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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황승현 | 2014.03.06 11:09 | 조회 2918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영혼, 타샤 튜더 에세이’

타샤는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말대로 살려했다...
그녀는 솔직히 말했다...
“정확한 구절은 기억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처지를 불평하지만, 나아가는 자는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이지요.”...
타샤는 본인의 환경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크고 ‘코기빌 페어(Corgville Fair)가 성공을 거두자 타샤는 버몬트 주의 코네티컷 강 건너에 있는
버려진 농장 부지를 구입했다...
홀로 지낼 수 있고, 남향이어서 추운 기후에도 정원을 가꾸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다...
장남 세스는 타샤가 의도한 대로 집과 헛간들을 지었고, 정원 담장을 쌓기 시작했다...
과수원에는 꽃이 만발한 돌능금나무와 배나무, 사과나무를 심었다...
버몬트의 기후 속에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건물들은 고풍스러워 보이고 정원은 풍성해졌다...
늘 소망해오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샤는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쉬지 않고 정원 일, 염소젖 짜기, 물레질과 옷감 만드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 그리기에 매달린다...

그녀의 집은 역사가 짧은 나라에 있는 생기 없는 박물관이 아니다...


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친구 하나가 뉴햄프셔 주의 웹스터에 1740년대에 지어진 집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곳에 오기 전 나는 거기 살았었다...
난 늘 그 집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래서 이 집이 생겨났다...
땅의 모양새 때문에 방향만 정반대로 해서 그 집을 그대로 베껴 지은 것이다...
우선 헛간을 세웠다...
옆면을 대기 전에 헛간은 배의 뼈대처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사 온 첫해 여름, 나는 밝은 톤의 새 나무로 지어진 이 헛간에서 살았다...
새들을 데리고 염소우리 한 칸에서 11월까지 지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다...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이곳의 모든 것은 내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내 가정, 내 정원, 내 동물들, 날씨, 버몬트 주 할 것 없이 모두...

어릴 때 재미나게 보던 책들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시시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즐거운 작품들이 있다...
‘걸리버 여행기’, ‘닐스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특히 ‘백경’이 그렇다...
그런 책들은 선생님들이 망쳐버리고 만다...
마음속에서 작품이 그려내는 장면들은 결코 잊히지를 않는다...
첫 장에 나오는 객주집의 음식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나는 이야기를 읽을 때 마치 영화처럼 본다...
모든 것에 움직임과 색이 있다...
책은 내게 대단히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에밀리 디킨슨이 좋다...
그는 ‘책같이 우리를 머나먼 곳으로 데려가는 프리깃함(소형 구축함)은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강과 같아서 굽이굽이 흐른다고 했지...
모롱이에서 한 발자국만 뒤로 갈 수 있다면 우린 다른 방향으로 여행할 수 있을 거야...
난 그렇다고 확신한다...

마크 트웨인은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관두자...
뽐내는 것은 고상한 취향이 아니니까...

헛간이나 집에서 일할 때면 종종 인생을 살면서 저지른 온갖 실수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얼른 그런 생각을 뒤로 밀어내고 수련을 떠올린다...
수련은 항상 불쾌한 생각들을 지워준다...
새끼 거위들도 수련처럼 마음에 위안을 준다...


여름...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코기에 비견할 만한 개는 없다...
코기는 예쁨 덩어리다...

코기들은 기품이 있다...
개와 고양이를 섞어놓은 것 같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혼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위선자가 되도록 훈련을 받는다...
‘하얀 거짓말’을 해서 의견이 다른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배운다...
느낌을 죄다 입밖에 내며 살지 못하는 법인 것을...

살다보면 맘에 없는 말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마뜩찮은 짓을 하는데도 고맙다고 하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해야 된다...
혼자 있으면 완전히 내 모습으로 지낼 수가 있다....
마음에 담아둔 말을 고양이에게 죄다 할 수도 있고,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염소들에게 분통을 터뜨리면 된다...
그래도 아무도 안 듣는다...

작약은 취하게 하는 향기를 지녔고, 아주 보드랍고 매끈해 보인다...
연분홍빛이 가장 맘에 들지만, ‘대초원의 달’이라는 흰색이 도는 노란색 작약은 마법처럼 아름답다...
작약의 이파리는 여름 내내 곱게 남아 있다...
걸레 모양으로 죽는 장미와는 달리 작약은 우아하게 죽는다...

인생은 짓눌릴 게 아니라 즐겨야 한다...
프라 지오반니가 한 멋진 말을 아는지?...
먼 곳에 사는 늙은 수도사였던 그는 성직 수여권자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을 적었다...
‘세상의 우울함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뒤,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 기쁨이 있습니다. 기쁨을 누리십시오.’...


가을...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지요.”...

저번 날 정원에서 일을 하다가 첫 캐나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 마치 원시 시대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맑은 날, 편지함 옆의 흰 자작나무 위로 흰 기러기떼가 날아가는 광경은 숨 막힐 만치 아름답다...

카누에는 묘하게 원시적인 구석이 있다...
아비(물새의 일종)가 노래 부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
아주 오래 전, 내 전생의 뭔가를 살살 흔드는 느낌...

카누가 크고 무거워 보여서, 나 혼자서 카누를 끌고 다닌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아한 눈길을 던진다...
하지만 카누는 바구니만큼이나 가뿐하다...
자작나무 껍질을 타고도 떠다닐 수 있다니 놀라울 밖에...

1830년대의 미국인들은 젊은 조국에 대해 열등감을 지녔다...
그들은 유럽이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나라면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을 보면 안다...
이 순결한 나라를 상상해보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밑에 덤불이 자라지 않는 숭고한 나무들, 순수한 강과 호수...
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의 숲을 없애버렸다...
나무는 사람들의 적이었고, 땅을 개간하느라 거대한 뿌리와 밑동을 태우는 연기가 하늘에 자욱했다...
우리 국민은 받은 것의 가치를 제대로 몰랐다...
토머스 제퍼슨이 그 광경을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을 텐데...
앤드류 잭슨(미국 7대 대통령)이 알았다면 욕을 퍼부었을 테고...

사람들은 날 장밋빛으로 본다...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다...
내 본모습을 못 보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지니는 것을...


겨울...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러워요.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답니다.”...

난 언제나 첫 폭설이 내리기 전에 냄새를 맡는다...
대기 중에 눈송이 냄새가 분명히 배어 있다...
내게는 기쁜 일이다...
눈과 겨울은 대환영이다...
양동이가 꽁꽁 얼고, 불을 지필 장작을 계속 끌어와야 되긴 하지만, 첫눈이 특히 아름다운 것은,
아직 나뭇가지가 얼지 않아 눈이 잘 쌓이기 때문이다...
밤중에 조용히 폭설이 내려서, 아침에 깨면 세상이 변해버리는 게 특히 좋다...
밖에 눈이 많이 쌓인 것은 아침에 침대에 누워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
눈이 내린 날은 침실에 비춰드는 햇빛이 아주 다르니까...
눈 내린 풍경은 그림 그리기에도 좋다...
무성한 잎사귀보다 한결 수월하다...
효과를 내기 위해 무수한 종류의 초록색을 쓸 필요가 없으니...
그저 파르스름한 그림자와 함께 희게 칠하면 된다...
또 눈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든다...
잔디, 잡초, 느릅나무의 윤곽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것들은 언제나 예쁜 꽃다발 같다...
느릅나무들도 마찬가지고...
멀리서 보면, 줄기만 보고도 골라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양이다...

가끔 건초를 던질 때면 한여름의 헛간 냄새가 풍긴다...
창문과 판자벽의 틈 사이로 해가 들어, 뿌연 공기 중에 빛줄기를 만든다...
하지만 나는 겨울에 여름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세익스피어가 잘 말했다...
‘5월의 새로운 환희속에서 눈을 그리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네.’...
바로 그렇다...
모든 것에 제철이 있는 법...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The Private World of Tasha Tudor)」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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