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배우는 소머리국밥의 지혜...

황승현 | 2013.06.04 15:23 | 조회 2407

모처럼 시골집에서 휴일을 보내는데, 서울에서 매제가 막내딸과 함께 내려왔습니다...
전날의 여유로움과 달리, 다음날 아침은 이것저것 챙겨주신다고 분주하시네요...
상추, 파, 오이핑클 담근 것 등...
어머니와 살가운 매제가 상추를 뜯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모습이 아침 햇살에 보기좋았습니다...

면소재지로 차를 몰고 나가서, 돈을 찾아와 대학교 입시 치른다고 고생한 조카 용돈을 주었지요...
“그래 잘 했다, 외삼촌이 어른 노릇 제대로 하는구나. 오늘 점심은 장호원 소머리국밥, 내가 사마.”...
그래서, 안가신다는 아버님 점심을 챙겨드리고, 장호원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4, 9일 장이 서는 날도 아닌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국밥집이 만원입니다...
그래서 잠시 장호원 구경을 나섰지요... 기다리는 김에...

어머니는 마냥 좋으신 모양입니다...
아들과 사위와 손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이...
양산을 받쳐든 모습, 옛모습같지만, 지난번 8개월여 병치레하신다고 얼굴도 붓고 다리 관절은 휘어져 걷는 모습이 위태위태 하시네요...
약국에 들러 염색약도 사시고, 농협에서 돈도 찾으시고...
그리하여 국밥집에서 소머리국밥을 먹게되었습니다...
“우리 아들, 사위, 내가 오늘 사기로 했거든, 잘 해줘요!”...
자그마한 국밥집, 기운이 없으시고 힘드실 때면 소머리국밥을 드시러 오십니다...
큰외삼촌과도 오시고...
마을 분들에게 보시하시는 마음으로도 함께 오신답니다...

지난해 상처하신 큰외삼촌께서 여자친구분이 생기셨다네요...
큰외숙모와는 다르게 억세서 일도 잘하시고 붙임성도 있다고 들으셨답니다...
“말도 마라, 고맙지 않니? 그 양반없었으면 혼자된 오빠 외면할 수 있냐? 반찬도 챙겨줘야 하고, 간혹 들려도 봐야하는데... 내몸도 아픈데, 고맙지 고마워~... 그래서 두양반에게 소머리국밥을 사려고 한다. 인사도 할겸해서...”...
사람사는 것이 다 그런 거라시며 말씀하시는데 국밥이 나옵니다...

펄펄끓는 뚝배기...
벌건 다대기를 넣고, 청양고추 썰은 것을 듬뿍 넣습니다...
그리고 휘휘저어서 국물맛을 보네요...
얼큰하고 맛납니다...
거기에 밥을 말아서 묵은 김치와 함께 먹습니다...
땀이 비오듯하네요...
입도 얼얼하고...

대학생 조카도 잘도 먹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맛나게 먹는 모습만 보아도 흐뭇한 마음이 드시는 모양으로
계산대에 가셔서 계산을 하십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달려 집에 왔지요...

낮잠들을 자고 일어나, 주섬주섬 서울 올라갈 준비를 합니다...
보낼 때는 항상 아쉽지요...
사실 아버님도 편찮으시고 어머니도 몸 불편하셔서 제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려오라는 얘기보다는 부모님들 형편이 이러이러하다고...
마음 착한 매제가 먼거리 어려운 발걸음 했던거지요...
직장 생활도 녹녹치 않고...
정년되기전에 애들 대학마치면 낙향하려는 듯 하네요...

휑하니 올라가면...
더욱 한가진 일요일 오후가 됩니다...
수탉 우는 소리만이 골자기에 메아리치네요...


다음날 아침 6시도 안됐는데, 기계소음에 잠을 깼습니다...
어머니께서 문을 여시며 “아버지 몸도 편찮은데 제초작업하시는 모양이다, 어서 나가서 거들어라.”...
지난번 많은 비로 풀들이 엄청나게 컸지요...
예초기를 둘러메고 아랫마당 뚝, 밭뚝할 것없이, 힘닫는데로 열심히 진하게 땀흘리며 풀베고 있는데, 지켜보시는 아버님의 표정이 영~ 못마땅한 표정이시네요...
아마튜어 풀베는 솜씨야 그렇고 그렇지요...
불편한 눈길을 외면하고 열심히 할밖에요...

그렇게 3시간여 풀을 베고 나니...
어깨도 아프고 왼쪽 팔은 경련이 와서, 덜덜 떨립니다...
아버님 샤워후 몸을 씻는데, 왼쪽팔이 올라가지를 않네요...
힘겹게 씻고나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몸은 고되도, 마음은 홀가분했습니다...
오후 내내 비몽사몽, 대망(大望) 11권을 읽다 자다했지요...
수탉 우는 소리, 참새 지저기는 소리, 뻐꾸기 우는 소리, 비둘기 우는 소리 그 많은 소리들어가며...
더운 초여름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감자꽃은 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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