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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에게...

황승현 | 2011.11.07 20:43 | 조회 3203


어머니는 내 삶의 바로메타(barometer 기압계, 척도, 표준, 지표)입니다...

시골에서 산 하나 사이에 두고 살고 계셨던 아버님과 어머니...
중매 반... 연애 반으로 결혼하셔서... 아버님이 군인인 관계로... 7년여의 혹독한 시집살이 홀로 격어내시고...
제가 일곱 살 되던 해인 1967년 서울로 상경하면서 또다른 고난의 삶이 이어지셨습니다...

그나마 외가댁이 서울로 이사하셔서 터를 잡고 있었기에... 의지가 되셨다네요...

문칸방에 세들어 살며... 전셋집을 전전긍긍... 그래도 적은 월급 아껴아껴... 조금조금씩 방을 키워가셨고... 내집도 마련하셨습니다...
삼남매 남들처럼 잘 키우시려 없는 살림에 아낀 돈... 자식을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고 쓰셨죠... 여느 어머니들처럼...

그런 어머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말썽 부리지 않고 곧게들 살아왔습니다...
중고등학교 수학여행때면... 아껴두셨던 용돈을 쥐어주시던 손길...
받아온 용돈을 달리 쓸수가 없어... 수학여행지에서 목각 쟁반이나 어머니 브로찌를 사다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물건들을 가지고 계시네요...

결혼하여 식솔을 거느리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그 전처럼 다정다감하지 못함을 느낍니다...

그후 섬근무를 하는 자식을 위해... 한약을 바리바리 양손에 드시고 뱃길 4시간을 멀다않고 찾아오신 어머니...

경남진해에 정착하며... 마련해 주신 아파트, 내려오시며... 차량을 구입하여 선 듯 안겨주시던 모습... 봄철 군항제... 하얗게 핀 벚꽃을 배경으로 손녀딸과 찍으신 사진이 이제 빛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더할 수 있는 군대생활... 일찍 접고 나왔다고... 성화하시던 때와는 달리... “그래... 네가 나올려고 마음 먹기까지 마음 고생이 어떠했겠냐”며 아들을 두둔하시는 마음...

이런저런 이유로 낙향하신 전원주택에 부모님들과 함께 있습니다...
삼시 세끼 따뜻하게 밥지어 주시고... 빨래해주시고... 먹거리 챙겨주시고... 지긋한 나이의 아들... 마음 불편할까봐... 많이 배려해 주십니다...

술 많이 마시지 마라... 음주운전하지 마라... 밝을 때 다녀라... 잠은 집에 와서 자라...

연로해 가시는 어머니... 제가 돌봐드려야할 나이인데...
마음이 아픔니다...
퇴행성 관절염에... 노환으로 눈에 눈물샘이 잘못되어 수술도 하셔야 했고...
불편하신 몸으로... 철마다 텃밭에 일구신 채소며 먹걸이 챙겨서 바리바리 싸주시는 정성...

많이 배우시지는 못하셨지만...
경우가 밝으셔서 9남매 형제자매에게도 잘 하시고... 이웃들에게도 정감있게 대하시니... 모두들 좋아합니다...
경우없는 행동을 보시면 그 앞에서 눈물쏙빼게 나무라시는 독하신 분이죠...

전세를 주고 내려오신 서울 2층집...
오래된 집이라... 여름철 장마때 비샌다고 전화받으시고... 밤잠을 설치시고... 맑은 다음날 몇 번씩 차를 갈아타시며 상경하셔서 그 무거운 방수 페인트를 양손에 드시고 옥상으로 올라가... 땡볓에 페인트를 칠하고 내려오셔서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따뜻한 저녁까지 차려주시는 모습...

제 머리가 하얗게 변해 가듯이 이제 많이 늙으셨습니다...
밤에 연속극을 보시다 잠이 드시고... 낮에도 쉬이 피곤하신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조시네요...

좋은 것은 아버님과 아들 몫이고...
어머니는 좋은 것하고는 관계없으시며...

요즘은 아들을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싸고 계십니다...
참으로 못내 죄송스럽군요...

그리고 이제는 가을 걷이에 한창이십니다...
검은콩을 추수해 양지바른 곳에 말리시고...
표고버섯도 잘게 잘라 말리시고...
기온이 내려가자... 밖에 두었던 화분들 안으로 들이시고...
총각무우는 다 자랐다고... 벌써 총각김치를 담그셔... 자식들 몫으로 한통씩 쌓아 놓으셨습니다...

할머니 제사가 8일이고...
본격적인 김장은 돌아오는 토요일인 12일에 하시겠다고... 무우, 배추 잘 관리하고 계십니다...

기나긴 겨울 추위가 다가오면... 손발이 차실텐데...
옛날 화로를 구해드려야겠네요...

http://blog.daum.net/hwangsh6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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