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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보는가...

황승현 | 2014.01.24 20:20 | 조회 3050

첫번째 어린묘(A)는 아무 처리도 하지 않았고...
두번째 어린묘(B)는 끝을 잘라 냈다...
세번째 어린묘(C)는 끝에 빛을 통과시키지 않는 캡을 씌웠고...
네번째 어린묘(D)는 투명한 유리캡을 씌웠다...
다섯번째 어린묘(E)는 몸통 가운데 부분까지 빛을 통과하지 않는 관을 씌웠다...

이 간단한 실험을 통해 다윈은 식물의 싹끝에 빛이 닿은 결과로 굴광성이 일어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식물은 싹을 통해 빛을 보고, 이 정보를 몸 가운데 부위로 전달해 어느 방향으로 구부러질지 말해 준다...
이 실험으로 식물의 기초 시각을 입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식물은 알고 있다 - 식물은 어떻게 보는가 -

이런 생각은 어떨까.
식물이 당신을 본다.
사실 식물은 언제나 자기 주변의 시각적 환경을 예의 주시한다.
당신이 식물 가까이 가면 식물은 당신을 본다.
당신이 자신을 가리고 섰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당신이 파란 셔츠를 입었는지 빨간 셔츠를 입었는지까지 안다.
당신이 집에 페인트를 칠한 것, 화분을 거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옮긴 것도 안다.

물론 식물은 당신이나 나처럼 형상으로 ‘보지’않는다.
하지만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보고,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색상들을 본다.
식물은 우리 살갗을 때우는 자외선을,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적외선을 본다.
식물은 촛불처럼 빛이 거의 없을 때, 한낮일 때, 빛이 지평선 너머로 질 때를 구분한다.
식물은 빛이 왼쪽에서 비출 때, 오른쪽에서 비출 때, 또는 위에서 비출 때를 안다.
다른 식물이 자신에게 올 빛을 가로막으며 자신 위로 자란 것을 안다.
그 빛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비추었는지도 안다.

그렇다면 이것을 ‘식물의 시각’이라고 해도 될까?
(중략)

다윈과 그의 아들은 매우 간단한 실험으로 (빛을 향해)식물이 몸을 구부리는 것이 식물이 빛을 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 때문이 아니라, 빛을 향해 움직이려는 내재된 예민함 때문임을 발견했다.
(중략)

이 굴광 현상은 항상 어린식물의 줄기 끝에서 2.5cm 정도 아래라는 동일한 위치에서 일어났다.
다윈의 굴광성 실험을 통해서 식물의 싹 끝에 빛이 닿은 결과로 굴광성이 일어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식물은 싹을 통해 빛을 보고, 이 정보를 몸 가운데 부위로 전달해 어느 방향으로 구부러질지 말해 준다.
이 실험으로 식물의 기초 시각을 입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략)

(낮과 밤의 길이 차이에 따라 개화하는)‘광주기성’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식물이 스스로 받는 빛의 양을 측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강력한 단서가 되었다.
많은 식물들이 낮이 짧을 때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런 식물들을 ‘단일(短日)식물’이라고 한다.
국화와 콩이 여기에 속한다.
어떤 식물은 꽃을 피우려면 낮 시간이 길어야 한다.
붓꽃과 보리가 이런 ‘장일(長日)식물’에 속한다.
이제 농부들은 식물이 보는 빛을 조절해 농업 일정에 맞추어 꽃을 피우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광주기성’이라는 개념은 과학자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신호탄이 되었다.
‘식물은 낮의 길이를 잴까? 밤의 길이를 잴까?’
‘식물이 보는 빛의 색은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 무렵 과학자들은 그저 한밤중에 재빨리 불을 켰다가 끄기만 해도 꽃이 피도록 식물의 개화시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콩같은 단일식물은 한밤중에 단 몇분만 불을 켜주는 것으로 꽃을 피우는 것을 며칠간 막을 수 있었다.
반대로 과학자들은 한밤중에 아주 짧은 순간 동안 빛을 비추어(낯이 짧은 시기에는 정상적으로 꽃을 피우지 않는) 붓꽃같은 장일식물을 한겨울에 꽃 피우게 했다.
이런 실험들로 식물이 ‘낮’의 길이가 아닌 지속되는 ‘어둠’의 길이를 잰다는 것을 입증했다.

과학자들은 식물들이 보는 빛의 색상도 궁금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참으로 놀라웠다.
식물종과 상관없이, 실험한 모든 식물은 밤에는 적색광에만 반응했다.
밤에 비추는 청색광이나 녹색광은 식물이 꽃 피우는 시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단 몇초의 ‘적색 불빛’은 영향을 미쳤다.
식물은 실제로 색상을 식별했다.
식물은 청색광으로 몸을 구부릴 방향을 알고, 적색광으로 밤의 길이를 잰다.

1950년대에 식물에게 미치는 적색광의 영향을 초적광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초적광’이란 밝은 빨강보다 조금 더 긴 파장을 가지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빛으로, 땅거미가 질 때는 겨우 보인다.
더 명확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보통 밤이 길어지면 꽃을 피우지 않는 붓꽃에게 한밤중에 적색광을 한 방 쏟아 준다.
그러면 그 붓꽃은 자연 상태에서 자란 붓꽃만큼이나 밝고 아름답게 핀다.
하지만 적색광을 쏜후 곧바로 초적광을 비추면 붓꽃은 애초에 적색광은 본적도 없는 것처럼 된다.
초적광을 비춘 후에 적색광을 비추면 꽃이 핀다.
하지만 다시 초적광을 비추면 꽃이 피지 않는다.
이렇게 무한 반복이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빛은 그리 많은 양도 아니다.
두 색상 모두 단 몇 초만으로 충분하다.

마치 빛으로 작동되는 스위치와 같다.
적색광은 꽃을 피우고, 초적광은 꽃이 피지않게 한다.
보다 철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식물은 마지막으로 본 색을 기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화를 조절하는 적색광과 초적광을 보는 식물의 부위는 정확히 어디일까?
다윈의 굴광성 연구로 우리는 식물의 ‘눈’이 줄기 끝에 있지만 빛에 대한 반응은 줄기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광주기성을 보는 ‘눈’도 식물의 줄기 끝에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한밤중에 식물의 다양한 부위에 빛줄기를 쏘아보면, 단 한 개의 잎사귀에만 빛을 비추어도 식물 전체를 개화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중략)

지각하는 수준에서 보면 식물의 시각은 인간의 시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식물에게 ‘빛’은 ‘밥’이다.
식물은 빛을 활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당분으로 바꾸고 동물들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동물과 달리 고착생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식물은 자신만의 음식을 찾을 능력 즉, 빛을 찾아내고 그것을 차지하는 능력을 가져야만 했다.
이는 곧 식물이 빛이 있는 장소를 알아야 하고, 동물처럼 먹이를 향해 움직이기보다도 먹이를 향해 자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중략)

식물은 생존하기 위해 주변의 역동적인 시각적 환경을 인식해야 한다.
식물은 빛의 방향, 양, 길이, 색 등을 알 필요가 있다.
식물이 눈에 보이는 전자기 파장을 감지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식물은 우리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보지만, 영상을 보듯 보지는 않는다.
식물에게는 빛의 신호를 그림으로 바꾸는 신경체계가 없다.
대신 식물은 빛 신호를 성장에 필요한 다른 신호로 바꾼다.
식물에게는 눈이 없고,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잎이 없다.
하지만 식물과 우리는 모두 빛을 감지한다.
식물은 시각 신호를 생리적으로 인지 가능한 명령으로 바꿀 수 있다.
(중략)

체내시계의 기초적인 청색광 조절단계에서 보면, 식물과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본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토록 경이로운 것이다.


이스라엘 식물학자 ‘대니얼 샤모비츠’의 「식물은 알고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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