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 슬픈 가을에...

황승현 | 2013.10.23 15:28 | 조회 2405


아침산책을 하고 들어오니...
“어서 와 조반먹고, 출근길에 반월성에 나좀 데려다줘라, 서울서 둘째이모 칠순잔치를 한다고 하니 안가볼수도 없고”...
봄에 칠순잔치를 하셨는데, 동창분들이 성화여서 이 가을에 다시 한다네요...
“빌어먹덜 년, 신세도 좋아, 칠순잔치를 두 번씩하고”...

안개낀 누런 들녘을 가로질러 어머니를 모시고 반월성으로 갑니다...
“안전벨트 해라, 금왕에서는 단속이 심하다고 하더라, 그리고 오늘 서울 올라가서 이모들이 하루 묵어가라면 자고 올테니, 아버지와 끼니 잘 챙겨먹고, 냉장고에 김치며 밑반찬 다 있다”...

정류장에서 내려드리고 걸어가시는 모습을 뵈오니...
관절이 안좋으셔서 쩔룩쩔룩 하시는 모습에 괜히 죄송한 생각이 들더군요...
왠만하면 어머님을 모시고 보란듯이 칠순잔치에 다녀올 수도 있는데...
알량한 직장이라고...
그런 모습, 차창으로 보면서 출근을 합니다...

물어물어 서너번을 버스 갈아타시고, 가셔야할 길...
기력은 전같지 않으시고...
또다른 어느 정류장에서 쪼그리고 앉아...
버스를 기다릴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30여년 객지생활뒤, 부모님 슬하에서 지낸지 3년여...
전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 살갑게 살겠거니 했는데...
그게 그렇지 않더군요...
무덤덤해져 감각이 무뎌진다고 할까요...
매해 다르게 초췌해지시고, 기력이 전같지 않으시는 것도...
‘나이드셔서 그러시는 것이려니’로 치부해 버리게 되더군요...

어느 부모나 자식에 대한 일편단심, 노심초사와 뒷바라지...
나이 드셔서도 끝이 없으시는데...
자식은 그 기대에 어긋나고 그러하지 못하니...
가슴아리고 슬플뿐입니다...

오후 늦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나 지금 내려가는 길이다, 일찍 퇴근하거라”...
아버님과 제가 불편하게 지내는지라, 아들 편하게 하려고...
일찍 내려오시는 것이지요...

평소와 다르게 저녁식탁에서 별말씀이 없으시고 힘들어 하시네요...
“어~ 휴~ 힘들어 죽겠네”...
푸념하시며, 한숨을 쉬시고 TV도 켜지 않으시고...
소파에 누워계십니다...
100리길 서울...
몸도 불편하신데다 서너번 버스갈아타고 다녀오신데다...
식사시간 늦으면 심통을 부리시는 아버님 때문에 쉬지도 못하시고...
오후 5시에 집에 도착, 저녁준비에 뒤처리에...
2시간여를 쉼없이 서서 일하셨으니...
기력이 딸리시니 그럴만도 하시지요...
그리고 서울 잔치집 가셔서 속앓이 많이 하시고 오신듯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요...
씩씩거리시며 설걷이 하시다 마시고...
목이 안좋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시는 아버님...
담배 피우러 나가시는 것을 보시고...
“미쳤군, 미쳤어, 목에 좋지않다는 담배는 뭐하러 피우남,
말못하는 벙어리 되려는거여?”...
저한테도 불똥이 튀어, 각시 얘기를 꺼내시며 끌탕을 하십니다...
“어머니, 제발 그만 하셔요, 저도 힘듭니다, 힘들어요”...
그리고 문을 닫고 들어갔지요...

마음의 평화...
겸손과 배려, 여유에서 오겠지요...
이런저런 일로 마음 쓸일도 많고...
제 처지와 현실에 대한 불만도 있고...
부모님들 날로 노쇠해가시는 모습도 속상한데...
무엇하나 제대로 해드릴 것이 없고...
그래 삶이 무상도 하여...
슬픈 가을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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