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2)...

황승현 | 2011.05.15 16:10 | 조회 4394

꽃은 양성을 아우른다...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남녀의 사랑으로부터 발생하고 특히 남녀가 서로 어긋나 상처내고 할퀴는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 이런 탄식이 뒤따른다...
양성이 존재하는 것은 결국 현 세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식물에는 성이 없다?

꽃잎은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암수의 구분이 명확하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꽃이 필 때까지 암수가 구별되지 않는다...

화려한 꽃은 대개 하나의 꽃에 암꽃과 수술을 함께 갖는 양성화이다...

근친결혼은 거부합니다...

자신의 꽃가루를 받는 일은 무성번식과 다름없어 성이 분리된 최초의 의도가 의미를 잃게 된다... 꽃들이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을 동시에 지니는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이다...

꽃은 자신의 꽃가루가 자기 암술에 붙을 수 없도록 여러 가지 방편을 마련해 두었다... 암술과 수술의 성숙시기를 달리하거나 아예 주조적으로 결합할 수 없는 형태를 만든 것이다...
풍매화의 경우 암술은 위를 향하고 수술은 아래로 향해 자신의 꽃가루가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미인의 눈썹처럼 긴 꽃잎이 치켜올려진 인동의 꽃은 밤이면 향기를 내어 꿀을 빨아먹는 밤나비를 휴혹한다... 꽃이 처음 필 때 꽃잎은 흰색이고 수술은 위로 암술은 아래로 향해 있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암술과 수술은 서로 위치를 바꾼다... 계속적으로 피어나는 꽃무리와 암술과 수술의 위치변동은 서로 다른 꽃가루를 받아들이는데 유리하다... 나중에 꽃잎은 황금색으로 변해, 중국에서는 이 꽃을 “금은화”라고 부른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기 꽃가루에 대해서 거부권 행사를 하는 것이다... 암술에는 자신의 꽃가루를 확인하는 인식단백질이 있어 자신의 꽃가루가 수분되었을 경우, 꽃가루관의 형성을 억제한다...
그러나 최악의 순간, 꽃들은 자신의 꽃가루를 받아 씨앗을 남김으로써 다음 해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꽃의 생명은 사랑이다...

꽃이 식물의 생식기관이므로 꽃의 목적은 명백히 사랑이다...
꽃잎 사이로 도도하게 내리 뻗은 수술과 그 사이에 매혹적인 자태로 앉아 있는 암술... 이보다 더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모습이 또 있을까... 꽃이 꽃으로 있기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사실 사랑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꽃으로 운명지어진 순간부터 목적은 단 하나, 사랑으로 씨앗을 잉태하는 것이다... 식물분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린네는 식물의 꽃잎을 “신방의 커튼”이라 불렀다...

꽃의 발달은 사실상 꽃가루의 이동을 위한 발달이었다... 자연에서 꽃가루는 대부분 바람이나 곤충을 이용하여 이동하며 바람 이외 직접적인 전달자들을 위한 배려 혹은 전략이 꽃의 다양한 모양과 색, 향기를 만들어냈다...

꽃의 성생활...

암술머리의 표면은 꽃가루를 잘 받기 위해 끈적거리는 액체로 덮여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꽃잎은 벌어지고 내부의 기관들이 드러난다... 한낮에 이루어지는 꽃들의 은밀한 사랑은 햇살이 두드러질수록 바람이 감미로울수록 열정적이다... 밤이면 꽃들은 꽃잎을 닫아 밤이슬이 꽃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한다...

꽃가루를 맞이한 암꽃은 사람이나 동물과 마찬가지로 흥분하고 즐거워한다...

분해효소는 암술머리에서 분비되는 끈적이는 액체에 함유되어 있다... 끈적이는 액체는 꽃가루의 두터운 외투를 녹일 뿐만 아니라 꽃가루관이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암술액에는 당류와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혹시라도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꽃가루에 대해서는 성숙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왁스질이 바깥쪽에 분비되어 물기가 마르는 것을 억제하기도 하며 지독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해충이나 병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꽃가루받이가 되면 꽃의 온도는 전체적으로 올라가는데... 꽃가루의 온도가 높으면 꽃가루관의 성장속도가 빨라진다... 꽃가루에서 꽃가루관이 발달하고 암술대를 통과하는 것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수정을 이루기까지는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13개월까지 걸린다... 소나무는 꽃가루받이에서 수정까지 13개월이나 걸리는데, 이것으로 꽃가루가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수정이 되지 않은 꽃들은 수일 동안 계속 향기를 발산하며 피어있지만 일단 수정이 되면 30분도 채 안 되어 향기가 사라지기도 한다...
수꽃은 일단 꽃가루가 날아가고 나면 곧 떨어지지만 수분이 된 암꽃은 종자가 성숙할 때까지 가지에 붙어 있다...


차윤정의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중에서...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850개(87/93페이지)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모바일 홈페이지 PC모드 작동법 한국숲해설가협회 79434 2020.08.14 15:59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 안내 [4+1]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1733 2012.09.04 10:37
공지 협회 강의장 움터 대여 안내 (사)한국숲해설가협회 104218 2012.05.11 17:39
127 [일반] 전화드렸던 아이엄마입니다^^ 첨부파일 [2] 김윤희 3758 2011.05.19 14:25
126 [일반] 하백이네 번개 숲해설... 황승현 4175 2011.05.18 17:13
125 [일반] 2011 남이섬 버듀페스티벌에 참가하세요 첨부파일 (사)환경교육센터 3903 2011.05.18 17:07
124 [일반] 녹색교육포럼_환경교육을 이해하고 고민하고 나누는 장 첨부파일 [1] 대전충남녹색연합 3870 2011.05.18 16:00
123 [일반] 윤정이를 사랑하면서 생긴 일... 황승현 3959 2011.05.18 10:41
>> [일반]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2)... 황승현 4395 2011.05.15 16:10
121 [일반] "물댄 동산"... 꽃 이름 붙여주세요... 황승현 3883 2011.05.15 15:40
120 [일반] 플라잉 디스크 가족캠프 숲해설... 황승현 3831 2011.05.15 15:11
119 [일반] 제휴문의 신비 3670 2011.05.13 16:05
118 [일반] 초코렛 박스를 활용한 "씨앗견본" 제작... 황승현 3895 2011.05.13 15:28
117 [일반]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1)... 황승현 3767 2011.05.13 12:06
116 [일반] 토양생태계 교육 포럼이 열립니다! 첨부파일 [533] 녹색교육센터 8175 2011.05.12 16:43
115 [일반] 2011 HSBC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자원활동 스텝을 모집합니다! 첨부파일 [238] 녹색교육센터 6399 2011.05.12 16:40
114 [일반] 이름좀 가르쳐 주셔요... 황승현 3793 2011.05.12 14:52
113 [일반] [초대]'기후변화시대 숲의가치' 포럼에 초대합니다~ 첨부파일 김태영 3799 2011.05.12 14:49
112 [일반] 비 그친 뒤 잠깐 산책... [1] 황승현 3883 2011.05.11 16:46
111 [일반] 비 그친 뒤 잠깐 산책(2)... 황승현 3546 2011.05.11 16:41
110 [일반] 충북숲협회 목본 나눔강좌... 1차... 황승현 4622 2011.05.10 12:25
109 [일반] 자식으로서의... 부모로서의 어버이날... 황승현 3587 2011.05.10 12:23
108 [일반] 서예전시회... 청주 예술의 전당... 황승현 3772 2011.05.10 12:18

  • 본 사이트는 이메일주소를 무단수집하는 행위를 거부합니다. [법률 제 8486호]

    주소 : 06753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 158(양재동 유창빌딩 4층)

    대표전화 : 02-747-6518 팩스 : 02-747-6519 이메일 : foresto123@hanmail.net

    Copyrights © 2020 www.foresto.org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