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세가지 이야기...

황승현 | 2011.10.03 08:38 | 조회 3237


1. 아침 기온이 뚝떨어져... 차창에 성애가 끼었더군요... 가을꽃들 마지막 열정을 뽐내고...

2. 외발수레로 100수레... 복토하신다고 욕보셨을 부모님들... 소일거리... 운동삼아 하셨다니...

3. 김장 무우... 배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4. 출근길... 잘 익은 벼이삭... 안개낀 날... 거미줄이 눈에 많이 띄는 군요... 벌레를 잡아준다고...

5. 퇴근길 석양을 바라보는 마음... 풍요롭습니다... 노을의 아름다움... 눈물겹고... 붉은 노을이 곡식을 실하게 한다지요...




① 첫번째 이야기...
8년전 낙향하신 고향근처의 전원주택...
어린 기억속에... 종달새가 높이 올라... 땅의 얘기를 하늘에 전하던 곳...
그곳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코스모스... 맨드라미... 사루비아... 해바라기...
옅은 아침 안개사이로 더욱 애잔한 예쁨이 있군요...

안개가 낀 날이면... 제철 만난 거미의 거미줄...
촉촉이 이슬과 안개를 머금어... 쉽게 보입니다...
서늘한 아침기온에 거미는 꼼작을 안네요...

지난 여름 많은 비로 마당 구석 파인곳을 보수하신다고...
지난번 인삼캐간 밭에서 외발수레로 붉은 황토흙을 날라 복토하신다고...
요 몇일째... 어머니와 소일하고 계십니다...

아침식사를 하시고...
외발수레를 밀고 올라가십니다...
아침운동하는 제가 송구하네요...
도와드리기도 어정쩡하고...

한창 바쁘시길레...
인사치레로...
“힘들게 뭘 그렇게 하세요... 얼마나 퍼 날으신거예요?”
“운동삼아 하는 일이다... 56번째다... 100회는 채워야지...”
“....... 다녀오겠습니다...”

설거지를 마치신 어머니도 합세하셔서... 잔디도 이식하시고...
물도 주고 하시겠지요...
텃밭의 김장 무우, 배추는 더 이상 손이 필요치 않으니...
심심하던 차에 잘 되셨는지도 모르지요...

텃밭을 지나치면서 보니...
많이 컸습니다... 실하게...


② 두번째 이야기...
출근길은...
논과 논사이 농로길을 지나고...
시골 한길을 지나고...
고속화 도로를 달려서...
또다시 논과 논사이 농로길을 지나... 고개를 넘어갑니다...
30여분 운전시간이 여유롭네요...

아버님 말씀이..
이곳이...
우리 조상님들의 활동무대였다고 생각하니..
그 어렵던 시절에...
숙연해집니다...

요즈음...노랗게 익어가는 벼들을 볼라치면...
한없이 가슴뿌듯하고... 정겹습니다...
오늘같은 안개가 있는 날이면...
더욱 운치가 있고요...
벼사이 거미줄도 보기좋고...
논두렁사이 콩, 들깨 모습도 정겹습니다...

아침햇살을 앞에서 받으며 동쪽으로 출근하고...
석양 노을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퇴근합니다...
얼마남지 않은 가을... 많이 많이 감격하고 싶네요...


③ 세 번째 이야기...
충북음성 봉학골 산림욕장...
저의 근무지입니다...
자연학습관 2층...
세미나실... 쌀쌀하기전에는 저의 사무실이었는데...
이제는 내실로 옮겼습니다...

장미향을 첨가한 따듯한 스리랑카 홍차를 한잔마시고 나면...
온몸에 온기가 돋고...
그 수증기를 눈과 코에 쏘여주면... 아침잠이 달아네요...

그리고 등산화에 작업용 장갑을 끼고...
쓰레기 봉투, 집게를 들고...
계곡따라 쓰레기를 주으러 올라갑니다... 휘파람을 불면서...
여름 한철 많은 사람들이 물찾아 그늘찾아 왔다는군요...
요즘도 가을 산행... 가족단위... 유치원생들 가을 나들이들을 많이 오고있습니다...

단풍터널을 지나... 잎갈나무 그늘을 지나 내려오면서...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
향긋한 냄새를...

그 나무주위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계수나무... 이곳에 두 그루가 있군요...
푸른 잎에서는 냄새가 안나고...
노랗게 떨어진 낙엽에서 초코렛 향기가 납니다...

그렇게 주워온 계수나무 잎을 자연학습관 입구에 놓고...
물길을 건너서... 주워 내려갑니다...
수련과 어리연이 있는 연못을 지니칠려면...
커다란 잉어들이 밥달라고 따라다닙니다...
“그래 밥 사와야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수련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군요...

마지막 들르는 곳은...
취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나무도 우거지고...
이곳은 잣나무군락지로...
요즘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쪽으로 가보면...
주먹보다 커다란 잣방울이 굴러 내려옵니다...
미소를 지으며 주을라 치면... 잣나무위에서..
청서(청설모)가 찍찍거리며 난리를 칩니다...
“내가 애써 떨어트린 것인데... 왜 주워가냐고...”
또 떨어집니다... 또 굴러옵니다...
청서(청설모)가 물고 가다 제가 다가가니... 무거운 잣방울을 내려놓고...
나무위로 도망치네요... 그리고 찍찍거립니다...

그렇게 청서(청설모)와 신경전을 하다보니... 한봉지 가득하네요...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큰 것 몇 개를 놓아주고 가려는데...
또 떨어집니다... 몸이 저도 모르게 돌아가네요...

짖은 솔향도 좋고...
잣도 좋고...
잣 발라내고 만들기 재료로 쓸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차안에 마르도록 넣어놓고...
집에 가지고 갔더니...
어머니께서 제방 침대맞에 놓으셨더군요...
솔향이 방안게 가득합니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 가을...
많이 많이 만끽하세요...


http://blog.daum.net/hwangsh6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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