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세상을 벗어나는 일은 보통일 아니네
고삐 끝을 단단히 붙잡고 한바탕 일을 치루어보세
逈脫塵勞事非常(형탈진로사비상)
緊把繩頭做一場(긴파승두주일장)


한번 뼛속을 사무치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야
어찌 매화향기가 코끝 찌름을 얻을 수 있겠는가
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
당나라 고승 황벽선사...



내 전생에는 밝은 달이었지
前身應是明月(전신응시명월)

몇 생이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幾生修到梅花(개생수도매화)
퇴계 이황...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매화를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매화를 주제로 한 시가 백여 편에 이르며, 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관기 두향(杜香)이 연모의 증표로 준 청매화를 21년 동안 애지중지 키울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좌탈(坐脫)하면서 마지막 유언으로 “매화에 물 주어라”고 하였다니 수행자로서 뿐만 아니라
매화 매니아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어른이었다 싶습니다...
그래서 몇 생을 거듭하더라도 언젠가 매화로 환생하길 발원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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