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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한비야... 쓰레기 돼가져가기...

황승현 | 2011.11.21 19:12 | 조회 3220


(중략)...

나도 몇 년 전 여름 한철을 일영에서 지내면서 비슷한 일을 여러 번 당했다...
내가 있던 집 근처에는 개울도 있고 사진을 찍으면 아주 그럴듯하게 나오는 다리도 있고 아담한 뒷산에 수풀도 우거져 아이들과 하루 놀러 나오기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도시 사람들이 한나절이라도 자연과 접하며 숨통을 틀 수 있는 곳이라 알음알이로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심심치 않았다...

노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쓰레기다... 찌개 등 먹다 남은 음식쓰레기를 개울에 버리는 것은 물론 다른 쓰레기도 그냥 놓고 가기 때문에 여름 내내 동네 사람들이 골치를 앓는다...

그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고스란히 동네 어른들 몫이다... 개울이 지저분해지고 동네가 더러워지는 것을 못 보시는 분들이니까...
쓰레기 수거차가 오지 않는 곳이라서 비닐 봉지든 뭐든 있는 대로 한꺼번에 모아서 불을 놓는데 그 시커먼 연기와 비닐 타는 냄새가 하루 종일 동네에 가득하다...

맹독성 다이옥신은 또 얼마나 나올까?... 남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겪는 고통이 괴롭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누구든 내 눈에 띄기만 해봐라 벼르고 있는데 어느 날 생일 케이크 상자를 포함한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그냥 물가에 놔두고 떠나려는 한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아이들을 보았다...

“저, 아저씨, 이 쓰레기도 가지고 가셔야죠”
내가 웃으면서 좋은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
“쓰레기를 어떻게 가져가요?”볼멘소리를 한다...
“어떻게는요, 차에 싣고 쓰레기통 있는 데로 가져가셔야죠. 이 동네는 쓰레기차가 안 오거든요”

“아, 물기 있는 것을 어떻게 실어, 다른 사람들도 다 놓고 가는데 우리한테만 왜 이래?”
옆자리에 탄 아줌마가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한다... 좋은 말로 하려던 나도 기분이 나빴다...

“어느 사람이 놓고 가요? 아무튼 이 쓰레기 가져가세요”
그러니 아줌마는 한술 더 뜬다...
“도대체 아줌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아줌마가 안 가져가면 내가 치워야 하니까 그렇지요. 아줌마는 남의 쓰레기 치우는 것 좋아요?”
나도 언성을 놓였다... 그랬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화를 벌컥 내며 다짜고짜 눈을 부릅뜬다...

“이런 싸가지 없는 여편네가 어디다 큰 소리야?”
시골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투가 역력하다. 아이구, 웃겨. 그러면 내가 찌그러들 줄 아나보지...

“뭐라구요?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싸가지 없는 거지,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사람이 싸가지 없는 거예요? 저 아이들한테 부끄러운 줄 아세요”
나도 길길이 뛰며 일전을 각오했다... 그때 마침 옆집 아저씨가 지나가고 있어 은근히 응원을 기대했는데 그냥 보고만 있는 거다...

어쨌거나 내가 하도 큰소리를 치니까 그 ‘싸가지 많은’ 부부가 아이들에게 빨리 차에 타라고 하더니, “무식한 여자하고 말이 통해야지”하며 그냥 붕 떠나버린다... 기가 막히고 분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아저씨는 왜 그냥 보고만 있어요? 뭐라고 한마디 하셨어야죠?”
내가 동네 아저씨에게 공연히 화를 벌컥 냈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 우리라고 해볼 만큼 안 해봤겠어. 입만 아프지”

아저씨가 겸연쩍게 웃으면서 ‘유식한’식구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워 불 놓는 구덩이에 넣는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여름 내내 셀 수도 없이 많았고, 그 아저씨 말대로 내 입만 아픈 일이라는 걸 곧 알게 됐다...

만약 그때 그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자기들이 한 짓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깨닫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까?
아닐 것 같다...
그런 사람일수록 쓰레기 얘기가 나오면 도대체 그 많은 쓰레기는 누가 버리는 것이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열을 올리면서도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몰래 쓰레기를 버리면서 살 것 같다...

그 자식들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으니 다음 대에조차 희망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한비야님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중에서...

P.S.
우리 산림욕장에는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지께서 근무하시는데... 이곳도 한여름 많은 인파로 쓰레기 전쟁을 치르셨답니다...
그 할아버지 말씀... “그런 년놈들은 총살시켜버려야 혀~”
군에 있을 때 많이 쓰던 말인데...
총살당하고 살지는 말아야지요...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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