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연어가 안오면 숲이 황폐해진다...

황승현 | 2012.03.04 17:15 | 조회 2908


연어가 동해안 남대천을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데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걸린다.
북태평양 베링해나 알래스카만까지 왕복 여행길은 2만㎞. 떠날 때 손가락만 하던 새끼가 어른 팔뚝보다
커져 돌아온다.
자갈에 긁혀 몸뚱이 비늘이 다 떨어져 나가도 기를 쓰고 고향 개울을 오른다.

그 회귀 본능에 납득할 만한 의미를 붙여보려 한 연구들이 있다.
미국 워싱턴대 로버트 나이만 교수는 2001년 연어가 찾아가는 하천과 연어가 없는 하천의 주변 식생을
비교하는 논문을 냈다.
가문비나무의 성장 속도를 나이테로 쟀는데 연어 하천 쪽 나무가 3배 빨랐다.
나무 직경이 50㎝까지 자라는 데 연어 하천은 86년, 연어 없는 하천은 307년이 걸렸다.

동위원소 분석법으로 나무의 질소 성분 중에서 연어가 바다로부터 가지고 온 것이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봤다.
그랬더니 24%는 연어 몸 속에 있던 질소였다.
개울 주변에 사는 동물의 체내 질소 중 4분의 1이 죽은 연어의 것임을 밝힌 논문도 있다.

특히 새끼 연어는 어미 연어의 몸에 있던 양분으로 자기 몸의 30.6%를 만들고 있었다.
죽은 연어의 몸에서 풀려 나온 영양분이 나무에 비료가 되고 새와 짐승들을 먹여 살린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연어연구센터 강수경 박사는 “연어가 돌아오는 철에 하천을 가보면 연어 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개울 주변 이끼까지 비옥한 영양으로 검푸른 빛깔을 낸다”고 말했다.

연어는 고향 하천 자갈밭에 새끼를 낳으려고 회귀한다.
바다는 연약한 새끼 연어를 키우기엔 천적이 많고 은신처가 없다.
하지만 개울 상류는 너무 맑아 영양분이 모자란다.
어미 연어는 자기 몸을 그 사막과 같은 개울에 바쳐 양분이 된다.
썩은 어미의 몸은 미생물과 벌레의 먹이가 되고 새끼 연어는 그 벌레를 먹고 자란다.
새나 수달, 곰 같은 동물도 어미 연어를 먹는다. 이것들이 숲으로 돌아가 배설한 영양분은 나무를 키운다.

숲 속 벌레는 동물이 먹다 남은 찌꺼기를 분해한다.
그렇게 해서 무성해진 숲이 만든 개울가 나무 그늘은 새끼 연어가 좋아하는 곳이다.
개울에 떨어진 썩은 나무토막도 물속 곤충의 먹이가 되고 새끼 연어의 서식처가 된다.
어미 연어의 몸은 새끼를 위해 송두리째 바쳐지는 것이다.

옛날 동해안의 개울가 마을 아이들은 쇠꼬챙이를 들고 연어를 잡으러 다녔다.
동네 개도 연어를 물고 다녔다고 한다(연어연구센터 성기백 박사).
어른들은 횃불을 밝히며 연어를 잡아 포를 떴다.
이젠 동해안 하천을 오르는 연어가 많지 많다.

개울가는 도로로 포장돼서 새끼 연어가 숨어 살 은신처가 없다.
하천 바닥은 사람들이 자갈과 모래를 캐겠다고 파헤쳤다. 수중보는 연어가 올라갈 길을 끊어 놓았다.
물은 더러워져 벌레도 살지 못한다.
온난화 때문인지 동해 바닷물 온도까지 올라가 자연 부화로는 새끼 연어들이 바다로 나갈 때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남대천이 그나마 연어 하천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은 사람이 연어의 알을 받아 수정시키고
새끼로 키워 방류해주기 때문이다.
연어연구센터 등은 다음달 1000만 마리의 새끼를 방류한다. 그렇게 하면 2만 마리 정도가 살아남아 되돌아온다.

지금 사육 수조에서 키우고 있는 새끼 연어들은 제법 물고기다운 티가 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울에 생기를 주고 숲을 풍성하게 만드는 어미 연어의 희생적 윤회(輪廻)는 끊겨버렸다.
새끼 연어들은 어미의 몸이 아니라 사람이 주는 사료를 먹고 자란다.


한삼희 환경칼럼중에서...


연어... 정호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 일뿐
너의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851개(70/93페이지)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모바일 홈페이지 PC모드 작동법 한국숲해설가협회 80819 2020.08.14 15:59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 안내 [4+1]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3126 2012.09.04 10:37
공지 협회 강의장 움터 대여 안내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5605 2012.05.11 17:39
468 [일반] 따사한 봄날 전원에서 할일이란... 황승현 2712 2012.03.10 19:36
467 [일반] 2012 숲해설가 직무교육 일정을 알고 싶습니다... [1] 황승현 2771 2012.03.08 09:56
466 [일반] 숲해설가 모집공고 김미옥 3060 2012.03.08 09:17
465 [일반] 봄비... [1] 황승현 2751 2012.03.05 19:36
>> [일반] 연어가 안오면 숲이 황폐해진다... 황승현 2909 2012.03.04 17:15
463 [일반] 충북협회 태안 솔향기길 생태산행 사진모음(2)... [3] 황승현 2936 2012.03.04 11:18
462 [일반] 충북협회 태안 솔향기길 생태산행 사진모음... 황승현 2798 2012.03.04 11:15
461 [일반] 울산에서는? 비밀글 정해정 0 2012.03.02 13:31
460 [일반] 여주 황학산 수목원 복수초와 동백꽃... [3] 황승현 2863 2012.03.02 09:43
459 [일반] 제11회 국제 지구사랑 작품공모전 오연주 2976 2012.02.26 22:14
458 [일반] 제주도에서 숲해설가 교육과정을 받을수 있는곳이 있나요? [2] 김미정 3817 2012.02.26 21:54
457 [일반] 대통령이 지프 사줄 정도로 챙겼던 '나무 영웅'... 황승현 3102 2012.02.25 09:42
456 [일반] 어린이단체 공원이용프로그램 운영 자원봉사자 모집 사)한국숲해설가협회 2945 2012.02.24 18:03
455 [일반] 어머니와 장호원 장 가던 날... 황승현 3362 2012.02.24 16:05
454 [일반] 식물분류기사 자격시험 준비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안은주 3801 2012.02.23 22:26
453 [일반] 고수 이 암 선생님과 대전 식장산 숲산책(2)... [1] 황승현 2862 2012.02.21 20:03
452 [일반] 고수 이 암 선생님과 대전 식장산 숲산책... [1] 황승현 3566 2012.02.21 20:01
451 [일반] 너무도 답답하여 글 남겨봅니다~ 충남 근처 숲해설가님 보세요. 첨부파일 [1] 석규호 3133 2012.02.21 15:00
450 [일반] 한밭수목원 자원봉사자(한숲이) 정기총회... 황승현 2896 2012.02.20 19:50
449 [일반] 계룡산 30년 산지기 조성열 선생님과 숲산책(2)... [1] 황승현 3048 2012.02.19 20:59

  • 본 사이트는 이메일주소를 무단수집하는 행위를 거부합니다. [법률 제 8486호]

    주소 : 06753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 158(양재동 유창빌딩 4층)

    대표전화 : 02-747-6518 팩스 : 02-747-6519 이메일 : foresto123@hanmail.net

    Copyrights © 2020 www.foresto.org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