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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WALDEN' 중에서...

황승현 | 2014.04.25 00:08 | 조회 2842



6월이 되자 천성이 수줍은 새인 들꿩 한 마리가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집뒤의 숲에서 나와 창문 앞을 지나
집 앞쪽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암탉처럼 꾸꾸 소리로 새끼를 부르면서 앞장서 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숲 속의 암탉이었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어미의 신호를 받은 들꿩 새끼들은 마치 회오리바람에 불린 듯 순식간에 흩어지는데,
그 모습이 마른 잎사귀나 나뭇가지와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에 길 가는 사람은 그 새끼들 한가운데 발을 딛고
서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자기 근처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 어미새는 갑자기 날아오르면서 요란한 날갯소리를 내거나 불안에 가득 찬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는 날개를 땅에 질질 끄는 모습을 보여 그 사람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어미 들꿩은 어떤 때는 털을 풀어해친 모습으로 길 가는 사람 앞에서 뱅뱅 돌거나 몸을 구르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짐승인지 일순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새끼들은 나뭇잎 밑에 고개를 처박고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으면서 멀리에 있는 어미로부터
지시만을 기다리며,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나거나 자신의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 그 사람은 새끼 한 마리를 밟거나 1분 이상 그 새끼들을 바라보면서도 알아보지 못한다...

언젠가 한번 나는 들꿩 새끼들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적이 있었는데, 어미와 본능에 충실한 새끼들은
두려워하거나 떠는 일없이 가만히 쪼그리고 있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본능은 너무나도 철저하여 한번은 내가 새끼들을 집었다가 다시 나뭇잎 위에 내려놓을 때 잘못해서 한 마리가
옆으로 눕혀졌는데, 10분 후에 다시 보니 이놈을 포함한 모든 새끼들이 내가 놓은 자세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들꿩 새끼는 다른 새들의 새끼와는 달리 털이 제대로 나 있으며, 병아리보다 빨리 어른이 된다...
새끼들의 맑은 눈동자에 담긴 어른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표정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아는 영특함이 그 눈에 비쳐 있다...
그 눈은 유아기의 순수성뿐만 아니라 경험에 의하여 맑아진 지혜를 담은 듯하다...
그런 눈은 들꿩이 태어났을 때 생겨난 것이 아니고, 그 눈에 비친 하늘과 동시에 태어난 것이다...
그와 같은 보석은 숲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처럼 맑은 샘을 나그네가 들여다볼 기회는 흔치 않다...

무지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사냥꾼이 이런 시기의 어미 들꿩을 총을 쏘아 죽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은 떠돌아다니는 짐승이나 새의 먹이가 되거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썩은 잎사귀들과 결국에는 섞여버리게 된다...
암탉에 의해 부화된 들꿩 새끼들은 무엇에 놀라 흩어지는 경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자기들을 부르는 어미새의 소리를 영원히 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들꿩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암탉과 병아들인 것이다...


출처 :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WALDEN'중 '이웃의 동물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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