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2의 차윤정선생님을 보는 듯...

황승현 | 2011.07.17 12:26 | 조회 3866
자잔한 감동과... 몰랐던 지식이 새록새록 고개를 내밀고... 데려가라는군요...



숲의 제왕 신갈나무의 흥망성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울울창창한 숲을 이룬 그곳에도 서열이 존재한다...
위풍당당 숲이 베푸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그 아래에서 숨죽이고 사는 나무도 있다...
당연히 덩치 큰 나무가 제일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큰 나무일수록 숲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수록 하늘을 장악해 더 많은 빛을 독점한다... 땅속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큰 나무는 굵고 튼튼한 뿌리를 땅속 깊숙이 내리고 지하 세계를 장악해 물과 양분을 충분히 확보한다...

남부지방의 경우 서어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숲에서 높은 서열을 차지하며, 중부권 이북은 주로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 나무들이 숲을 지배하고 있다...
숲의 제왕자리에 오른 이런 종류의 나무는 어린 시절에는 그늘에서 견디는 힘이 강해 서서히 자라지만, 결국은
아주 크게 자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대표적인 숲의 제왕 신갈나무 이야기를 들어보자...


- 그늘에서 자라 제왕의 자리에 오르는 나무...

신갈나무는 중부권 이북의 숲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제왕이다... 물이 많은 계곡 부근은 예외지만 건조한
능선부로 갈수록 신갈나무의 세력은 뚜렷해진다... 물론 숲을 장악하기 전까지 많은 시련을 겪지만 일단
한 지력을 장악하면 사실상 그 일대를 지배한다...

신갈나무의 몸집은 키가 15m 이상, 둘레 직경이 50cm 이상으로 아주 크게 자란다... 영향력 있는 세력가
신갈나무가 만드는 그늘 면적은 가로세로 20m 이상 되기도 한다... 숲의 지배자 또는 독재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신갈나무는 큰 수관으로 하늘을 가려 빛을 차단하고, 광대한 뿌리를 앞세워 땅속의 물과 양분을 장악한다...

제왕의 위세에 눌려 다른 나무들은 지면 가까이에 수평으로 낮게 자라는 데다, 신갈나무가 떨구는 수북한 낙엽으로 인해 종자들을 제대로 싹을 틔울 수조차 없다...


- 권력의 쇠락...

오래된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숲의 제왕 신갈나무도 그 동안 생산한 독성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바람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고,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진퇴양란의 곤경에 처한다... 또한 지나치게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부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가파른 능선이나 얕은 흙에 자리 잡은 신갈나무는 종종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한다... 밖으로는 지배자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숲의 독재자 신갈나무의 세력에 반기를 든 다른 나무들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나무들은 위협적으로 쭉쭉 성장한다... 때로는 당돌하고 힘찬 가지가 지배자의 노약한 가지를 밀고 들어오기도 한다...

주변의 나무들도 지배자가 쓰러지기를 바란다... 한편, 몸집을 이루는 주된 조직인 줄기는 기본적으로 죽은 세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노리는 무리도 많다... 곳곳에서 균들이 침투하고 벌레들이 침입한다...
그러나 쇠락의 시기에 신갈나무는 의외의 지원군을 얻기도 한다...

목부 조직을 파고든 곰팡이가 단단한 줄기 중심부를 서서히 분해하는데, 줄기 속이 부서지면 나무 좀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속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뒤이어 다람쥐나 새 같은 작은 동물들이 둥지를 틀고, 나무줄기는 큰 공동이 생긴다... 이 공동은 신갈나무가 바람에 저항할 힘을 선사한다... 그런 까닭에 고집스런 나무가 세찬 비바람을 동반한 폭풍우에 꺽이는 순간에도 신갈나무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다...


- 새로운 제왕의 탄생...

신갈나무는 지배자답게 오랜 시간을 버티지만 최후의 순간을 피할 수는 없다... 나무가 쓰러지면 숲은 일시적인 희망으로 부산해진다... 잠깐의 공백기는 또 다른 지배자의 등장을 예고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큰 나무 아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차기 주자에게 지배자의 죽음은 곧 기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큰 나무가 쓰러지면 숲은 잠시 혼란기를 겪는다...

실제로 규모가 큰 숲의 세력 교체는 전체적인 변화에 의한 것보다는 큰 나무가 쓰러지면서 국소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현상이지만 미국과 같이 천둥번개가 주기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숲의 세대교체가 자주 목격된다... 미국 북동부의 산림지대나 초원지대는 천둥번개를 맞고 쓰러진 나무들로 인해 숲에 부분적으로 틈이 생겨 이전보다 다양한 세력이 형성되거나 특정 나무의 세력 팽창이 억제되어 관목 숲이나 초원이 유지된다...

어는 사회든 힘이 모이고 세력이 커지면 독재적 요소가 생기게 마련이다...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최후의 순간을 맞게 된다...

최소영님의 "숲은 더 큰 학교입니다"에서...

http://blog.daum.net/hwangsh6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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