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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숲해설⑫(나무의 한 해는 위대했다)...

황승현 | 2015.01.19 19:03 | 조회 4041

1. '신갈나무 투쟁기', '나무의 죽음' 등...
10여권의 주옥같은 숲관련 책을 펴내며...
숲의 전도사로 명성을 쌓아가던 차윤정박사...
어느날 4대강 개발본부 부본부장겸 홍보실장으로 영전하며...
많은 분들로 부터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그녀의 '숲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차윤정은 이제 단순한 산림학자를 넘어선다.
철학자요, 종교인이요, 시인인 것이다'(문화일보)...


2. 이 한겨울...
이제야 지난 계절에 몰라본 나무의 성장을 봅니다...
부쩍 자란 의연한 모습을...


3. 지금은 무던히 인내하고 있지만...
깊은 겨울에서...
나무가 깨어나면...
숲은 원래의 왕성함으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큰 나무의 겨울은 위대하다...
무거운 눈이 쌓여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나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숲은 나무가 있어 더욱 아름답다...
흰 눈에 덮여 너른 들판처럼 휑한 겨울 숲에 우뚝 선 나무야말로 땅의 역사를 말해준다...
나무의 한 해는 위대했다...
무성한 이파리의 돋아남과 눈부신 성장, 비를 가리고 빛을 다듬고...
이른 봄, 나무의 새순은 허기에 지친 겨울 동물들의 기나긴 허기를 보상해주는 양식이었다...
순이 피어나면 움직이는 곤충의 애벌레들도 나무의 품에서 비상을 꿈꿀 수 있었다...
새들은 젖은 날개를 말리고 비행의 고단함을 달래며 나뭇가지에서 휴식한다...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줄기의 어느 구멍에서는 다람쥐가 깨어나고
허름한 줄기 속에서는 사슴벌레가 깨어난다...
나무가 드리운 그늘에서 비바람을 피한 야생화들은 붉고 노랗게 한밭으로 화려한 삶을 펼친다...

나무의 부지런한 생장은 숲의 여름을 무성하게 한다...
뿌리에서 잎으로 연결된 미세한 수로들은 끊임없는 물을 뿜어 올려 대기를 식히고
구름을 만들고 멀리 떠나보낸다...
지구를 돌아 고향을 찾은 물방울은 또 다른 일생을 맞이하기 위해 나무 위로 장쾌하게 떨어진다...
나무는 떨어지는 빗방울을 은근히 달래어 흙을 보호한다...

때로 짐슴에 치여 상처를 받기도 하고 바람의 폭력에 가지가 떨어져 나가도,
때로 진딧물이 어린 가지에 무성한 상처를 내어도 나무는 고집스럽게 버틴다...
상처에 솟아나는 달콤한 눈물은 목마른 곤충을 달래주고 부러진 가지는 나무좀의 거처가 된다...
꺾이고 흠이 난 가지는 또한 숲의 신비, 버섯들의 천국이 된다...

가을날 무성한 잎의 노동으로 열매가 달리면 도토리거위벌레는 알을 낳는 신성한 의식을 거행한다...
차가운 늦가을 바람에 후두둑 땅으로 쏟아진 열매는 겨울 준비에 분주한 뭇 짐승들의 배를 채우고
창고를 채운다...
한 치 두께로 내려앉은 낙엽은 흙을 따스하게 감싸는 이불이 되며,
이름도 제대로 없는 토양 생물들의 거대한 사회를 만들어준다...
지금처럼 눈이 내려 고요하여도
나무가 만든 양식과 낙엽은 눈 속에서 생물들의 지하 세계를 열어주는 창조주이다...
그러나 겨울 나무 자신은 탄소 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육중한 몸과 마른 가지들,
그것들은 태곳적부터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산화탄소가 나무에 갖혀 굳어진 전설이다...
나무의 전설 속에는 봄이면 바람이 방문했던 기억과
산새들이 재잘거렸던 수다와 가슴을 울렸던 먼 소쩍새의 기억이 잠자고 있다...
나무는 해마다 전설을 되새기며 숲의 수호신이 되어간다...
숲의 겨울은 나무의 주문일 수도 있다...
나무가 깨어나면 모든 주문도 깨어나고 숲은 원래의 활발함을 되찾을 것이다...


차윤정님의 '숲의 생활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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