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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의 대화'(요한 페터 에커만 著)를 읽으며...

황승현 | 2014.07.19 11:26 | 조회 3211




옮긴이의 말...

"참다운 삶의 의미를 되새겨준 대화"...

이 책은 청년 시인 에커만이 대문호 괴테와 나눈 10년 간의 대화를 글로 기록한 작품이다.
요한 페터 에커만은 20대 중반에 괴테의 시를 처음 접하고 매료당해 이 원로시인과의 만남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그 뒤로 자신의 소중한 30대를 고스란히 바쳐, 무려 1천 번 가량이나 괴테의 집 문턱을 들락거리며
발품을 판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 대신 에커만 자신은 스스로도 위대한 시인이 되겠다던 애초의 꿈을 접고 말았지만,
우리에게 이 불후의 명작을 안겨주는 공적을 남기게 되었다.

영원한 지성 니체는 '괴테와의 대화'를 일컬어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양서"라고까지 극찬했다.
어쩐지 칭찬에 인색할 것같아 보이는 니체를 그토록 매료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번역에 매달리던 기간 내내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이제야 그 의문이 풀리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우선,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져 왔던 괴테의 작품과 사상이 대화를 통해 흥미롭게 전달된다.
대가의 삶과 창작 과정이 한눈에 잡힐 듯이 선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작가로서의 진정성과 치열한 자세가 돋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와 대상은 인간과 세계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어서 실로 그 한계가 없어 보인다.

괴테는 여러 나라의 문학은 물론 동서고금의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에 두루 해박한 지식을 펼쳐 보이며
자신의 관점을 피력한다.
이 과정에서 무척 놀랍고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우리의 머릿속에 별개의 존재로만 각인되어왔던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괴테와 직접 교류하며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나폴레옹과 헤겔이 그렇고 베토벤과 모차르트도 괴테와 나눈 대화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괴테가 시인이었던 만큼 문학 얘기가 대화의 중심이 된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와, 영국과 프랑스 문학에 관한 이야기도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자신 위대한 시성으로 추앙받는 괴테지만, 국내외 작가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도량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익스피어를 '위대한 심리학자'이자 '스위스 산맥과 같은' 존재로 비유하는가 하면,
바이런을 '고금을 통틀어 가장 생산적'이며 '현대 그 자체와 같은' 작가로 꼽기도 한다.
또한 어릴 적부터 몰리에르한테서 배운 바가 많고, 월터 스콧에게서 새로운 기법을 찾았다고 밝히면서,
베랑제와 빅토르 위고의 재능에 대해서도 찬사를 던진다.
더 나아가서 중국문학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괴테의 관심과 이해의 스펙트럼은 비단 문학예술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형예술과 음악, 건축과 연극, 역사와 정치, 철학과 종교 등에 관한 그의 관점이 모두 이 책에 함축되어 있다.
게다가 한편으론 자연과학자이기도 했던 괴테였으니, 자신의 색채론이나
여러 가지 자연 현상 등에 관한 설명도 대화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성서의 내용에 대한 그의 주관적인 해석은 그 어떤 성서 해석학자의 설명보다 더욱 명쾌하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괴테가 파고 들어간 광대한 지식의 광맥에 그저 놀랄 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매력이 이것뿐이라면 나부터가 어렵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은 이렇게 심오한 주제들을, 오히려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듯이
편안하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론 에커만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괴테와의 대화'는 무슨 거대한 담론만 담고 있는 게 아니라, 괴테 일상의 자잘한 뒷얘기까지 전해주고 있다.
손자들의 재롱에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든가 며느리하고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에서는,
왠지 다가서기 어려울 것만 같은 이미지의 괴테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첫사랑을 회상하며 감상에 젖는 노시인의 모습은, 대문호에게 결례되는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어찌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이 책에 대한 니체의 저 유명한 평가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제목의 저서에 나오듯이,
우리는 여기서 '너무나 인간적인' 괴테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2000년 11월 9일 옮긴이 박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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