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조용해서 좋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은 오히려 바람이 불고 춥습니다.
그러나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은 바람도 없고,
어둡고, 조용하여 생각하고 고독하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그러다 눈이라도 내리면 마음 밭에 쌓여 있는 삶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추어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고 겨울 같은 현실을 하나하나 받아들입니다.

겨울은 나무들도 조용합니다.
멈추어 서서, 벗은 몸으로 자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추위와 아픔을 겪으면서 흔들리지 않는 평화와 희망을 만듭니다.
겨울은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입니다.
화려함이 없을 때 깊어지고 성장하지 않을 때 성숙합니다.
밤이 긴 겨울, 낮도 어두운 겨울, 그러나 마음이 깊어지는 겨울입니다.
생각이 맑아지는 겨울입니다.
말이 순해지고 부드러워지는 겨울입니다.
삶이 건강해지는 겨울입니다.

-정용철님 글- 출처 : 협회 이명우 선생님글중에서...



나무의 덕목...

덕목 하나. ‘배려와 겸손’...
한여름 가지를 뻗을 때도 주변에 다른 나무가 있나 없나를 보아...
없는 쪽으로 가지를 뻗습니다...
가을이 되면, 결실과 함께 ‘겨울을 준비하라’는 엄중함에 모든 것을...
내려 놓습니다...
그 내려놓은 것은 고스란히 숲으로 되돌아가 많은 생물들 삶의 밑거름이 되지요...

덕목 둘.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한여름의 그늘로...
늦가을의 결실로...
한겨울의 땔감으로도...
그리고 잘라져버린 그루터기로...

덕목 셋. ‘주어진 현실에서의 충실한 삶’...
하늘이 내린 형벌(움직이지 못하는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산등성이 열악한 바위틈이든, 숨쉬기 곤란하고 뿌리뻗기 어려운...
도심가 아스팔트든, 어떤 여건에서도..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아무말없이...


이 한겨울...
저멀리 숲(산)을 바라봅니다...
많이 헐거워진 모습으로...
산등성이가 고슴도치 등처럼 보이는군요...
얼기설기한 둥근 참빗같기도 하고...

겨울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형(樹形)이 오롯이 드러나 조금은 안스러운 모습...
모두들 춥다고 두겹 세겹 껴입는데 말입니다...

살을 에이는 삭풍이라도 불어오면...
눈물이 나도록 짠하지요...
하늘을 떠받치듯 의연히 서있는 모습...
그 옛날 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선구자같기도 하고...

겨울나무는 인고의 시간만 보내고 있는게 아닙니다...
어김없이 닥아올 봄을 대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나무의 미래인 소중한 ‘겨울눈’...
그 미래가 얼지않토록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뿌리는 뿌리데로...
줄기는 줄기데로...
가지는 가지데로...
에너지 소모를 극히 제한하며 모든 열정을 ‘겨울눈’에 집중하지요...

겨울나무는...
내삶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땅으로 내려보낸 여름날의 푸르른 결과물이 모든 숲의 적금이 되듯이...
온몸으로 갖가지 날짐승 들짐승 그리고 곤충과 버섯균사까지 받아들이는...
아픔을 감내하며 놀라운 포용력을 보여줍니다...

이쯤되면...
나무는 더 이상 미물의 생명체 나무라기보다...
성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했지요...
오롯이 베풀기만 하는 삶이니까요...

‘나무에게도 20가지 이상의 인지능력이 있다’ (미국 식물학자 루터 버벵크)...

http://blog.daum.net/hwangsh61/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