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귓밥 파주기...

황승현 | 2013.09.15 15:57 | 조회 2299

2007년 경남 진해로 여름휴가차 내려가며 들른 금강휴게소에서...
오른쪽부터 '88, '92, '96 올림픽 씨스터즈...




딸들이 품안에 있을 때...
주말 아침이면...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세 딸들 귓밥을 파주었지요...

아빠가 해주는...
유일한 애정 표현이며...
딸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취미였지요...
이제는...
서울 방송국에서 막내 작가로 있는 큰 딸...
일본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둘째 딸...
고등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막내 딸...
다들 커서 집 떠나 객지 생활하고 있고...
한창 공부하는 예민한 시기라...
요즈음은 한가로운 주말 아침이 무료합니다...

먼저 번...
계룡시 집에 내려갔을 때...
모처럼...
막내 딸 귓밥을 파주려고 했더니...
정색하며,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한참을 실랑이 후에...
귓밥 파드리는 영광을 얻었지요...

요즈음 한창 멋 내고 외모에 관심이 많을 때라...
그리고 성숙한 몸으로 아빠에게 무릎베게하고...
귓밥을 파게 하려니 쑥쓰러웠던 모양...
그래도...
아빠의 희망사항이라고...
아빠의 유일한 낙이라고...
사정하여 허락을 득했지요...

녀석...
손톱, 발톱에 또래들 그렇듯이 메뉴큐어를 발랐더군요...
머리카락도 윤기가 나고...
얼굴에 여드름도 보이고...
많이 컸구나싶더군요...
참으로 마음 여리고, 착한 딸입니다...
무릎 베게를 한 딸...
뽀송뽀송한 솜방망이에 로션을 발라서...
귓밥을 팠지요...
아무런 말없이...

멋쩍었던지...
살살 파라고 어리광을 부립니다...
눈물이 난다는 둥...
잠이 온다는 둥...
그렇게 귓밥을 다 파고 날 때면...
딸이 긴장하지요...
손에 남아있는 로션을 볼에다 문질러 주며 장난치는 것이...
아빠의 귓밥파기 마지막 회심의 순서...

귓밥을 다 팠다싶으니...
손으로 볼을 가리려합니다...
아직 덜 팠다고 하며...
손을 치울 순간...
여지없이 로션묻는 손바닥을 볼에다 문질러줬지요...
“꺄~악~”...
난리입니다...

그리고 반대쪽 귓밥파기...
여지없이 장난은 계속되고...
이어서...
손톱, 발톱을 깍아줬지요...
“손톱은 뾰족하게 깍는 것이 아니고 둥글게 깍아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이제는...
아빠의 취미생활이 셋 아닌, 하나로 짧게 끝이 납니다...
“나도 해줘요”...
아침 설걷이를 마친 각시가...
막내를 밀치며 무릎언저리에 머리를 눕히네요...
딸들하고는 다른 기분이지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주절거리며 귓밥을 파줄 밖에요...

아빠의 딸들과의 흐뭇한 취미...
귓밥 파주기...
이제 딱 1년 남았습니다...
다들 둥지를 떠나 바쁘게 살아가겠지요...
아빠, 엄마 잠시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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