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전원일기(5.29.목.목마른 계절)...

황승현 | 2014.05.30 08:51 | 조회 2942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감...
감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어릴적 감꽃을 실에 엮어서 목에 걸고 놀던 아련한 기억...
꽃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분명히 소임을 다하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네 민초처럼...



지난 겨울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았고...
봄에도 비가 별로 내지지 않더니 이제 여름 가뭄으로 까지 이어져...
모종한 작물들이 땅냄새를 맡고 한창 자라야 할 때에...
밭과 논할 것 없이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아침저녁과 한낮 기온차가 심하고...
이에 따른 냉해까지 겹쳐서 곡식들의 생육이 예전만 못하군요...

부모님들 계신 고향 전원주택에도...
텃밭의 감자, 오이, 토마토, 강낭콩, 고추, 가지, 호박 등...
밭작물의 생육이 더디고, 심한 곳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어머니께서 물을 퍼날라 틈틈이 주고 계시니...
그래도 나은 편이지요...

집 위아래 마당 잔디도 여기저기 가뭄에 타죽어서 허옇게 보이길래...
이른 아침 식사후 동물들 먹거리 챙겨주고...
창고에서 기다란 호스를 꺼내와 지하수도에 연결해 잔디에 물을 주었습니다...
지난 봄 정화조 교체에, 상수도 가설 공사로 파헤쳐진 곳에 이식한 잔디도 죽어가기에...
시원한 물을 흠뻑 주었지요...

"물을 주려거든 엊저녁에 주었어야지, 햇볕에 다 마르면 주나마나다. 무슨 일을 그렇게 하냐?"...
아랫마당으로 내려오시며 하시는 어머니 말씀, 맞는 말이네요...
그래도 안주는 것보다는 났겠다 싶어 골고루 촉촉히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 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그렇게 근 한시간여를 물을 주고 주섬주섬 호스를 분리해 물을 빼내고...
잘 사려서 다시 창고에 걸어넣고 들어왔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지네요...
"지난번 텃밭에 지지대, 너 없는 동안 아버지와 새로 했다. 뒷수습하는 것이 더 힘들더라. 무슨 일을 그렇게 하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내딴에 혼자서 지지대 설치한다고 용을 썼는데, 노인양반들 보기에 성이 안차신 것이지요...
조용히 제방으로 들어와 묵묵히 붓글씨를 썼습니다...

"점심은 나가서 먹자"...
시무룩한 저를 생각해서인지, 큰 외삼촌께도 전화하시고 부산을 떠시더니 내리신 결정입니다...
"외삼촌은 덥다고 싫다고 하니, 우리나 가서 소머리 국밥이나 먹고오자"...
사실 이 더운 날...
삼시세끼 더운 밥에 따뜻한 국끓여 대령하는 노인이 어디있겠습니까?...
까칠한 남편에, 자식에, 어머니께서 고생이시지요...

18년된 아버님차를 제가 운전하여 장호원으로 갔습니다...
오늘이 장호원 장날이라 일찍 나섰지요...
가는 내내 차안이 조용합니다...
딱히 너스레 떨 일도 없고...

국밥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가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데...
번화가 삼거리에서 시끌시끌한 선거유세가 한창입니다...
사진과 구호로 치장한 차량에 올라서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 차량주변에 걸개 그림을 들고 추임새를 하는 도우미들...
장보러 나온 노인양반들 이곳저곳에 쭈그리고 앉으셔서, 또는 지나가며 쳐다보시네요...
"쟈가~ 전 시장인가?"...
"아닌 가벼~ 젊어보이는데~"...

가까운 소머리 국밥집까지 시끌시끌합니다...
음식을 기다리는데...
"두번 해먹었으면 되었지, 욕심도 많네, 다른 사람은 시장되면 안되남~"...
"신발 바꿔신은 사람은 당선되면 절대 안돼~"...
어머니와 아버님 말씀을 들으며...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신념은...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논쟁을 하게되면 의를 상하게 되지요...
군에서 함정을 탈때 장교들이 근무하는 '사관실'에서의 금기사항이 있었습니다...
'종교 이야기, 정치 이야기, 여자 이야기는 하지 마라'...
끝도 없는 논쟁에 따른 반목과 대립으로 결속력을 떨어트리니까요...

개나 소나 돈만 있으면 해보겠다는 공명심...
나아니면 안된다는 안하무인...
참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세상에 의인은 죽고 없다'라는 말도 있지요...

뻐얼건 다대기, 성성썰은 매운 청양고추를 넣은 얼큰한 소머리 국밥...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오늘은 내가 산다, 다음에 네가 사라~"...
어머니께서 지갑을 꺼내시며 하시는 말씀이네요...
"이렇게 더워서 나와서 먹겠어요? 집이 좋고 편하지..."...
나만 생각하는 말이지요...
이제 어머니 생각도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땀을 식히며 앉아있는데...
상 노인네 한분(할머니)이 들어오셔서 소머리 국밥을 싸달라고 하시네요...
"이렇게 넣어가지고 가셔~"...
주인 아주머니가 자상히 챙겨주십니다...
할머니가 나가고 나서...
"누구셔?"...
"두 내외분이 자주 오셨는데, 할아버지가 거동을 못하셔서 이렇게 국밥을 사가셔요"...
"할머니 차림새로 봐서, 배우신 할머니네"...

국밥집을 나서는데...
핏발선 목소리로 한표를 호소하고 있는 옆으로...
정성껏 국밥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가 보입니다...

주홍박각시 동영상...
http://blog.daum.net/hwangsh61/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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