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5분 숲해설(8.11.월.느티나무)...

황승현 | 2014.08.11 18:07 | 조회 3148

1. 충북 괴산 도서관앞...
거대한 느티나무...
800여년전에 그 잎사귀처럼...
지금도 여전히 잎을 틔우고 있습니다...
그 위용과 품위에 압도당하지요...

수백 년 된 느티나무마다 전설과 사연을 주렁주렁 매단 채 떡 버티고 있는 폼이 종갓집 맏며느리같이 품위 있고 넉넉한 모습이다.
우리나라 전국에는 1천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25그루나 있어 대표적인 장수 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2. 봄...
충북 음성 수레의산 자연휴양림 가는길...
차곡리 앞 길에...
앞으로 천년을 기약하며 커가고 있는...
갓 회갑지났을 멋스런 수형의 느티나무...
봄에 아름다운 연초록 새잎을 피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무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나무의 황제'이다.

3. 한여름...
폭풍우를 잘 견뎌내고...
쑥쑥 자라고 있네요...


산림청은 새천년을 맞아 '밀레니엄 트리'로 느티나무를 선정하였다.
느티나무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지니고 있으며, 새천년동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수나무이기 때문이라 한다.

4. 가을...
풍요로운 들녘을 내려다보며...
내려놓을 준비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목, 귀목, 신목으로 받들어 봄에 트는 싹의 모양을 보고 길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흔히 우리나라를 소나무 문화로 알고 있으나 소나무를 널리 이용하게 된 것은 조선시대 이후이고
그 이전의 유물은 느티나무 문화가 대부분이다.

5. 겨울...
이 황량함을...
온몸으로 견뎌내야지요...

회화나무 등과 함께 옛 문헌에서 한자이름을 '괴', '거', '규', '괴목'이라 하였으며
우리나라 3대 우량목재로 오동나무, 먹감나무, 그리고 느티나무를 꼽는다.




저의 고향 마을어귀에도...
오래되고 우람한 느티나무가 서 있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많이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험한 일, 다 격고...
의연히도 살아왔다 싶습니다...
여기저기 패이고 잘리고...
그리고 썪어가면서...

이 느티나무는 많은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 옛날...
더운 여름 논일, 밭일후
이 느티나무 그늘...
물가에서 시원한 등목하던 청년의 아버지들을...

저녁이면...
느티나무 평상대에...
모깃불놓고...
옥수수, 감자 먹어가며...
이야기 꽃을 피우던...
우리네 꽃다운 시절 어머니들을...

여름날 소나기에...
비피해 달려들던...
그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무거운 가을걷이...
지게에 한짐지고...
힘겹게 지나다...
쉬어가던 그 아버지들을...

매서운 눈보라 불던 밤...
건너마을 마실다녀오던 아버지가...
이 느티나무 아래 지나며...
밤하늘 총총한 별들 처다보던 그모습을...

도시 올라가 공부한다는 자식들...
학자금 댄다고...
조상이 물려주신 피같은 전답팔아 올리며...
잠못이루던 늦은 밤...
이 느티나무 아래서...
긴 담배를 태우시던 장년의 아버지들을...

그 자식들...
어렵게 시집, 장가보내고 내려오던 길...
거나하게 취하여...
나무등걸에 걸터앉아 쓴 웃음짓던 노년의 아버지들을...

허리는 꼬부라지고...
다리는 휘어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도...
느티나무 아래로들 모여앉아...
말없이 저녘노을을 지켜보던 늙은 내 어머니들을...

이제...
다 늙어 쓸모없어지니...
하나, 둘...
상여타고...
지나며 구성지던 요령잽이의 서글픈 소리를...
이 '느티나무'는 기억하겠지요...

그리고...
멀리서 시집온 말 안통하는 며느리와...
늦게 얻은 젖먹이 손자 울음소리도...


http://blog.daum.net/hwangsh61/1316
http://www.sup.or.kr/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849개(21/93페이지)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모바일 홈페이지 PC모드 작동법 한국숲해설가협회 79162 2020.08.14 15:59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 안내 [4+1]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1431 2012.09.04 10:37
공지 협회 강의장 움터 대여 안내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3932 2012.05.11 17:39
1446 [일반] 전원일기(9.18.목.일상의 평범함에서 위대함을 발견)... 황승현 3678 2014.09.18 18:52
1445 [일반] 허물 벗는 의식(9.14.일)... 황승현 3506 2014.09.14 13:57
1444 [일반] 한강사랑 생태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세요 - 20세이상 - 무료프로그램 첨부파일 한강수계 테마원 3483 2014.09.12 15:51
1443 [일반] 전원일기(9.8.월.한가위 나들이)... 황승현 3343 2014.09.11 21:36
1442 [일반] 5분 숲해설(9.3.수.하늘을 맨처음 날다)... 황승현 3700 2014.09.03 15:55
1441 [일반] 전원일기(9.3.수.비내리는 초가을 아침)... 황승현 3346 2014.09.03 15:37
1440 [일반] 저자 초청 화요 열린 강좌 - 남효창(숲연구소 대표)의『나무와 숲: 숲 첨부파일 최윤희 3598 2014.09.01 14:49
1439 [일반] 전원일기(8.29.금.시계꽃 삽목하기)... 황승현 3709 2014.08.29 19:54
1438 [일반] 느티나무(이해영) 선생님을 사진으로 추모하며... 황승현 3460 2014.08.29 19:32
1437 [일반] 전원일기(8.27.수)... 황승현 3610 2014.08.27 10:33
1436 [일반] 9월 생태일지(溫柔와 謙遜)... 황승현 3307 2014.08.24 19:54
1435 [일반] 9월 생태일지(溫柔와 謙遜)-2... 황승현 3073 2014.08.24 19:50
1434 [일반] 5분 숲해설(8.21.목.숲속의 요정)... 황승현 3478 2014.08.21 13:08
1433 [일반] 〔국가자격증〕「산림치유지도사 1급과정」 수강생 모집 안내 김석원 3869 2014.08.21 09:21
1432 [일반] 〔국가자격증〕「산림치유지도사 2급과정」 수강생 모집 안내 김석원 3350 2014.08.21 09:19
1431 [일반] 김장용 무우, 배추 심기(8.20.수.전원일기)... 황승현 3946 2014.08.20 17:40
1430 [일반] 가장 탁월하고 가장 순종적인 船長(8.19.화.책읽기)... 황승현 3676 2014.08.20 14:07
1429 [일반] 비오는 날, 텃밭 일구기(8.18.월.전원일기)... 황승현 3082 2014.08.18 16:34
1428 [일반] 아버님 친구 아들, 이장 농사君子 상돈이(8.15.금.전원일기)... 황승현 3118 2014.08.17 13:25
1427 [일반] "탄천이 미래다!" 사진공모전 첨부파일 임홍순 2825 2014.08.15 10:11

  • 본 사이트는 이메일주소를 무단수집하는 행위를 거부합니다. [법률 제 8486호]

    주소 : 06753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 158(양재동 유창빌딩 4층)

    대표전화 : 02-747-6518 팩스 : 02-747-6519 이메일 : foresto123@hanmail.net

    Copyrights © 2020 www.foresto.org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