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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흑산도, 어청도) 이야기...

황승현 | 2011.11.03 19:39 | 조회 3420


저는 살아오면서 섬과 인연이 많았습니다...
섬 생활을 두차례 했으니까요...
직업관계로... 그 당시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니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라... 이제는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첫 번째 섬 생활은 서해중부(충청과 전북) 바다 저멀리 어청도(해군기지)였습니다...
서해 외곽섬이고 어업전진기지로 좋은 항포구를 가지고 있는 100여 가구 남짓 살고 있는 자그마한 섬이죠...

86년 결혼하여... 신혼살림을 인천과 어청도에 살게 되었습니다...
마침 인천항에서 함정수리를 마치고 복귀하는 고속정이 있어 어청도 입도(入島)를 일반 객선이 아니고 고속정으로 하게 되었죠...포장도 뜯지 않은 살림들을 싣고 각시 혼자서...

86년 결혼 당시도...
제가 백령도 아래 대청도에 전개중인 고속정에 근무하다 보니... 바다 기상악화로 한차례 결혼식을 연기하는 헤프닝이 있었죠...
청첩장이 인쇄되어 나온 상태에서...

어청도 섬생활...
말 그대로 신혼여행을 섬으로 온 기분이었습니다...
많은 선배 및 사모님들이 새신랑, 새색시를 많이도 챙겨주셨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루 두차례 군산항과 대천항을 오가는 여객선...
툭하면... 기상악화로 출입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생필품이 부족하기 일쑤였습니다...

섬마을의 특성중 물이 부족한 것도 큰 어려움이었죠...
말 그대로 제한 급수...
바닷바람으로 인해 관사 여러 곳이 부식되고 금이 가있는 상태의 깔끔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넉넉한 마음만은 차고 넘쳤습니다...

붙임성 좋은 각시는 항포구에 내려갔다오면 양손에 거져 얻은 해물들을 잔뜩 들고오곤 했었죠...
총각 동기생 세놈에 후배 두놈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 닥쳐 밥내놔라... 술내놔라... 해서 그 해물들 남좋은 일만 한듯한데... 이제 옛이야기입니다...

따뜻한 봄날 주말이면...
이른 아침 하얀 등대가 있는 곳으로 산책을 가던 아련한 추억 한자락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유난히 잔디가 파랬던 기억이네요...

그렇게 1년여를 서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때론 폭풍우와 싸우고... 때론 단촐한 마음... 외로움과 싸우며 단꿈을 꾸고 나왔습니다...


두 번째 섬 생활은 전라도(목포) 흑산도였습니다...
92년도 여름... 둘째 여식을 낳은지 한달도 안되어... 풍랑높은 바닷길을 역시 고속정에 살림살이까지 바리바리 싣고...

그래도 11년 선배 밑의 부지휘관이라... 많은 참모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4살위 첫째가 자연에 가까운 유치원 생활을 하였던 곳이고... 커다란 노송에 둘러쌓인 성당의 수녀님들과 친숙했던 기억이네요...

저야 좋아하는 바다낚시 원없이 하였고...
여름철 부대 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역시 낚시 좋아하시는 아버님께서 대여섯분의 친구분들과 입도(入島)하셔서... 원없이 낚시하시고... 폭풍주위보에 사나흘을 섬에서 보내고 나가셔서 각시가 생고생을 했던 기억...
지금도 아버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배 낚시를 하는데... 낚시 추가 바닥에 닫기도 전에 툭툭... 뽈락이 걸려드는 느낌이 환상이었다”고... 쿨러가 넘쳐서 담을 수 없었다는군요...

섬에 머무시는중에...
조그만 섬... 안마도에 대리근무차 다녀오며... 헬기로 가져온 토실토실한 오리고기를 해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한번은 서울로 섬 무화과 열매를 보내드렸는데...
상했다고 하시기에 마음 서운했던 기억...

섬은 육지와 격리되어...
모든 것이 느리게 갑니다... 저의 느낌일지는 몰라도...
섬이라고 문명의 이기가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눈을 들어 저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태고의 그 모습 그대로... 그렇게 변함이 없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육상근무를 할 때...
가끔 바다를 안보면 가슴답답하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숲생활을 하다보니...
바다를 잊은 모양입니다...

계약직 끝나는 겨울...
제주 성산 일출봉 분화구같은 서해 안마도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배로 2시간여면 섬에 닫겠죠...
그 옛날 이장님과 싱싱한 회로 소주한잔하며 바다 이야기 좀 듣고 오겠습니다...


http://blog.daum.net/hwangsh6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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