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터인지...
아버지와 멀어지게 되었지요...
내생각이 옳다고 믿기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께서 늙어가시며 고집이 세어지기 시잘할 때부터...

오늘은 어머니께서 서울 병원에 올라가시는 날...
이른 아침부터 식사준비에 분주하시고...
틈틈이 올라갈 준비에 종종 걸음이십니다...
저도 별난 품성이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강직하시고 고집이 세시지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아쉬운 소리하기 싫으셔서...
서너번씩 버스를 갈아타시며 다녀오시는 서울길...

이른 아침...
버스정류장까지 모셔다드리고 출근하다보면...
늘 죄송스러운 생각입니다...
막연한 안개처럼...

서울 이모님댁에서 주무실 요량으로 이것저것 채비며...
먹을 것 준비를 하셨는데...
서울사실 때 친구분들에게 주실 먹거리도 한아름...
노인양반 근력도 좋으시지요...
특히 최근 혼자 되셨다는 친구분을 위해서...
바리바리...

그 넓은 시골집에 달랑 아버지와 저, 둘...
퇴근하면 불편이 시작됩니다...
퇴근 걱정을 하고 있는데...
오후 늦게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몇시에 퇴근하냐?, 조금 일찍 나와라, 저녁 나가서 먹자”...
매일 집에서 김치에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시다보니...
육고기를 드시고 싶으신 모양이시네요...
평소에...
“늙으니 고기가 더 먹고싶구나, 기력을 보충하려면 육고기도 먹어야된다”...
그러다보니...
식탁에 육고기가 보이지 않은면...
괜시리 심통을 부리시곤 하셨지요...

평소보다 30여분 일찍 집에 도착하여...
아버지차로 집을 나섰습니다...
“뭐 드실래요?”...
“일죽가서 소고기 먹자”...

안성시 일죽 축산물공판장...
고기도 믿을 수 있고, 맛도 좋아 한차례 가본적이 있습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고르고, 식당으로 이동하여 구워먹는 곳이지요...
부드러운 고기를 사는데...
아버지께서 금액을 지불하시네요...

숱불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
적막하더군요...
맥주 한잔하며 고기 익기를 기다려...
접시에 올려드리니 맛나게 잘 드시네요...
“너도 먹어라”...
한참을 구워드리고 먹었습니다...
상추에, 양파 겉저리에 싸서 드시는 모습을 뵈면서...
가끔 뫼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말이 필요없습니다...
저희 부자는...
영혼없는 말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에...

후식으로...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비빔냉면을 시켜 먹었습니다...
맵기도 하여 육수를 부어 물냉면을 만들었지요...
맛있네요...

원래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
또 계산대로 가시길래...
제가 앞서 계산을 하였지요...

식당을 나와 식후 담배를 태우시며...
두런두런 이야기하십니다...
차를 타고 오시면서도...
지나오는 마을 유래에 대하여...
고려왕조 창업공신중 한사람인 ‘이숙번’...
그 ‘안성 이씨’ 종가집이 이곳이라고...
우리집앞 ‘장군터’는 왕건이 전투하다 다치신곳이고...

아버지와 아들...
오늘은 별일없이 지나가네요...
아버지와 아들 사이...
풀리지 않는 숙제...
‘홍길동 콤플렉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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