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말씀 들어주기...

황승현 | 2013.08.23 10:18 | 조회 2075

1. 이른 아침...
전날 고랑내고 비닐씌운 텃밭에...
구멍내어 물주고, 배추모종을 심습니다...
물심부름은 제몫이고...

2. 닭똥거름넣어 독하니...
비온뒤에 모종하자시던 아버님...
아랫밭 잡풀만 뽑으니며...
못마땅해 하십니다...

3. 모종을 잘 사왔다고...
억세어 잘 자라겠다네요...
3개월 후면 커다란 배추로 자랄겁니다...

4. 모종 한판을 더 사다가...
끝물인 왼쪽 토마토, 오이 고랑에...
사이 사이 심으셨다네요...

5. 아침식전...
한시간 동안 일하고 내려가는 길...
노란 꾀꼬리가 울어댑니다...

6. 아랫마당 한구석...
커다란 맷돌 호박 다섯개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매일 돌보시는 보물이지요...
햇빛 잘 쏘이라고 이렇게도 돌려놓고, 저렇게도 돌려놓고...

7. 아직 가을이 멀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반갑습니다...




가끔 출타했다 몇일만에 돌아오면...
저녁식탁에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어머니...

“셋째 외삼촌 내외가 외할아버지 산소에 성묘 다녀가며 집에 들렸는데, 더운데 밥못챙겨줬다. 70넘은 노인네가 이 더운데
동생내외 밥해줄 수 있냐? 그래서 토마토 대접만 했지, 잘익은 포도를 한상자 사왔더구나.
맛있으니 식사하고 먹어봐라”...
“.....”...

“조카들이 토마토 맛있다고 야단이더라. 올해 토마토 농사를 잘 지어, 재미 보았네, 신통방통하지.
닭똥 거름을 듬쁙했기를 잘했지~ 농사꾼 작은당숙이 토마토 농사기술 배우러 오겠다고 너스레 떨더구나”...
“.....”...

“엊그제 내생일 때, 새롬 엄마(저의 여동생) 전화왔길래, 내려올 필요없고 현금으로 붙여라 했더니
돈을 붙였더구나. 그래도 그렇지 망할년, 잠깐이라도 다녀가면 여간 좋아, 이것저것 먹거리도 챙겨가고,
김서방은 내려오고싶은데,
그년이 말리는 모양이야~“...
“.....”...

“생일 당일날은 서영이 아빠(저의 남동생)가 내려와서 아버지와 함께 충주 수완보로 바람쐬고,
뭘 먹겠냐길래, 떡갈비 사달래서 잘 먹고 왔다.”...
“.....”...

“내일 아침일찍 배추모종 심을테니, 물이라도 떠 날나라, 어제 저녁 무고랑 만든다고 아버지랑 생고생했다.
옥수수 수확하고 난 밭에 잡풀이 우거지고 날이 가물어 딱딱하니 풀 뽑기도 어렵고, 퇴비섞어 둔턱을 새로 하려니 덥기는 하고...
니 아버지 얼마나 궁시렁 대던지, 뭐 잘났다고 고생하며 김장꺼리 해마다 해주냐며... 내가 참고 산다~”...
“.....”...

“삼겹살은 국산이나 외국거나 맛에 차이가 없더라, 니 아버지 요즘 밥도 잘 안드시고 더위 먹은 듯하여
몇근 사왔는데, 맛이 괜찮지? 열무김치 맛있게 익었다. 간이 짜지 않으냐? 이 가지나물도 먹어보고...”...
“.....”...


다음날 이른 아침...
산자락 전원주택에도 열대야가 있더군요...
잠을 설쳐 더 자고 싶은데, 부산한 소리에 깨어 일어났지요...
“아랫마당 수돗가에 물통, 조루에 물담아서 올라와라”...

전날 검은비닐을 씌워 놓은 고랑 세 개...
어머니는 굵은 말뚝으로 나란히 간격을 맞춰가며 구멍을 내고 계십니다...
“바가지로 물을 떠다, 구멍에 흠뻑 주어라, 날이 가물어서~”...

구멍을 다 내신 어머니는 배추 모종을 판에서 꺼내어 물넣은 구멍에 넣고 주변 흙과 함께 꾹누르며 심어나가시네요...
집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아버님이 나오십니다...
내일 모레 비오면 심자고 하시던 아버님...
약통에 물을 받아 짊어지고 올라오셔서 궁시렁 궁시렁대십니다...
“듣기 싫어요, 알아서 할테니, 내려가요, 내려가!”...

그렇게...
아버님은 아랫밭 파밭주변 잡풀을 뽑으십니다...
두분 다투는 것, 하루이틀일도 아니고,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는데, 지나고 보니, 어머니 말씀이 항상 옳터군요...
몇차례 어머니 편을 들었다가, 요즈음 아버님과 제가 냉전중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두분 사이에 끼어들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네요...

모자라는 물도 다시 떠오고...
흙묻은 배추모종에 조루로 물을 주며 흙을 씻어내며...
120여포기 배추 모종을 근 한시간만에 다 심었지요...
이른 아침, 노란 꾀꼬리 소리들으며...

후딱 뒤처리하고 내려오셔서 아침준비하시는 어머니...
아침 7시입니다...
배추모종이 모자라 장에 가서 한판 더 사오시겠다고...
석달 후면 실한 무, 배추로 아삭아삭 맛있는 김장할 수 있겠다시며...
아침식사를 하십니다...
밥맛이 꿀맛이네요...

“얘야~ 늦겠다, 출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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