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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772) 피폭 1주기에...

황승현 | 2011.03.26 19:39 | 조회 3684
차가운 암흑의 깊은 바다속에서 주검을 맞이한 47인의 명복을 빌며...
지난해 자료를 다시올립니다...

천안함 인양을 보면서(정끝별 시인·명지대 교수 입력 : 2010.04.15 22:12)
등록일: 2010-04-18 14:07
조회수: 633

오늘, 묵언(默言)으로 명령에 답한 대한민국 수병들에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되었다

"772함 나오라, 부상하라… 전선의 초계는
전우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오늘 대답이 들려왔다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 이제 남은 명령은 그대들의 몫이다"

스무 낮과 스무 밤을 백령도 앞바다에 침몰해 있던 천안함의 함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오전 9시 10분쯤이었다. 세 개의 쇠줄에 묶여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를 겨냥해야 할지 모르는 듯 두 개 포신이 먼저 떠올랐다. 부서진 채 너덜거리는 함선의 내장이 그물에 덮여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나는 그 배가 가라앉았을 때 이미 눈을 감았던 것 같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인양 장면을 이미 그때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데, 괴롭게도 마음의 눈은 더 활짝 열린다. 그 눈에 눈물이, 전함의 격실을 가득 채웠을 물처럼 차오른다. 내 형제 같고, 내 자식 같고, 내 육신 같은 마흔여섯 젊은이의 얼굴들이 차오른다.

공중에 뜬 함미 어디에선가 당신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 폭발은 당신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던 어머니, 누이, 아내, 그리고 온 국민의 가슴을 함께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스무 낮 스무 밤을 차디찬 검은 바다가 물어뜯은 당신의 몸이, 빠지는 물과 함께 들린 함미에서 흘러내려 우리의 통곡하는 가슴으로 쌓였다.

서대호, 방일민, 이상준, 이상민, 안동엽, 임재엽, 신선준, 강현구, 서승원, 박정훈, 차균석, 박석원, 김종헌, 김선명, 김선호, 이용상, 민평기, 강준, 손수민, 조진영, 문영욱, 심영빈, 이상희…. 신음처럼 불러본다. 기적이 없었던 하늘을 향해 주검만이라도 온전하기를 기원하며 불러본다. 저 참담한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가슴에 새기며 당신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당신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무섭고 추웠지?", "응, 어두웠어."
"아버지를 볼 생각에 떨려.", "미안하다, 바보처럼 눈물이 나는구나."
"어젯밤에 네 면회 가는 꿈을 꿨는데….", "멋진 사진으로 걸어주세요."
"돌아올 거죠, 꼭!", "그래 당신이 기억하는 한…."

격실 안에 누워 있는 당신들과 지난 20일간 우리는 아마도 이런 대화를 나누었지 싶다. 실종된 마흔여섯. 그대들 해군 수병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는 밤 악몽이 밀려왔다. 바닥 모를 가라앉음 속에서 그대들은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어두웠을까. 끝 모를 기다림 속에서 그대들의 가족들은 또 얼마나 막막했을까, 얼마나 가슴 저렸을까.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분노했을까. 통곡의 바다에 내가 차라리 빠지고 싶었다. 온 국민이 빠지고 싶었다.

그대들 암흑에 묻힌 스무 날 전 그 밤 이후,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되었다. 한 의대 교수는 수병들의 생환을 염원하며 '772함 수병들은 즉시 귀환하라'고 타전했다.

"772함 나오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 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목이 메었다. 그대들은 왜 명령에 복종하지 않느냐고 얼차려라도 주고 싶었다.

비탄에 빠진 그런 밤들, 묵언(默言)의 응답을 타전받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수병(水兵)은 묵언(默言)으로 답한다'고 썼다. "마지막 귀대 명령을 듣기 전에/ 나의 임무는 끝났다/ 그저 조국의 부름을 받았고/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 가라앉는 함체를 잡은 손이 펴지지 않는다/(…)/ 살아남은 내 전우에게/ 이제 남은 명령은 그대들 몫이오/ 나의 빈자리에 이리 적어 주시오/ 최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군인(軍人)으로 살았다고…/ 그리고 이 모든 답은 묵언(默言)으로 답하리…"라고. 힘에 부쳐 마지막으로 들이쉬었을 들숨소리가 들렸다. 배가 떠오르는 아침, 그 묵언의 타전이 마침내 현실로 떠올랐다. 눈앞이 흐려졌다.

시퍼렇게 푸른 백령도 앞바다였다. 연한 꽃봉오리들이 몸살을 앓는 봄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함선의 몸뚱이가 두 동강 났다. 마흔여섯 명의 꽃다운 젊음이 실종됐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원사들이었다. 시퍼렇게 젊은 동생이자 형이자 오빠였고,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별을 보며 바다를 항진하던 대한민국의 해군들이었다.

나는 김종삼 시인이 보았던 1947년의 봄밤 황해도 해주의 바다가 떠올랐다.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김종삼, '민간인' 전문). 남과 북의 경계 용당포, 그 검은 바다를 건너 탈출하려 했던 한 가족이, 우는 아기를 천 길 수심(水深)에 수장시켜야 했던 이 땅의 비극이 떠올랐다.

엔진 터빈을 조종하던 억센 두 손이었고, 미사일을 운반하며 경련하던 근육이었고, 폭약을 점검하던 날카로운 눈매였던 이창기, 최한권, 남기훈, 김태석, 박경수, 문규석, 김경수 안경환, 최정환, 정종율, 조정규, 김동진, 박보람, 이용상, 이재민, 이상민, 정범구, 박정훈, 강태민, 조지훈, 나현민, 정태준, 장철희…! 탄식처럼 당신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본다. 그대들의 이름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서해 봄밤을 벌떡벌떡 살아 숨쉬는 저 별들의 이름으로, 미래의 바다에 심장처럼 피어나는 산호꽃의 이름으로, 불멸(不滅)하는 당신들을 보낸다. 천 길 칠흑의 봄 바다 속에서 해당화처럼 피어나, 만 길 머나먼 봄 바다로 산화(散花)한, 최후까지 지상(地上)의 자기 자리를 아름답게 지켜냈던 힘센 영혼들이여, 부디 영면하시라. 사월의 서해에서, 우럭이 한창이고 까나리가 몰려오고 있는 사월의 백령도 앞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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