된 접착지를 가져오셔서...
본드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얇은 접착지를 붙이셨습니다...
잘 보이지 않으시니 주저주저하시기에 도와드렸지요...
"거기가 맞는거냐? 제대로 잘 붙여라."...
말씀에 끝이 없으십니다...
그리고 물을 받았지요. 신기하게도 물이 세지 않았습니다...
대충대충하시는 듯한데도 여지없이 일을 해내시지요...
어머니의 지혜는 본 받을 만 합니다...
오래전 장에서 사오셨다는 접착 은박지가 큰 효도를 했지요...

이제는 물본 김에 베란다며 유리창 청소를 하시잡니다...
겨우내 내려앉은 먼지를 씻어내려는 것이지요...
봄맞이 대청소랄까요...
그래서 윗마당 지하수 펌프에 긴 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뿌려드리고 물러서는데...
"네가 해라."...
"어머니가 하셔요."...
"너 심심할까 봐 청소하는 것이다."...
"저 심심 안해요."...
그렇게 어머니와 농담을 해가며 물청소를 했습니다...

어머니 성품이 깔끔하셔서 집안도 반질반질하지요...
거의 매일 쓸고 닦고 청소를 하십니다...
건성으로 하시는 것이 아니고...
위아래 먼지가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 하시지요...

"장독대와 뒷켵은 나중에 하자."...
그렇게 청소를 하시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두런두런 하십니다...
"너희는 이집 줘도 관수를 못한다. 그렇게 게을러서 되겠냐?"...
"........."...

아버님께서는 아랫마당 잡초뽑기를 어제에 이어 하십니다...
호스를 철거하고 내려가서 아버님 일거리 뒷처리를 도와 드렸지요...
그렇게 아버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더욱 서먹서먹해서 더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어머니 비위 맞추랴, 아버님 비위 맞추랴 정신이 없지요...
모레는 부담스러운 숲해설 준비도 해야 되는데 말입니다...

"큰 애야~ 점심먹어라."...
점심을 시원한 국수를 하셨네요...
점심을 드시고는 장호원장에 가신다고 두분이 나서십니다...
잘 되었다 싶어, 차 트렁크 숲교육 도구들을 내어놓고, 보일러실에 보관하던 도구며...
재료들을 꺼내와 챙겨서 정리하며 교육할 준비를 한참동안 했지요...
정리를 하면서 기억에 없던 교구며 재료들을 발견하고...
'사람의 기억이 한계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어시간만에 돌아오신 부모님들...
열무며 딸기며 떡이며 꼬막이며 장을 보아오셨지요...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큰 애야~ 떡먹어라~"...
맛난 떡이며 딸기를 내놓으시네요...
"이렇게 많이 주시면 저녁 못먹어요."...
"저녁은 천천히 조금할테니 많이 먹어라."...

아들 심심할까 봐 일거리 찾아서 벌리시고...
먹거리 챙겨주시고...
이 봄날 일거든다고 힘들지만...
부모님들께서 좋아하시니 열심히 할밖에요...

'에고에고'...
어제도 정신없이 밤잠잤는데...
오늘도 정신없이 자겠다 싶습니다...

긴 겨울동안...
집안에만 계셔서 무료하시고 답답하셨는데...
봄되어 일거리가 지천이니 힘드신 가운데도 재미있어 하십니다...
"시골은 농사철되면 앉아있을 시간이 없단다."...
외진 곳에서 말씀적으시고 까칠하신 아버님과 적적해 하시다가...
모처럼 제가 오면 몇일간 있었던 일들 이야기 하시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래요'...
저는 추임새만 해드리면 되지요...
어머니의 구수한 이야기가 저도 듣기 좋습니다...

요즘은 부쩍 지난 세월 살아오신 이야기를 자주하십니다...
열심히 들어드리지요...
좋은 이야기이고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언제까지 제곁에 계실 분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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