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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은 밥상(귀농을 권유하는 이야기)...

황승현 | 2014.02.23 04:27 | 조회 2941

1. 흙을 만나는 것은 신을 만나는 일이며, 그리운 이를 만나는 일입니다...
날마다 신을 만나고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는 봄날이 오고 있으니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겠습니까?...

2. 입으로 온갖 좋은 말을 다 늘어놓으면서도 스스로 내뱉은 말의 백분의 일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그러니 가끔 자연의 너른 품 안에 안겨서, 스스로 내뱉은 말만큼 온몸으로 실천하고 살았는지 뒤돌아보아야겠지요...
그래야 작은 희망이라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테니까요...

3. 가만히 살펴보면 이 모두가 자기 자신과 식구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그들은 집을 마련하고도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승용차를 사고도 그 승용차가 내뿜는 매연을 마시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파산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내 아들이 대학에 붙었으면 대학에 붙지 못한 아들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거나 승진을 하면 나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승진도 못한 사람이 있는데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밥상(요약)....... 서정홍 지음...

“무소유는 훔치지 않는 것입니다. 필요하지 않으면서 어떤 것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것은 훔친 물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훔친 것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면 내버려 두십시오. 하지만 나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감히 소유하려 들지 않겠습니다.(간디)”...

“사람들은 흔히 깨끗하고 더러움에 차별을 둔다. 그러나 사물의 본성은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아니다. 우리는 마음이 집착하기 때문에 깨끗한 것을 가까이 하고 더러운 것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방편일 따름. 집착하는 마음(편견)을 떠나서 보면 모든 존재는 다 깨끗하다.(대품반야경)”...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가난 때문에 병들거나 죽지 않는다면 나는 가난만큼 큰 스승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못난 내게 이런 생각을 일깨워 준 분은 한 평생 우리말과 삶을 가꾸다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이십니다...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가난해야 물건을 귀하게 쓰고, 가난해야 사람다운 정을 가지게 되고, 그 정을 주고받게 된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이 넉넉해서 흥청망청 쓰기만 하면 자기밖에 모르고, 게을러지고, 창조적이고 슬기고 생겨날 수 없다. 무엇이든지 풍족해서 편리하게 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다 죽어 버린다. 가난은 어렸을 때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가난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가난하게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리 책을 통해 읽어도 자기 스스로 굶어 보지 않고는 굶주린 사람의 마음을 몸으로 알 수는 없다. 텔레비전으로 어떤 사람들의 가난을 보았다고 해도 그것은 가난을 구경한 것밖에 안된다.”...

어느 시인이 슬픔만한 거름이 없다고 하더군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그 슬픔이 모두 밑거름이 되어 험한 세상을 잘 견디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게 ‘하늘과 땅이 하나이듯이 삶과 죽음이 하나’라 했습니다...
그 때는 그 말뜻을 헤아리지 못했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어르신은 떠났지만, 어르신이 일구었던 땅과 나무와 짐승들이 바로 어르신의 또 다른 모습이란 걸 알았습니다...

흙을 만나는 것은 신을 만나는 일이며, 그리운 이를 만나는 일입니다...
날마다 신을 만나고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는 봄날이 오고 있으니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가난하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는다.(집회서 20장 21절)”고 했습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함부로 먹고 마시고 버리지 않았으며, 가난했기 때문에 사람을 깔보거나 억누르지 않고 살았으니 말입니다...

자연의 힘은 이 세상 그 어떤 교육의 힘보다 위대하다...

입으로 온갖 좋은 말을 다 늘어놓으면서도 스스로 내뱉은 말의 백분의 일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그러니 가끔 자연의 너른 품 안에 안겨서, 스스로 내뱉은 말만큼 온몸으로 실천하고 살았는지 뒤돌아보아야겠지요...
그래야 작은 희망이라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생각이 다릅니다...
어떤 이는 그저 자연이 좋아서, 어떤 이는 별빛 쏟아지는 들녘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오줌 한 번 누고 싶어서, 어떤 이는 일터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아이한테 고향(자연)을 물려주고 싶어서, 어떤 이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농촌으로 돌아옵니다...

스스로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사는 길이 자연과 모든 사람한테 이로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이 나라 곳곳에서 ‘미친 돈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돈이 돈을 번다는 자본의 논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지요...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입니까?...

나는 합천 황매산 자락에 이백 평쯤 되는 빈 집터를 일천만원을 주고 사서 어렵게, 어렵게 작은 흙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

십 년 남짓 농촌과 도시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으니,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일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 농업을 무너뜨렸습니다...
너도나도 편하게 살겠다고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나왔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모두가 자기 자신과 식구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그들은 집을 마련하고도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승용차를 사고도 그 승용차가 내뿜는 매연을 마시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파산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내 아들이 대학에 붙었으면 대학에 붙지 못한 아들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거나 승진을 하면 나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승진도 못한 사람이 있는데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농사꾼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남을 것입니다...
종교 지도자를 성직자라고 부르지만 농부야말로 성직 중의 성직입니다...
인간이 살아갈 생명의 힘을 생산해내는 것이니 그 이상의 거룩한 직업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이제부터라도 슬기를 모으고 용기를 가져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농사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갈 ‘인생의 그림’을 함께 그려 보지 않으시렵니까?...

쿠바의 카스트로는 의지와 신념만 있으면 행운이 무조건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믿으며, 힘들고 어려운 길을 헤쳐 나왔다고 합니다...

주의를 살펴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하늘, 땅, 공기, 물, 바람, 구름, 비, 안개, 소나무, 참나무, 민들레, 질경이, 미꾸라지, 잠자리, 제비, 나비, 벌...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우리 각자가 나름대로 누리고 있는 조그마한 행복마저도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의 대가임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나만이 누려야만 하는 특권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잘못도 헤아리게 됩니다...
그 행복을 이웃과 나누지 않으며 살았던 인색함도 반성합니다...
부단하게 자기 확장과 방종을 추구하는 교만 속에서도 그것은 교만이 아니라 자기 계발이고 자아실현이라는 구실로 살아왔습니다...
여기저기에 아픔이고 신음입니다...

농부는 ‘하늘이 내려 준 사람’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구나 싶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내 한몸 편안하게 살기 위해 공부하고,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 조건에 맞는 사람을 만나 남부럽지 않게 사는 꿈을 꿉니다...

송화차가 무어냐고요?...
깊은 골짝에서 자라는 소나무 새순과 꽃을 따서 황설탕과 아카시아 꿀을 조금 넣고 항아리에서 발효를 시키면 송화차가 됩니다...

문득 사람은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잠시 지나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세월은 쉬지 않고 흘렀습니다...
세월은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다더니 그 말이 딱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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