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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이야기(storytelling/도법과 소연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황승현 | 2023.10.16 10:22 | 조회 748

episode


가을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인구 (1958~ )  

구름 몇 점
입에 문 채로
푸른 하늘 등에 업고
바람처럼 시들거나
구겨지지 않는
노래 부르며

숲의 문 차례로 열어젖히고
끝 보이지 않는 깊은 산 속으로
타박타박 걸어들어가
마음의 어둠
검은 밤처럼 던져 버리고

우수수
쏟아질 듯 열린
하늘벌 가득한 별들을
한 낫에 추수하여
아무도 갖지 못한
한 재산 일구어내는


10월의 어느날 오후
전원풍광

코스모스, 사루비아, 배, 사과, 대추, 밤, 도토리


할아버지와 손녀가
앞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와 선별하여


가지런히 모아서 말리고 있습니다


그즈음
텃밭의 배추 무우는 잘 커가고


어스름한 저녁나절
노오란 들녁이 붉은 노을을 예고합니다


이른 아침 산책길
들녁 저편으로 일손 실어나는 버스가 지나가고


텃밭의 고구마를 캐던 날

실한 고구마가 나오면 그렇게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나는군요


서울 매제 가족이 내려와 어머니 일손을 거들고 있습니다


그 고구마를 잘 씻어 가마솥 장작불에 푹~ 쪄서
평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먹었지요


어른들은 가을 전어를 숯불에 구어 소주를 곁들여 먹고
사는 것이 별거 있나요?
서로 살뜰한 정 나누며 살면 그만이지


봉학골 산림욕장 10월 하순

가을이 깊어가고 있군요
저 앞에 이른 아침 가을속으로 들어가는 객이 있습니다


봄보다 더 아름다운 계절

그러나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지요


연못속의 비단잉어들도
겨울을 나기위해 부지런히 살을 찌우게 하려 먹이를 줍니다
"얘들아~ 밥 먹자~" 그 소리를 듣고 몰려오지요

"얘들아~ 술 먹자~"해도 옵니다
소리의 진동을 감지하는 듯



storytelling


먼 옛날

두 나라 전쟁중에

한 소년 병사가 열심히 싸우다 포로로 잡히게 되었습니다.

소년 병사의 이름은 '도법', 병드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전장터에 나오게 되었지요.

포로로 이곳저곳으로 끌려다니다

규모가 남다른 대장간에서 부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대장간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투구 만드는 대장간으로

전쟁이 계속되니 더 많은 투구가 필요하여 포로들이 동원된 것이지요.  



몰골이 준수하고 총명한 도법은 대장간 우두머리 눈에 띄었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동한 우두머리는 중요한 기술까지 전수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우두머리의 예쁜 외동딸 '소연'과 혼인까지 하게 되었지요. 


몇해가 더 흘러

고향이 그리워지게 된 도법은 소연과 함께 멀고 험한 귀향의 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몇날 몇일을 산넘고 물건너 도착한 집은 아버지의 주검이후 더욱 초라한 모습이었는데

사실 도법의 집도 작은 대장간이었지요. 


도법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우리집은 대대로 대장간을 해오는 집안인데

조상님들 선대에는 훌륭한 칼 제작으로 많은 전쟁에서 이기는 덕택에 명예와 함께 영화를 누렸으나

적국의 새로운 완벽한 투구 때문에 지난 날의 칼이 부질없게 되어

과거 공덕은 어디가고 겨우 세끼 밥이나 먹고사는 형편이지만,

도법아! 저 이웃나라 투구가 명품이라는 소문인데 그 비법을 알게 되면

그 투구에 맞설 칼을 만들 수 있겠구나!'

도법이 어린 몸으로 전장터에 나오게 된 연유도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서였지요. 



한편

소연이는 도법이 자기 집에서의 투구 만드는 비법에 더하여

명품 칼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이었습니다.

'명품 투구, 명품 칼 다 좋지만 누구를 대적하는 투구며 칼이란 말인가?'

죽고 죽이는 전쟁이 더 무서워 지고 추악해질 것같은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요. 

그래서

소연은 대대로 전해내려온 도법의 명품 칼을 만드는 비책의 서책을 숨겨

먼 산 벼랑끝 동굴에 숨겨둘 결심을 하게 되었고

저녁나절

추적추적 가을 비가 내리던 날

소연은 굳은 결심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도법은 서책이 없어진 것을 알고

평소와 다르게 불같이 성을 내며 소연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찾아나섰지요.

그 벼랑끝에서 마주한 두 사람

도법은 서책 말고는 뵈는 것이 없었고

급기야 소연에게 칼을 겨누었고 놀란 소연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를 의심하는군요? 저는 옛날의 소연으로 변함이 없는데

당신은 칼 만드는 일에만 열심이니 누구를 죽이기 위함인가요?'

비를 흠뻑맞고 울부짖으며 하는 소연의 말은 도법의 마음을 찔러 왔지만

칼에 대한 집착은 놓을 수가 없었지요. 


사실

도법은 전쟁에서 누가 승리해도 상관이 없었고

내가 만든 칼이 적군의 투구를 뚫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나라로 부터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하고 그 덕택으로 부귀영화를 누렸으면 하는 바램뿐이었습니다. 



말실랑이가 길어지게 되니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입어 성정이 격앙된 분위기로

도법의 재촉에 경직된 소연이 뒷거름치다 빗물에 미끄러운 바위에서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지요.

벼랑 아래로 달려내려가 실신한 소연을 끌어 앉은 도법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내가 명예에 눈이 멀어 제 정신이 아니었나 보오! 여보 정신 차려요!"

부귀영화에 정신 팔려, 사랑하는 부인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허망함에

도법은 가지고 있던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지요. 

희미하게 제 정신을 차린 소연이 도법이 자결한 것을 알고

피눈물을 흘리며 도법을 따라 울부짖으며 자결을 하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 연인의 절절한 사랑과 충정을 기려

벼랑위 그곳에 묻어 주었는데

이듬해 늦은 가을 그곳에서 남보랏빛 꽃이 피어났고 꼭 투구를 닮았다 하여 투구꽃이라 부르게 되었지요. 



투구꽃은 특별한 모습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음지에서 특별한 빛깔로 사랑하는 두 연인의 넋을 지금도 기리고 있습니다. 




투구꽃

가을 숲속에서 꽃 모습이 신비한 보라빛이며 특이한 모양 

꽃의 모양이 마치 전쟁터에서 머리에 쓰는 투구와 같아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


투구꽃은 흔히 식물은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어 버림

투구꽃에는 큼직한 괴근(덩이뿌리)이 달리게 되는데, 

올해 뿌리는 한해를 충실히 제 몫을 해내고는 그대로 썩어 버리고 

이듬해에는 그 옆에 있던 뿌리에서 새싹이 나오게 되니 그 뿌리의 크기만큼 옆으로 이동하는 셈 


한자리에서 몇년씩 양분을 빨아들이는 것 보다는 옆의 토양이 더 기름질테니 

투구꽃으로써는 아주 현명하게 살아가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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