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Aircon(냉방기)에 대한 씁쓸한 추억...

황승현 | 2011.08.13 11:45 | 조회 3431
김영삼 정부시절... 국방부장관을 지낸 조○○장관님... 말씀이 기억나네요...
장관실 냉방기를 너무 강하게 작동시켜놓으니... 장관님이 비서실 여직원을 불러 하신 말씀...
“지금 이순간에도 저 동해바다속 잠수함근무요원들이 잠수함의 비좁은 근무여건과 잠수함 에너지의 근원인 바테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방기 작동을 억제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장관인 내가 이렇게 호사를 누릴 수 없지 않은가...”

‘87년 해사 44기 생도들을 편승코 당시 국산 최신예 함정(FF)인 서울함과 충남함 두척이 동남아시아 원양항해를 다녀왔었습니다...
당시 대위계급으로 충남함 갑판사관으로 근무를 했었죠...
원양항해를 마무리 하고 동지나해를 항해해 올라오는데... 높은 파도로 그렇게 험난한 항해는 국산함정으로 첫경험이었습니다...
함정의 외부 구조물이 떨어져 나가고... 용접한 이음격벽이 벌어져 실내에서 바깥이 내다보일 정도로 만신차이가 되었었죠...

배멀미를 고려해... 함정의 침실배치도 배멀미 달인인 함정근무자들은 함수(뱃머리)에... 사관학교 인솔 장교와 생도들은 함미에 숙소를 배치하였죠...
그런데... 편승인원이 많다보니 냉방기를 24시간 작동하여... 무리가 있는데다가... 함수쪽 침실 냉방통풍관으로 해수가 유입됐는지 높은 파도로 함정이 롤링(좌우)/피칭(앞뒤) 할 때마다 물흐르는 소리와 함께 함정이 바닷속으로 처박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거기다 전등까지 깜빡깜빡하니... 타이타닉같은 분위기였죠...

누군가 총대를 메고... 해결해야하는데... 선배들 시선이 저를 쳐다보더군요... 무언의 압력에 못이겨... 생사의 기로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함교에 보고를 하니... 안전을 장담못하니... 다시 생각하라더군요...
갑판선임하사(중사)와 로프로 서로를 연결하여... 함수 구조물에 묶고... 현측(옆)으로 난 출입문을 열려고 하는데... 바람의 힘으로 열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바다상황은 황천1급(파고 7m이상)이상으로 바람소리에... 파도치는 소리... 아비귀환으로 대화를 할 수 없는 입장으로...
눈과 수신호로 의사를 전달하고...
파도가 한차례 지나고 나서 다음 파도가 오기전에 함수(뱃머리)쪽으로 포복하다시피 전진하여 통풍관 방수문을 닫았습니다...
그 1~2분 사이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더군요...
결혼한지 1년이 채 안되던 시절이었는데...

그 후일담이 함장님께 보고되어... 칭찬아닌... 호된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갑판사관... 자네는 개인의 몸이 아니다... 냉방기가... 자네 몸을 내던질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 봐라...”

그리고 13년후...
2함대 순천함장으로 근무를 하게되었습니다...
동절기...
함정 외부갑판에 들이친 바닷물이 얼어서 시베리아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동파된 장비도 문제지만...

하절기...
수많은 전자장비가 24시간 작동됨으로 인한 과열로 고장빈도가 많게 되니... 함장 고민중의 하나가 원활한 냉방기 작동입니다...

승조원들 관리하랴...
장비관리하랴...
작전임무 수행하랴...
피가 마르는 고뇌의 연속이 함장직책이더군요...
그래서 아무리 존경받아도 아깝지 않다고 합니다... 함장은...

중앙 냉방인 함정... 항시 용량이 문제지요...
장비들 냉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함장집무실 냉방출구를 폐쇄하고 출동임무를 수행한 기억도 있네요...
함정의 냉방기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장비를 위해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사람은 인내할 수 있지만... 장비는 인내할 수 없으니까요...

요즘 우리는 편리한 생활을 합니다...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
밀폐된 공간에 냉방기가 작동하여 그 열기를 실외기를 통해 바깥으로 배출하는 원리가... 냉방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쾌적할지 모르지만... 그 열기는 대기의 온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지요... 그래서 점점 더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모처럼 계룡시에 있는 가족들을 보고...
아침 일찍 휴양림으로 출근길...
고속도로를 달려오며...
창문을 열고 달리니... 상큼한 아침공기가 좋더군요...
많이 듣던 CD 음악도 경쾌하고...

숲속은 상대적으로 시원합니다...
잠자리도 한낮의 더위가 절정일 때는 숲속으로 날아가 쉰다고 합니다...
나무가 내뿜는 시원한 공기...
상상만 해도 시원하군요...
계곡의 낙차가 큰 물가엔 음이온이 많이 나와 사람에게 좋다지요...
정신과 신체를 편안하게 한다는군요...

Aircon(냉방기) 대신에...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은 어떨까요...
도시숲이 화두가 되고있는데요...

오후에는 잠자리처럼 피서 갈까합니다... 바쁜 일 접어두고... 시급한 일 해결하고 나서... 머리시킬 겸...
숲속에 들어가서... 물속에 발을 담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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