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향긋한 복숭아 따기(8.2.토)...

황승현 | 2014.08.02 11:57 | 조회 3185

1. 이른 아침...
아침식사도 하기전에...
덥기전에 복숭아를 따고 계십니다...

2. 내일...
이사한 서울 여동생집도 들려야 하고...
손녀들에게도 가야하신다고...
좋은 것으로 골라...
2 상자를 채우고 계시지요...

3. "썩어 떨어지는 것이 반이다, 제대로 관리했어야지~ 아이고 아까워라~"...
두런두런 말씀하시며...
2 상자를 채워넣으셨네요...
앞쪽의 상품은 여동생네 것...
뒤쪽은 손녀들 것...

4. 아침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향긋한 복숭아 향이 그늘에 가득합니다...

5. 한창 맛이 들어가는 복숭아...
지난 6월 12일 봉지씌운다고 애쓰던 생각도 나지만...
예쁘게 실하게 커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좋습니다...

6. 1/3은 썩어서 또는 새들이 쪼아서 떨어지고...
오늘 100여개, 1/3을 땄습니다...
복숭아 한그루에 열매 300여개...
봉지 씌우기전에 자잘한 열매는 솎아냈어야 했는데...
아까워서 놔뒀더니...
나무가 고생...
너무 힘드는지...
나무스스로 떨어트려 솎아내기도 하더군...
열매키운다고 애쓴다고 거름도 듬뿍듬뿍주시던 어머니...
"얼마나 기특하냐! 이 나무가 효자자 효자, 군자다 군자~"...

7. 서울 가져갈 복숭아 2 상자는...
현관 안에 고이 들여놓으시고...
썩어 떨어진 복숭아를 다듬고 계십니다...
"썩어 떨어진 것, 버리기 아까워 주워다 먹다보니, 이제 신물이 나는구나!"...

8. '파지'라고 하나요?...
향이 물씬물씬 풍깁니다...
향에 취하는군요...

9. 물에 살짝 씻은 복숭아...
싱그러워 보이지요...
원래...
복숭아는 부드러운 솔로 털어서 먹는 것이랍니다...

10. 저만의 복숭아 맛나게 썰어먹기...
복숭아를 바로세워...
결따라 오른쪽부터 씨앗을 고려하여 자르지요...
그리고 왼쪽...
다음은...
모서리 부분을 차례로 제단하면...

11. 이렇게...
과육만 도려낼 수 있습니다...
먹기에 편하지요...
좌우 둥근 과육은 칼로 세등분하면 먹기 더욱 좋습니다...

12. 알뜰하게 씨앗부분만 남았습니다...

13. 오른쪽의 많이 익은 복숭아는 껍질을 벗겨서 먹고...
왼쪽 적당한 과육은 그대로 먹으면 됩니다...
향과 함께...
꿀물이 가득합니다...
'왜 신선이 좋아했는지 알 듯하지요'...






'폴짝폴짝'...
어스름하게 날이 밝아오는데...
방바닥에서 들리는 소리...

윙윙거리는 모기소리에 신경쓰면서...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상상하지요...

'뭐지?'...
벽에 부딪쳤는지...
똑같은 동작소리...
'폴짝폴짝'...

거실에서...
"큰애야~ 날덥기전에 복숭아 따자~"...
깜박 늦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청개구리가 들어왔구나!"...
"된장찌게에 넣어 끓이세요!"...
심했나요?...

서울에서 고향으로 낙향하신지 올해로 12년째...
그 때 사다심은 복숭아나무 한그루...
수령이 15년은 될 듯...

복숭아가 어른 주먹만하게 커가니...
가지가 축~ 처져서 힘겨운 모습입니다...

지난 6월 노란 봉지 씌울 때...
자잘한 열매는 솎아냈어야 했는데...
아깝다고...
그 많은 열매, 봉지 씌운다고 고생...
나무는 나무대로 고생...
복숭아가 자그만치 300여개 매달고 있으니...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거름과 퇴비를 듬뿍듬뿍 나무 주위에 북돋아 주시며...
덕담을 많이 하셨지요...
"네가 효자다 효자~, 네가 군자다 군자~ 장하구나~"...

날이 가물고 덥다보니...
이제 한창 익어갈 때인데...
하루에도 대여섯개씩 떨어집니다...
벌레먹어서, 새들이 쪼아서...

두 노인양반들이...
아침마다...
집옆 복숭아 나무 아래를 서성이시지요...
'오늘은 몇개 떨어졌다'가...
하루 이야기 거리입니다...

오늘...
어머니와 향긋한 복숭향을 맛으며 복숭아를 땁니다...
내일 서울, 저의 여동생, 일산에서 문정동으로 이사했다고...
그리고 서교동 손녀들에게 갔다주실 거라고...

"봉지를 살짝 들춰보아 불그스레하면 익은 것이다"...
"........."...
"아니면, 손으로 살짝 만져서 익은 느낌이 오는 것을 따면 된다"...
"........."...

잘 익은 것, 찿기가 쉽지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썩어서 벌레가 꼬이는 것들...
떨어져 봉지만 남은 것들을 따거나 벗겨냈지요...

어머니는...
어머니 키 크기만한 가지에서...
복숭아를 따십니다...
"역시 햇살을 잘 받은 곳의 복숭아가 크고 잘 익는구나!"...

높이에 있는 복숭아는...
지난번 아버님과 만들어 놓은...
받침대를 놓고 올라가서 익은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커다란 대야와 양동이에 가득 따서 채우시고...
복숭아 그늘에 앉으셔서...
서울 가져갈 것을 고르시네요...
"아이고 아깝게~ 잘 익은 것은 벌레가 다 먹었구나~"...

여동생네 한 상자...
손녀들 것 한 상자...
나머니 파지도 한대야...
더 썩은 것도 한대야...

상자 2개를 현관에 고이 들여놓으시고...
아랫마당 수돗가로 내려가셔서...
상태가 안좋은 썩은 복숭아를 칼로 다듬고 계십니다...
한입 베어 입에 넣으시며...
"달기는 달다~"...

좋은 것은 자식, 손자들...
안좋은 것은 당신들 몫이라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지요...

그래서...
어려서는...
'우리 엄마는 좋은 것은 못 먹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쌀떨어질까봐, 밥도 마음 것 못드셨다'는 내 어머니...
"그 때는 다들 그랬었다. 못입고, 못먹고~"...

이제 살만하시니...
몸이 예전같지 않으시고...
세상 인심도 야박해졌다시는 내어머니...

향긋한 복숭아 향같이...
꿀물같은 복숭아 맛같이...
남은 여생이...
향긋하고 꿀맛같이 좋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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