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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이야기하는 여자(3)...

황승현 | 2011.06.05 10:15 | 조회 3532

꽃은 모태신화의 기원이다...
식물의 연금술...

꽃눈을 감싸고 있는 인편이나 꽃을 떠받치고 있는 꽃받침 등은 꽃잎으로 완전한 변신을 하지 못한 잎의 상처이며 꽃잎은 변형된 잎의 덩어리이다...
식물의 이 기적같은 연금술은 무미건조한 초록의 잎을 화려한 꽃잎으로 변신시킬 뿐 아니라 공기중에 흩어진 탄소로 맛난 꿀과 과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식물이야말로 이 지구상의 가장 훌륭한 연금술사들이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일정량의 영양분, 외부적인 환경요인 등이 꽃피는 시기를 결정한다... 비록 잎이 피어나기 전에 꽃부터 피우는 식물들이 있지만 이는 지난 생장기동안 저장해 둔 밑천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며, 꽃이 지고 난 후의 생장은 결국 다음해 꽃을 피우기 위한 밑천으로 사용된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주변의 많은 잎들에게 희생이 강요된다... 꽃이 피어나는 동안 주위의 잎들은 양분을 포기하고 시들어간다...

아비없는 자식이라 오히려 훌륭하다...

벚꽃이 떨어진 자리에 달리는 무수한 버찌 열매들의 유전력은 꽃가루의 출처에 따라 각기 다르다... 큰 나무 한 그루는 서로 다른 유전력을 가진 성원이 모인 거대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해 기상조건의 이상으로 인해 갑자기 병원균의 활동이 왕성해졌다고 가정했을 때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 무리는 다같이 망하거나 다같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유전자는 서로 다른 대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어도 다같이 망하는 일은 없다...
결국 개방사회가 갖는 이점을 식물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꽃의 책임은 이처럼 혹독하리만치 단호하다... 꽃은 생명의 시작인 동시에 곧 끝이다... 꽃이 있어 식물 세계는 아름답고 건강하며 지속성을 갖는다... 꽃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아무나 꽃이 될 수 없다...
꽃이 이 사랑의 힘과 책임을 모른다면 결코 엄청난 당분을 소모하면서까지 꿀을 만들고 향기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꽃으로 피어나는 것,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성스러운 일이다...


꽃은 파워풀한 진화기구이다...

환경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기 마련이고, 이미 지구는 수차례의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 중에 존재하던 생물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꽃의 계략...

곤충을 유혹하는데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꽃은 모양과 크기, 색, 향기의 조합으로 자신만의 주체성을 과시하여 왔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꽃의 세계를 부수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꽃의 색은 매개자들과 연관되어 있는데, 새나 나비는 주로 빨강색을, 나방이나 박쥐는 흰색을, 벌들은 주로 보라나 파랑계열을 선호한다...

뿌리조직이 더욱 크고 건강할수록 준비된 꿀의 양과 질이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곤충에 의해 수분을 이루는 꽃들은 주로 당류를 많이 포함하나, 박쥐나 새와 같은 작은 동물에 의해 수분을 이루는 꽃에는 단백질이 더 많다...


꽃의 아름다움은 전략이다...

46억년의 초록 지구별 역사에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은 꽃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생겨나게 되었다...

꽃을 싫어하면 우울증 환자...

꽃에 대한 애정은 본능적인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우울증 환자라고 진단한다...

꽃의 브랜드 효과...

꽃잎의 색은 주로 플라보노이드라는 물질에 의해 만들어진다...
안토시아닌 그룹은 꽃에서 붉은색, 보라색, 청색을 나타내고 카로틴이라는 색소는 노란색을 낸다...
꽃잎의 흰색은 색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색소가 들어 있지 않는 빈 세포가 빛을 반사하는 것이다... 그러니 흰색 꽃이 가장 경제적인 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외선은 안토시아닌 색소를 발달시키기 때문에 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산과 들의 야생화들이 훨씬 진하고 아름답다...
해수면으로부터 고도가 높을수록 공기층은 얇아지므로 광선은 더욱 밝아진다... 고산의 초원에 피어나는 꽃은 그래서 더욱 선명한 색과 무늬를 갖는다...

개체수가 많지 않은 꽃들은 주변 꽃색과 현저히 다른 색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별한 모양의 긴대롱은 우연한 방문자를 배제하고 공조관계가 잘 형성된 곤충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꽃의 대칭적인 모양은 색으로 나타나는 시각적 아름다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준다...
대칭성은 곤충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 색은 다양한 꽃들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일반적 전략이지만, 꽃의 모양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좀더 전문적인 계략중의 하나이다...

바다를 이겨내는 핏빛, 동백꽃...

우리의 들꽃들이 가진 소박한 색은 우리의 자연이 극단적이지 않고 안정적임을 나타낸다...
여성이 화려한 외모를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경쟁적 관계가 극복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여성은 은근하며 여유롭다...

차윤정님의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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