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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캐던 날...

황승현 | 2013.10.21 15:33 | 조회 2437

1. 오늘 아침도...
또 다른 녀석이 매달려있습니다...
서리가 녹아내린 이슬을 흠뻑 적시고...
무겁겠네요...

2. 늦각이 이녀석 쑥부쟁이도 힘겨운 아침입니다...
쑥을 캐러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 딸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지요...
꽃지름이 2.5cm내외...

3. 주말 오전...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려 어머니와 고구마를 캤습니다...

4. 고구마를 한참캐는데 함께 나왔네요...
커다란 고구마에 무엇이 파먹은 듯한 것이, 이녀석 소행인가요?
무엇인지요?...

5. 뒤늦게 텃밭으로 올라오신 아버님...
또다른 고랑에서 고구마를 캐십니다...

6. 녀석...
오리같기도 하고 특이하네요...

7. 배추가 썩어간다고, 솎아내고 계십니다...
너무 일찍 심었는지...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8. 겨울 양식으로...
산밤주워와 까서 말리시고...
귀한 표고버섯도...
호박꼬지도...

9.지난번 비온후 갑자기 추워진다기에...
아랫마당 텃밭에서 키우던 바나나 나무 두 그루...
보온이 되는 평상대 안으로 옮겼지요...
동생내 카페에 갔다놓으면 좋겠다는 어머니 말씀에...

10 .계룡시 엄사면 엄사리...
멀리 계룡산 정상이 보이고...
내려다보이는 교차로...
네모난 블록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듯 하여 한참을 내려다보았지요...
느티나무에 단풍물이 들어가고...




이슬이 많이 내린 주말아침...
새벽녘에는 서리도 내렸던 듯...
산책하는 들녘 여기저기 결빙자국이 있더군요...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려...
9시가 훌쩍 넘어서야, 어머니께서 장화를 신으시고 빈 박스와 호미를 챙겨 외발수레에 올려 놓으시고 텃밭으로 올라가시네요...
들녘에서 일할 때 쓰시는 모자와 낫을 들고서...
“올라올 때 끌고 오너라”...

그래서 아버님 긴 장화를 꺼내 신고, 외발수레를 밀고 올라갔습니다...
외발수레가 다닐 수 있게 낫으로 덤불들을 가지런히 제쳐놓으시고 가시네요...
그리고 제게 낫을 주시며...
“이쪽 안고랑 세 개만 캐잤구나, 나머지는 새롬이네가 와서 캐가게, 그년이 지 아빠하고 고구마를 잘 캐더구나, 재미있어하고”...

그래서 낫으로 고랑을 따라 줄기를 제거하여 경사지에 얹어놓고...
비닐은 걷어내어 장마비로 흙이 패여 움푹한 곳에 묻어 매웠지요...
요즈음 농촌 일손 일당이...
서서 고구마 순과 비닐 걷어내는 남자들 품삸은 5만원...
앉아서 고구마 캐는 여자들 품삸은 4만원이라네요...
무성한 줄기를 낫을 쳐나가는 것도 손목이 아프고 허리도 아픕니다...

이제 기대와 함께 어머니께서 한 고랑을 파나오시네요...
“에게게~, 이게 뭐냐?, 고구마 농사 헛졌나보다, 작년에는 씨알이 굵어서 캐는 것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는데”...
소나무 그늘이 있어서 그러냐는 둥...
매년 고구마만 심어서 땅힘이 떨어져 그러냐는 둥...
내년에는 고구마 농사고 뭐고 짓지 않겠다는 둥...
고구마 캐시며 궁시렁 궁시렁하시네요...

“에이고~ 남들 고구마 캔밭에 가서, 고구마 이삭이나 줍는 게 났겠다”...
말씀이 끝이 없으시네요...
하루하루 외딴집에서 말수 없으신 아버님과 사시다 보니 재미가 없으셨는데...
주말이라 모처럼 아들이 말장단 해드리니, 두런두런 말씀하십니다...

어머니가 고랑파고 지나간 자리에 때깔좋은 고구마들이 나란히 보기좋네요...
그렇게 한 고랑을 파고, 두 번째 고랑을 파나오니, 씨알이 제법 굵어지는 듯...
“어라~ 이 고랑은 그래도 씨알이 좋네”...
말씀하시며 어투가 밝아지십니다...

거실에서 TV를 보시던 아버님...
아랫마당 평상대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으시고...
텃밭으로 올라오십니다...
심심하고 궁금하셨겠지요...
어머니와는 반대쪽에서 새 고랑을 캐나오시네요...
“이쪽 맞은 편 고랑 먼저 캐고 그 고랑은 나중에 캐요”...
어머니 말씀에 아랑곳 않으십니다...

따사한 햇살이 좋은 오전...
그렇게 허리 아프게 고구마를 캤지요...
아침을 든든히 먹었는데도 갈증도 나고 허기도 졌습니다...
호미자루가 자꾸 빠지는 듯한 듯, 손보고 올라오시던 아버님께서...
사과를 칼과 함께 서너개 가져와 박스위에 놓으시네요...
“사과 가져오면 뭐하노, 깍아줘야지, 이 손으로 어떻게 깍아먹남?”...
어머니 성화에, 조용히 사과를 깎아 빈 박스위에 얹어 놓으십니다...

어머니께서 입에 하나 무시고, 하나더 집어다 제 입에 넣어주시는데...
그 맛이 꿀맛이지요, 꿀맛...

고구마 세 고랑 파는데 세 시간여 걸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고구마 굵기별로 선별하여 박스에 담으시네요...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우리는 잔챙이 먹을 테니, 너네하고 동생네는 실한 것들 갔다 먹어라”...
그렇게 고구마 잔챙이들 한 박스와 실한 두 박스가 담겨집니다...

이 잔챙이들은 눈오는 깊은 겨우내, 화롯불에서 부모님들의 요긴한 군것질꺼리가 되겠지요...

힘겹게 외발수레에 고구마 두 박스를 실어 나르고...
외발수레로 잔챙이 한 박스와 호미 등을 챙겨 밭에서 나오는데, 배추와 무를 솎아서 주시네요...
“집에 갈 때 가져가서 김치담그라고 해라, 며느리한데”...

아랫마당 수돗가에서 장화를 씻어 말리고...
늦은 점심으로 맛난 국수를 먹었습니다...
말씀들 없이...

조용한 오후...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고 일을 했더니, 노곤하였지요...
그래서 꿀같은 낮잠을 청했습니다...
모두들...

어머니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30여분을 누워있었나요...
거실에 따사한 오후 햇살이 가득하고...
남동생과 통화하시는 듯...

오후 3시경 남동생이 내려왔습니다...
아버님은 동생오기전 내일이 어재연장군(구한말 강화도를 수비하다 순국) 형제 위폐를 모신 충장사 시제 준비차 출타중이시고...
아직도 훈남인 동생은 건설회사 임원을 마치고 퇴임하여, 모 대학 기숙사에서 까페를 운영하고 있지요...
가까운 서울인데도 얼굴보기가 싶지 않네요...

아랫마당 텃밭에서 실하게 키운 바나나 나무 두 그루...
지난번에 갑자기 날이 추워진다하여 비닐로 둘러쳐 보온이 되는 평상대에 옮겨 들여놓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그래서 엊저녁, 동생에게 바나나 사진과 함께 가져가라고 카톡을 보냈지요...
어머니께서 동생 까페에 갔다 놓으면 좋겠다시길래...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왔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바나나 나무를 차에 옮겨실습니다...
잎사귀 상하지 않토록 비닐을 씌워서...
어머니까지 나오셔서 이렇게 실어라, 저렇게 실어라 잔소리 하시고...
이어서 오늘 캔 고구마 한 박스, 엊그제 배즙내린 것 한 박스...
그렇게 실어주니, 주말이라 올라가는 차밀린다고 1시간도 안되어 가버리네요... 휑하니,,,
‘무정한 녀석’...

어머니는 오후에도 쉬지 않으시고...
대파를 뽑아다 수돗가에서 다듬어 신문지에 싸서 챙겨놓으시네요...
이어서...
고들빼기 김치담그신다고...
몇일간 물에 돌눌러 담궈놓은 고들빼기를 물빼어 소금과 함께 숨죽여 김치를 담그신다고 주방주위가 김장김치 하는듯하고...

“너도 늦기전에 어서 내려가, 네 가족들과 저녁먹어라”
그래서 저도 계룡시 가족들 상봉하러, 바리바리 싣고 출발하였지요...

어머니 혼자 남겨드리니...
또 적막강산이겠지요...
고들빼기 김치하시고, 그걸로 저녁해드시고, 설걷이 하시고, 연속극보시다 또 꾸벅꾸벅 조시다, 들어가 주무시겠지요...

우리네 어머니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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