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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1.24.토.장호원 장날 구경)...

황승현 | 2015.01.25 11:07 | 조회 4842


1. 10여일 지나면 입춘(2월4일/수)...
벌써 겨울의 끝에 와있습니다...
저 앞 목초지밭 아직 얼음 꽁꽁이지만...
가까운 날 파릇한 새싹으로 푸르른 날이 오겠지요...

2. 논과 밭사이 산자락...
요즈음 포근한 날씨에...
쌓였던 눈들이 녹고...
새소리도 밝게 들립니다...

3. 지난해 지지목을 대어준 복숭아나무...
1년생 가지에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습니다...
봄날 화사한 꽃과...
여름날 향긋한 복숭아를...

4. 4일, 9일 장호원 장날...
병원 한방치료를 마치신 어머니와...
장호원 명물인 해물칼국수를 먹었지요...
한그릇에 5,000원...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여 발디딜 틈이 없는 곳...

5. 포근한 주말...
볼거리, 먹거리 많고...
사람살아가는 냄새있는 장구경...
아직 이른지 봄 화초들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6. 생선가게에서 얻어온...
생선머리들을 가마솥에 넣어 푹 삶고 계십니다...
저 앞에 미남이(개 이름) 보양식으로...
추운 겨울난다고 수척해진 모습이 안스러우시다며...

7. 가마솥옆 수돗가에서...
호박을 손질하고 계시지요...
가을 수확한 제일 실한 맷돌호박을...
궁할 때 드실거라고 보일러실에 넣어두었는데...
썪어가며 물러진다고...
성화시며...

8. 팔이 아프셔서...
좋아하시는 호박죽을 못해드셨는데...
이 참에 껍질을 벗겨서 손질하여 냉장고에 보관하셨다가...
호박죽 해드실거라고...
호박씨는 긴 겨울 밤에 궁금하고 심심하실 때...
까서 드실거라며...

9. 고등어, 갈치 머리를 푹 삶아서...
사료와 함께 넣어...
미남이 보양식을 해주었지요...
맛나게 잘 먹습니다...
진작에 해줄 것을...
추운 산자락...
겨울나느라 고생하며...
집 잘 지켜주는 신통방통한 녀석이데...



경로당 나가시는 아버님 차로...
반월성 정류장 가셔서...
버스로 장호원 한방병원에 물리치료차 가셨던 어머니...

점시때즘 되어서 전화를 하셨지요...
"나 치료마쳤다. 소머리국밥 먹을래? 칼국수 먹을래?"...
"어머니 드실 것 드셔요~"...
"그러면 칼국수 먹자! 곰탱이 칼국수집으로 와라~"...

차로 15분여...
장호원 장날이라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어머니 걸음 적게 걸으시라고...
장터 가까운 곳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칼국수 집에 들어섰지요...

20여평 남짓한 곳, 마루방식으로...
커다란 평상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식사하신다고 북적입니다...
저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신 어머니...
저를 부르시며 손짓을 하시네요...

"옷이 그게 뭐냐? 밖에 나올 때는 갈아입고 와야지~ 아는 사람만나면 창피하지도 않니?"...
"........."...
칼국수를 기다리며 한참을 잔소리 하십니다...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웃으시면서 참견하시네요...
"본인이 괜찮다는데, 뭘 그러셔~ 인상도 좋으신 아드님이시구만~"...

칼국수집...
평일에도 손님이 많아, 돈을 갈키로 긁어 모은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대학생인 딸이 손님 치른다고 정신이 없고...
드디어 커다란 양재기에 해물칼국수가 가득 나오네요...
조개, 미더덕, 북어, 호박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
고추다대기를 넣어, 걷절이 배추와 먹는 맛이란, 참으로 좋았습니다...
뜨듯한 방바닥에서 더운 음식을 땀 흘려가며 맛나게 먹고 일어섰지요...

그리고 어머니와 장구경삼아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아직 봄이 먼지, 봄 화초들은 보이지 않고...
과일이며 생선들이 풍성하게 나와있었지요...

생선가게에서 갈치, 오징어를 사시고...
미남이(개 이름) 줄 것이라고 생선 머리를 담아달라고 해서...
커다란 검은봉지에 한가득 담아왔습니다...
얼마나 무겁던지요...

과일값 싸다고...
귤을 한박스 사서 차에 싣고 집으로 오는 길...
"장호원으로 집사와서 살란다~ 병원 가깝고, 사람 북적여 사람사는 것 같아서~"...
"........."...
"늙으니 병원 갈일도 많고, 몸아프면 누가 밥해줄 사람도 없고, 집나서면 음식가게 있는 곳으로..."...
"........."...
"매번 니 아버지한테 차 테워달라는 것도 성가시고, 내 가고 싶을 때, 서울 가기도 편하고..."...

집에 도착하셔서...
생선 손질하신다고 한참 바쁘시더니...
아랫마당으로 내려가셔서 가마솥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십니다...
"장에서, 생선봉지 무거우면 무겁다고 하지~
망할놈의 여편네 생선머리 달랬더니 창사구며,
개도 먹지못할 찌꺼기를 많이 넣어서 배나무 밑에 가려내어 묻었단다."...

한참 장작불을 지피시더니...
어느새 집뒤켣에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커다란 호박 2개를 보일러실에서 내놓으시며...
"궁할 때 호박죽 해먹을 거라고 고이고이 보관했던 것인데,
썩어가며 물러진다~ 글쎄~ 아이고 아까워라~"...
아랫마당 수돗가로 가져와 쪼개서 씨를 발라 껍질을 벗기시는 것을 도와드렸지요...
"이 호박씨는 말려서, 밤에 입궁금하고 심심할 때 까서 먹으면 좋단다~"...

가마솥에서 구수한 생선 냄새가 납니다...
우스게 소리로...
"제가 맛을 볼까요?"...
"그래~ 개 먹기전에 니가 먼저 맛을 봐라~"하시며 웃으시네요...
냄새에 민감한 미남이...
이쪽만 처다봅니다...
"식혀서 줘야한다~"...

잘 식혀서 개사료와 함께 주니...
맛나게 잘 먹습니다...
묶어놓고 키우는 개, 개집에 보온재도 없이 사는 개...
밤이고 낮이고 누구 모르는 사람이 올라치면 짖어서...
주인에게 알려주는 신통방통한 사람보다 나은 개...
짖는 목청좋고, 얼굴도 잘 생겨서 '미남이'...
한여름에는 마당으로 올라온 유혈목이 뱀을 3마리나 잡았다지요...

"아이고~ 우리 미남이 잘 먹는구나~ 부자집에 살았으면 좋은 것 많이 먹고 살았을텐데, 미안하구나~
그래도 할머니 아들이 이 생선머리 들고 온다고 고생했단다~ 많이 잘 먹어라~"...
개는 듣는지 아는지, 먹기 바쁘지만 커다란 꼬리를 어머니 말에 따라 리듬맞춰 잘도 흔듭니다...

뒷처리를 하고 올라와...
윗마당 집현관에 호박과 씨앗을 널어놓고, 아랫마당을 내려다봅니다...
가마솥 굴뚝에서는 아직 잔 연기가 피어오르고...
미남이는 다 먹고 의젓하게 이쪽을 올려다보며 앉아있네요...
감사한 표정으로...

개도 개할 도리하며 사는데...
사람도 사람할 도리하며 살면...
참 사람사는 맛이 날텐데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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