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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신경숙)...

황승현 | 2014.07.22 12:34 | 조회 3028
1. 읽으며 세번 눈시울이 붉어지고...
깊은 슬픔으로 전율이 번져갔습니다...
'내 부모에 대하여 나는 지금 도리를 다하고 있는가?'라는 화두가 머리속을 맴돌며...

2. 가슴에 와닫는 문구라서...
올려봅니다...
좋은 말은 많지만...
실천할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겠지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오빠 집에 모여 있던 너의 가족들은 궁리 끝에 전단지를 만들어 엄마를 잃어버린 장소 근처에 돌리기로 했다.
일단 전단지 초안을 짜보기로 했다.
옛날 방식이다.
가족을 잃어 렸는데, 그것도 엄마를 잃어 버렸는데, 남은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몇가지 되지 않았다.
실종신고를 내는 것, 주변을 뒤지는 것, 아무나 붙잡고 이런사람 보았느냐 묻는 것,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남동생이 인터넷에 엄마를 잃어버리게 된 이유와 잃어버린 장소와 엄마의 사진을 올리고
비슷한 분을 보게 되면 연락해달라고 게시는 것,
엄마가 갈 만한 곳이라도 찾아다니고 싶었으나 이 도시에서 엄마 혼자 갈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었다.
(중략)

오빠 집에서 나온 너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엄마가 사라진 지하철 서울역에서 내렸다.
엄마를 잃어버린 장소로 가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네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아버지가 엄마 손을 놓친 자리에 서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네 어깨를 앞에서 뒤에서 치고 지나갔다.
누구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너의 엄마가 어쩔 줄 모르고 있던 그때도 사람들은 그렇게 지나갔을 것이다.
(중략)

여자는 주춤주춤 그 앞으로 와서 저기요, 용산2가동 동사무소 앞에서 이분을 본 것 같아요,
전단지 속의 그의 엄마를 가리켰다.
여동생이 만든 전단지 속에서 물빛 한복을 입은 그의 엄마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이 옷을 입고 있었던 건 아닌데 눈이 너무 똑같네요.
소눈하고 똑 닮아서 기억에 남아 있어요.
여자는 전단지 속 그의 엄마의 눈을 또 한번 들여다보더니 발등에 상처를 입고 있었어요, 라고 말했다.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슬리퍼가 엄지 쪽 발등을 파고들어갔고
살점이 떨어져나가 패어있었다고 했다.
고름이 밴 상처 부위에 자꾸 파리가 날아와 앉으니까 귀찮은지 손을 뻗어 쫓곤 했어요.
아플 것 같은데도 상처엔 무관한 듯 동사무소 안을 기웃기웃거리고 있었어요.
일주일 전 일이긴 해요.
(그 동사무소는 아들이 졸업하고 첫직장으로 근무한 곳)...
(중략)

- 니 엄마는 너를 아주 사랑스러워했어.
- 옛?
- 어쩌다 니가 신문에 나먼 고거 접어서 가방에 넣고 다님서 꺼내보고 꺼내보고......
읍내에 나가 누구 만나믄 보여주며 자랑허구 그랬다.
- .........
- 딸이 뭐 하냐고 물으면...... 글씨 쓴다고 했지......
니 엄마가 니가 쓴 책을 저 남산동의 소망원 여자한테 읽어달라고 했단다.
니가 뭔 글을 쓰는지 엄만 다 알고 있었어.
그 여자가 읽어주면 엄마 얼굴이 환해지고 웃음이 번지고 했단다.
그러니까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글씨를 잘 써야 혀.
- .........
- 말이란 게 다 할 때가 있는 법인디......
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겄거니 하며 살았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 .........
- 지헌아?
- 예.
- 부탁헌다...... 니 엄마...... 엄마를 말이다.
딸이 참지 못하고 수화기 저편에서 어- 어어어 소리내어 울었다.
당신의 송아지 같은 딸의 울음소리를 수화기를 귀에 바짝 붙이고 들었다.
딸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당신이 붙잡고 있는 수화기 줄을 타고 딸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당신의 얼굴도 눈물범벅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잊어도 딸은 기억할 것이다.
아내가 이 세상을 무척 사랑했다는 것을, 당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을.
(중략)

숨을 거둔 아들의 겨드랑이를 감싸고 있는 성모의 손가락들이 길게 뻗어나와 너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성당 안에 인적이 끊길 때까지 너는 못자국이 선명한 아들의 팔을 간신히 들어올리고 있는
성모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한순간 너는 눈을 반짝 떴다.
슬픔에 잠겨 있는 눈 아래 자리잡은 성모의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단아함을 품은 채 굳게 다문 입술.
너의 입에서 깊은 숨이 새어나왔다.
성모의 단아한 입술은 눈의 슬픔을 지나 연민에 닿아 있었다.
너는 죽은 아들을 다시 보았다.
아들의 팔과 다리가 어미의 무릎에서 평화롭게 늘어져 있었다.
아들은 죽어서도 위로받고 있었다.
네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족들은 네가 엄마를 찾는 것을 체념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었다.
그 의구심을 풀어줄 길이 없어 누구에게도 로마행을 알리지 않고 여기 찾아온 것은 이 피에타상을 보기 위해서였을까.
세마나 참석을 겸해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그가 이탈리아행을 권했던 그 순간부터
너는 무의식적으로 아들의 시신을 안고 고즈넉이 연민에 잠겨 있는 이 어머니상을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여기 이 자리에 서게 되면 네가 기도하려 한 간절한 소망은 이역만리 아시아 대륙 저 끝에 붙은 조그만 나라에서
살다 간 한 이름없는 여인을 한번만 다시 보게 해달라는, 찾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니다.
어쩌면 그게 아니었는지도.
엄마가 더이상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는지도.
너는 엄마을 잊지 말아달라고, 엄마를 가엾이 여겨달라고 말하고 싶어 여기에 온 것인지도.
그러난 막상 투명한 유리 저편 대좌에 앉아 창세기 이래 인류의 모든 슬픔을 연약한 두팔로 끌어안고 있는
여인상을 보고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는지도.
너는 넋을 잃고 성모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한방울 너의 감은 눈 아래로 흘러내렸다.
너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치듯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사를 보려는지 사제들이 줄을 지어 네 곁을 지나갔다.
너는 성당 입구까지 걸어나와 긴 회랑과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광장을 망연히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여인상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한마디가 너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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