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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생태일지(숲에 물들기)...

황승현 | 2014.09.26 15:28 | 조회 3215

상처적 체질
류 근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오, 저 찬란한 채찍...



“상처는 나의 힘“

언젠가 내적 치유 캠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했던 내적 치유 프로그램은 함께 모인 사람들끼리 돌아가면서 자기가 일생 동안 받은 상처의 면면들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연인에게, 시어머니에게, 남편에게, 친구에게, 직장 상사에게 받은 학대와 유린과 상처의 히스토리는 참으로 깊고 다양하고 스펙터클했다...
감추지 않고 많이 털어놓을수록 치유의 효과도 크다는 말에 다들 어마어마한 생의 비밀들을 털어놓았다...
내적 치유의 클라이맥스는 자신이 미워하던 사람들에게 그를 용서한다는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었다...

가슴 저 깊은 벼랑 끝 어둠 속에 묻어두었던 상처를 빛 가운데로 꺼내 놓고,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편지를 쓰고 나자 놀랍게도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사그라졌다...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상처는 상대를 너무 믿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영화 「데미지」를 보면 아들의 연인과 사랑에 빠진 아버지가 나온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줄리엣 비노쉬...
그들은 위험 속에 격정과 스릴을 탐닉하지만, 그 장면을 아들에게 들키고, 아들은 상처와 충격속에 죽는다...
죄책감을 안고 생의 나락으로 추락한 아버지는 몇 년 후 자신과 아들이 동시에 사랑한 그 여자, 너무 특별해서 눈을 멀게 했던 그 여자가 결혼해서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풍경을 목격한다...
아직도 제레미 아이언스의 그 공허한 눈빛과 마지막 대사를 잊을 수 없다...

I am damaged
아! 어떻게 신은 이토록 부패하기 쉬운 재료로 인간을 만드신걸까?
상처를 준 가해자나 상처를 받은 피해자나 인생이라는 건 함께 뒤엉켜 곪은 채로 그 냄새를 참아가며 혹은 그 냄새를 피해 앞으로 도망가는 게 아닐까...
“인간을 믿지 마라...
인간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대신 인간을 사랑해라“고 말하는 내적 치유 이후, 관계의 상처에서 나는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내가 상처로 이루어진, 상처투성이의, 언제든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처적 체질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키운 8할이 상처라는 것도...
미소 짖지 않는 무뚝뚝한 인간에게 다치고, 피 흘리는 저녁 놀 때문에 다치고, 너무 활짝 핀 봄꽃 때문에, 바람 부는 날 포효하는 나무들 때문에 눈물을 쏟는다...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그리하여 누군가 나에게 너무 예민하다고 염려하면이렇게 대답하리라...
“음, 상처는 나의 힘이야”라고...
상처를 준 가해자나상처를 받은 피해자나인생이라는 건함께 뒤엉겨 곪은 채로 그 냄새를 참아가며혹은 그 냄새를 피해 앞으로 도망가는 게 아닐까...


김지수님의 에세이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중에서...




여기를 클릭하시면...
마지막 가을로 들어갑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Reiqwbo4b7Q&feature=watch_response_rev

노래 : Barry Manilow

And when October goes
The snow begins to fly
Above the smokey roofs
I watch the planes go by

10월이 지날 무렵이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죠.
난 연기 자욱한 지붕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봅니다.

The children running home
Beneath a twilight sky
Oh, for the fun of them
When I was one of them

땅거미 지는 하늘 아래
아이들이 뛰어서 집으로 돌아가네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네요.
내가 그들 중 한명이었던 때가 있었죠.

And when October goes
The same old dream appears
And you are in my arms
To share the happy years

10월이 지날 무렵이면
똑같은 예전 꿈이 다시 보여요.
당신은 행복한 시절을 함께 나누고자
내 품에 안겨 있네요.

I turn my head away
To hide the helpless tears
Oh how I hate to see October go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난 고개를 돌리고 말아요.오,
10월이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And when October goes
The same old dream appears
And you are in my arms
To share the happy years

10월이 지날 무렵이면
똑같은 예전 꿈이 다시 보여요.
당신은 행복한 시절을 함께 나누고자
내 품에 안겨 있네요.

I turn my head away
To hide the helpless tears
Oh how I hate to see October go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난 고개를 돌리고 말아요.
오, 10월이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I should be over it now I know
It doesn't matter much
How old I grow
I hate to see October go

이제 마무리 해야 한단걸 알고 있어요.
내가 몇살인지 나이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죠.
난 10월이 끝나는게 싫어요..


10월이 지나가는 이 맘 때 쯤이면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우리나라 노래로는 이용(1957~)이 1982년 발표했던 '잊혀진 계절'이다.
가사에 "10월의 마지막 밤을~~" 하는 구절이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잊혀지지 않게 되었지.

외국 노래로는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 1943~)가 1984년에 발표했던 'When October Goes'를 많이 듣는다.
배리 매닐로우는 미남형에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가수이다.

'When October Goes'의 가사는 바로 조니 머서(Johnny Mercer, 1908~ 1976)가 적었다.
'Autumn Leaves'의 영문가사를 썼으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의 주제곡 'Moon River'의 가사를 만들었던 그 명작사가...
이 노래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단다.
조니 머서는 1976년 사망하기 전 한두 해 동안 암투병 중이었는데,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던 매닐로우에 크게 호감을 가졌다.

1974년 매닐로우의 첫 히트곡이었던 'Mandy'라는 노래의 제목이 우연히도 머서의 딸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머서는 여러 곡의 가사를 매닐로우를 위해 썼으나, 그만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사후, 유고를 정리하던 부인은 그런 가사들을 추려 완성작이 되도록 손을 본 뒤, 매닐로우에게 전하며 앨범을 만들기를 권유한다.

'When October Goes'가 그렇게 전해진 가사 중 하나로, 매닐로우 자신이 직접 곡을 붙여 1984년 발표한 '2:00 AM Paradise Café'라는 앨범에 실었다.
이 앨범이 머서 부인의 권유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머서의 여러 가사 중 한 곡만 선택한 것이나 위 앨범 표지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은 나름의 음악을 생각하던 매닐로우가 기획 의도상 공을 들였던 것은 다른 노래들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앨범에서 이 노래 만이 그 해의 히트곡이 되었고, 후에도 매닐로우는 물론 여러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가을의 애창곡으로 남았다.
머서가 큰 선물을 주고 갔던 것이다.
노래의 가사가...
말년에 투병 중인 침상의 창가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던 머서의 심정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
꼭 말년, 투병 같은 때가 아니라도 누구나 지금 계절의 창 밖 풍경을 이런 기분에서 바라본 적이 있지 않을까...
머서의 선물이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남는 이유일 거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에서... 발췌정리...
http://cafe.daum.net/7116/570/49074?docid=8eW|570|49074|20101030213608&q=When%20October%20Goes%20%B0%A1%BB%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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