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손녀딸과 할머니의 긴 이야기...

황승현 | 2014.03.03 09:32 | 조회 3192

1. 봄이 오고 있는 산자락...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발하겠지요...

2. 시골집에 내려온 둘째딸...
할머니 파자마며 웃옷을 입고 맵시를 뽑내고 있습니다...

3. 이른 아침 산책길...
휴대전화 중계탑에서 딱따구리가 쪼으는 소리를 들었지요...
오른쪽 박스위에 조그만 모습이 보입니다...
딱따구리 소리...
http://blog.daum.net/hwangsh61/1181

4. 산책길 쓰러진 아카시 나무에 자라고 있는 '운지버섯'...

5. 새벽녁 일기 쓰려고 앉았는데...
만년필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 세면대에서 만년필 촉을 세척하다가...
배수구에 빠트리고 황망했습니다...

6. 따싸한 햇살이 좋은 아침에...
평화롭습니다...

7. 서울 사는 손녀들 반찬거리 만드신다고...
깻잎 장아찌, 토마토 장아찌 등을 만드신다고 분주하셨지요...

8. 닭장의 암닭 두마리, 수탉 네마리...
하루에 하나꼴로 닭걀을 낳습니다...

9. 저 안쪽에 있는 수탉이 원조 수탉, 그리고 암닭 두마리...
이쪽 암컷이라고 사온 중닭이 알고 보니 수탉이었지요...
아버님이 어머니한테 한소리 들으셨습니다...

10. 봄햇살의 감촉이 너무 좋습니다...

11. 서울 올라가는 날...
여유로운 망중한을 즐기는 둘째 딸...




귀국한 둘째가 시골 내려온다고...
저녁나절 터미널로 마중나갔지요...
엊그제 서울가서 보고온 딸...
오늘이 저의 생일이라고 케익을 사가지고 왔네요...
“케익은 뭐하러 사왔냐?”...
“언니가 사가지고 가랬어요”...
“아빠 허리휜다, 돈 아껴 쓰라고 해라, 저축하고”...
“.........”...
시골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말이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손녀라고...
반갑게 맞이 하시는 부모님들...
아버님께서 통닭 세 마리를 시켜놓고 계셨습니다...
거실 한쪽에서는 통닭을 먹고...
어머니께서는 저녁으로 떡국을 끓이셨지요...

식탁에서...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좋지?”...
“네~”...
거짓말 하고 있네요...
더 있고 싶다고 제게는 말해놓고...
“이제 한살 더 먹네용~”...
“이제 몇 살이냐?”...
“스물 셋이요”...
떡국에 김치를 놓아 먹으며...
“할머니 김치 너무 맛있어요”...

아버님은 벌써 일어나셔서 소파로 가시고...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합니다...
“네 아빠가 고생했지, 학비/생활비 보낸다고...
이제 4학년이니 취직 준비해라”...
듣기 불편했는지 딴 얘기를 하네요...
“할머니 말씀 잘 하시네”...
“남들도 그러더라”...
“할머니 얼굴이 왜 빨개요?”...
“겨우내 아파서 그렇다”...

한참후에...
제방으로 건너와서...
손녀에게 이것저것 또 물어보시네요...
“새로 얻은 방은 괜찮냐?”
“좋아요”...
“학교까지 멀지않니?”...
“40분정도 걸려요, 지하철로”...
“그래도 언니 직장이 가까우니 네가 참아라”...
“.........”
“500에 월 60만원이면, 1억값이다. 1억”
“.........”
“네 아버지 허리휜다, 형편봐서 다른데로 옮겨야지”...

어린아이 얼굴만한 배를 내오시며...
“작은 아빠가 사왔는데, 엄청크지?. 묵직하다”...
“헐~ 괭장해요”...
맛나게 깍아놓으십니다...
“할아버지 갔다드려라”
“할머니는 언제나 할아버지 먼저 챙기시네요”...
“니들 본받으라고 그러는거다, 이년아!”...
“알았어용~”...
“이 다음에 할아버지 할머니 더 늙어 힘없을 때, 잘 챙겨줘라. 알았냐?”...
“알았어용~... 할아버징~ 배 드셔용~”...
접시를 들고 건너방 할아버지방으로 들어갑니다...

한참만에 나와 맛난 배를 먹으며...
“할머니! 우리 고스톱쳐요!”...
“빌어먹덜 년, 무슨 고스톱이야!”...
“학교에서 놀러가면 고스톱한단말야! 나만 왕따된다니까”...
“할아버지 고수다. 고수! 할아버지에게 가서 배워라!”...
“할아버지 고스톱 가르쳐주셔요!”...
“빌어먹덜 년!~”...

아껴뒀던 곳감을 또 내오시네요...
“손녀딸 주려고 고구마를 보일러실에 놔뒀는데, 다 썩어서 속상하다.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썩었나보다. 평상대에 갔다놨으면 괜찮았을텐데“...

한참만에 나온 둘째 딸...
“재미있네. 재미있어요”...
“.........”...
“할머니 통닭 먹어도 돼요?”...
“먹어라! 데워주랴?”...
“아니 그냥 먹을래요, 먹을 것 많으니 좋은데 살찌면 어떻하지?”...
그렇게 먹고 떠들다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다 들어가...
할머니 옥돌침대에서 잠을 자더랍니다...

다음날...
아침산책후 아들이 사온 해물탕거리로 얼큰하게 국을 끓이셨네요...
부모님과 맛나게 먹고, 개사료며 닭 모이를 주는데...
어라!~ 암탉이라고 사온 중병아리 세 마리가 수탉모습이네요...
터주 대감 수탉이 이 녀석들을 제압하며 젊잖게 모이를 먹습니다...
암탉 두 마리와 어느 정도 모이를 먹고는 자리를 내주네요...
이제야 세 녀석이 눈치보며 먹습니다...
기품있는 커다란 수탉...
사람이 닭에게서 배웁니다...

아침 10시가 넘었는데도...
딸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네요...
손님이 왔습니다...
민원이 제기된 납골묘 문제로 6촌 형님이 오셔서 아버님과 상의하시네요...
사과를 내오시며 어머니께서 끼어드십니다...
“우리 큰애 숲해설가 이사가 됐다네. 이사!”
“돈 내라고 하는 이사지. 돈!”...
허연 머리로 인사했던 아들, 면 세워주려고 하시는 말씀이네요...
‘취직이 되었냐? 놀면 안된다. 큰 일이네’...
어제부터 쫓아다니시며 그러시길레...
오늘 아침...
어머니 듣기 좋으시라고 한 말인데...
“우리 아들 이사가 됐다”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다니시겠습니다...
특히나, 이모님들께 큰 소리로 자랑하시겠지요...
“얘들아 이 언니 얘기들어봐라! 우리 큰 애가 이사가 됐단다”...
눈에 선합니다...

“할머니~잉”...
6촌 형님이 가시고 나니...
빼끔 문을 열고 나오는 둘째딸...
“일찍 일어났는데 손님이 오셔서 못나왔어용~”...
“그 잠옷 누구꺼냐? 이쁘다”...
“할머니꺼~”...
“그래, 둘째 외삼촌이 사온거다. 비싼거야. 한 5만원할꺼다”...
깻잎 장아치, 토마토 장아치 등 손녀들 밑반찬 만드신다고 바쁘게 손 놀리시던 어머니...
손녀 아침상을 차리시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날이 더 풀리면...
손녀들 월세방을 점검하러 올라 가시겠지요...


어제 올 때와는 다르게 가는 마음은 항상 무겁지요...
점심식사 후 뒷동산에서 새싹이 나오고 있는 ‘할미꽃’ 세 무더기를 딸과 함께 파다가...
앞마당 양지바른 곳에 모종을 하였지요...
좋은 날, 봄볓에 꽃구경하시라고...

“요즈음 할미꽃 보기 힘든데 어디서 캐왔냐?”...
심을 곳을 선정하시며 이래라 저래라 정신없게 하시네요...
“지난 초겨울 상수도 계량기 묻는다고 작업하면서 ‘초롱꽃’을 파헤쳤는데...
생명력이 강하구나. 싹나오는 것좀 봐라. 기특하네!“...

냉이를 넣은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고...
통닭을 먹고...
케익을 먹고...
시간이 되어서 주섬주섬 옷을 입네요...
“큰애야!~ 현관에 쌀 한짝 트렁크에 실어라”...
동네 방앗간 윗집에 도시에서 내려와 사는 상노인네 부부가 쌀을 사겠다고 했답니다...
도지로 받은 쌀을 팔려고 하시는 것이지요...
아버님이 거실로 나오시며, 어머니에게 5만원을 건네시며,
손녀에게 주라는 듯...
저는 현관에서 쌀 싣고, 딸년 구두 앞부분이 벌어져 본드로 붙이고 있었지요...
“5만원이 뭐야?~ 남한데는 찬조금으로 10만원씩 다달이 붙여주면서, 식구들은 거지 발싸게로 알고”...
아버님과 실랑이를 하십니다...
언성도 높아지시고...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나서, 어머니 얼굴이 벌개지셔서 차에 오르시네요...
“방앗간 앞으로 가자!”...

노부부가 문을 열고 나옵니다...
마루에 쌀가마를 옮겨드렸지요...
"진작에 갔다드려야 되는데, 서울집에 하수도가 고장나서, 서울다녀오는 바람에 깜박잊었네요“...

쌀 판값으로 받은 돈을 손녀딸에게 주시네요...
“아껴써라”...
“감사합니당~”...

“아버님과 그만 싸우세요”
“열받지 않니, 남들한테는 잘하고 식구는 거지 발싸게처럼 대하니”...
“.........”...
“서울집 하수구 수리하는데도 80만원 달라고 하길래 깎아서 70만원에 하고있다. 내일 모레 올라가면...
세든 사람 밖에서 자야하기에 여관비 3만원도 줘야하고, 다 내주머니에서 나가는데,
네 아버지 신경이나 쓰는 줄 아냐?”...
“.........”
“나도 상노인네인데, 서울 올라가 공사하는 것 챙겨야 되고 신경쓸 일도 많은데”...
어머니 푸념이 계속되는 가운데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딸을 내려놓고, 어머니와 집으로 돌아왔지요...

말머리를 바꾸려고...
“큰 외삼촌은 어떻게 사셔요?“...
“외삼촌 딸, 은혜가 명절에도 못왔다 갔단다. 얘가 들어서서 산달이 이번달이고 시아버지 칠순에도
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었다더라. 아들이라고 하네”
“귀한 자식이네요. 몇 년만인데. 잘 됐네요”...
“그러게, 큰아들도 얘가 없단다. 시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한다는데 그게 다 드 손자 차지지”...
“.........”
“이번에 몸풀면 큰외삼촌하고 병문안 가려고 한다. 커다란 화분하나 사가지고, 잘 사는 집이니,
돈이야 필요하겠냐? 지 어머니도 없는데, 고모라도 가봐야지”...
“.........”...
어머니의 행동은 항상 옳으십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감화감동을 주시지요...

“어머니 말씀이 다 옳으니 싸우지 마세요”...
“올 겨울 전기값이 38만원 나왔다. 네 아버지 춥다, 춥다 하기에, 목감기도 오래되고 해서,
따뜻하게 겨울을 났지”...
“.........”...
“그런데 한푼도 안내놓는 것 아니니. 연금 20여년전 반반 나눈 100만원, 내가 모를 줄 아냐?...
지금은 300 나올거야. 내가 모른척하고 있는데, 하도 성질이 나길래 다음날 아침 일찍 농협에 가서
요금 고지를 아버지앞으로 해놓았단다. 내마음 바뀔까봐.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 말씀을 하시면서 한참을 웃으시네요...

그리고 집에 도착해, 차를 바로대고 집에 들어가니...
통닭을 데워서 술과 함께 아버님 방으로 가져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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