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소머리 국밥먹는 날이면...

뚝배기 진한 소머리 국밥에...
잘게 썬 청양고추를 듬뿍 넣고...
버얼건 다대기를 한 수저 넣어...
휘휘 저어서 따끈한 국물을 떠마시면...
얼큰한 맛에 속이 시원하고 가슴까지 따뜻해집니다...

추운 겨울철 시골 노인양반들 기력이 떨어지신 듯하면...
장터 국밥집으로 가시지요...
장도 보며 눈요기도 하고, 이런 저런 소식들 들으려고...

아버님 서울출타하신 어느날...
점심시간에 맞추어 어머니와 장호원 국밥집으로 갔습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장날이라고 차량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네요...
장터의 명물, 펑튀기장...
작년에 늦둥이 아들이 사법고시에 최종합격했다고 시끌벅적했었지요...
그 할아버지, 할머니 여전히 분주히 작업하십니다...
비닐막 안에서 차례 기다리는 할머니들...
그리고 구수한 냄새...
따스한 장터풍경의 백미네요...
모퉁이 돌아서면 겨울 해물의 제왕, 명태가 있는 해물좌판...
커다란 해물들이 싱싱합니다...
앞치마 두른 아저씨, 아주머니, 커다란 칼놀림이 분주한데...
연신 연탄난로에 손을 녹이시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군요...
과일좌판의 풍성한 과일들...
달콤새콤한 귤이 한창이고, 곶감도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아주머니 등에 업힌 아이 얼굴이 해맑습니다...

장터는 역시 먹거리...
커다란 국밥코너에 솥의 국밥훈기와 함께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부터, 중년분들...
반주로 소주, 막걸리를 곁들여 맛나게 드시네요...
추운 날씨 얘기를 해가며...

어머니와 단골 국밥집으로 갔습니다...
장호원장 초입에 있는 10평 남짓한 아늑한 국밥집...
노인들 몇분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계셔서...
편하게 온돌마루방으로 올라가서 국밥을 시켜먹었습니다...
인사성바른 주인 아주머니...
“추운데 나오셨네요?”...
“삼시 세끼 밥하는 것 싫어서 아들하고 점심먹으러 왔네,
다리는 다 나았는가?“...
“그저 그래요”...
“무거운 뚝배기 들고 다니는 것, 쉽지 않지, 이 청년이 아들인가?,
군대는 갔다 왔고?, 아들이 거들어 주니 조금 났겠네“...
어머니의 사나이 평가는 ‘군대를 갔다 왔나’입니다...

뚝배기 고기를 제게 덜어놓으시네요...
“나는 지난번 큰외삼촌하고 와서 먹었단다. 많이 먹어라”...
“......”
“오늘 국물은 더 좋네”...
아들이 계산할까봐, 밥값 미리 내놓으시며...
“아들이 자식 셋 학비댄다고 허리가 휘어지니, 점심은 내가 사야지”...
돈을 내놓으시면서도 아들생각을 해주십니다...
청양고추가 제 맛이 났는지...
엄청 얼큰하여, 이마에 땀이 베이고, 입이 얼얼하네요...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먹어야 먹은 듯하다지 않습니까...

장으로 어머니와 국밥먹으러 가는 날은...
이렇게 많이 배우며 생각이 많아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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