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꿈속에...

황승현 | 2013.06.06 11:05 | 조회 2625


1. 어머니 꿈속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나타나셨다고...
신경써하시다가...

2. 고기 좋아하시는 외할아버지...
소주 좋아하시는 외할머니...
간단하게 성의있게 준비하셨지요...

3. 저녁나절이라...
부랴부랴 절하고 제물을 물려내려오시며...
"외할머니가 그러시겠다 '빌어먹덜년, 괴기좀 먹으려니까 날름 가져가네'라고"...
그래서 오는 차안에서 함께 웃었습니다...





어머니의 밥그릇이 아버님과 한 쌍인 예쁜 사발이었는데...
3년전 제가 합류함으로 해서 어머니는 평범한 양은 그릇으로 바뀌었지요...
큰오빠 포함, 9남매 건사하시랴, 까칠한 남편, 아들 비위맞추랴,
아프고 노쇠해지시는 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최근 꿈속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보이셔서, 신경을 많이 쓰시던 차에 가까이 있는 묘소를 찾아뵈야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기를 좋아하시던 외할아버지를 생각하셔서 소고기 산적거리를 몇일전부터 농협마트에서 찾으셨는데, 요즘 산적거리 찾는 분들이 없으신지, 어제 버스를 서너번 갈아타시고 장호원에 가셔서 산적거리며, 참외, 요쿠르트, 음료수, 소주를 사오셨다네요...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시던 소주...
집에도 소주가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네요...

그 옛날, 서울 사실 때...
외가댁 가까이에 세를 살던 어느날 휴일...
늦잠을 자고있는데 외할머니께서 미역과 닭을 사오셔서 문을 두드리시더라는군요...
“오늘 사위 생일인데, 너는 생일상도 안차리고 뭐하냐?”고...

사위가 넷 있어도 큰사위를 많이 챙기시고...
약주를 좋아하셔서, 큰사위 퇴근할 때쯤이면 안주거리에 소주를 사들고 오시곤 하셨다지요...

어제 퇴근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큰애야~ 소고기 산적해놨다, 저녁먹고 외할아버지 산소에 가보자~”...
저녁을 먹고, 세면을 하고, 조용히 어머니와 나섰지요...
아버님께는 큰외삼촌댁에 간다고 하시고...
차량으로 5분거리...
작년에 혼자되신 큰외삼촌이 선산을 지키시며 홀로 살고 계시지요...
최근 여자 친구분을 사귀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화드리고 가야되는 것 아닌가요?”...
“내가 내 아버지 묘소 찾아가는데 무슨 전화냐? 집에 계실라고?...”...

그런데 외삼촌 차량이 보이네요...
창문을 두드려 큰외삼촌께 인사를 여쭙습니다...
여자친구분이 계신지, 겸연쩍어 하시며 나오시는군요...
어머니 말씀에 노인양반 적적하게 혼자 계신데, 밥도 지어주시고, 반찬도 해오고, 말동무도 되어드리니, 그보다 좋을 수가 없다네요...
혼자 계시면 동생으로서 신경쓸 일이 많은데...
상견례보다는 더 어둡기전에 산소찾아뵙는 것이 중요하여, 돗자리를 빌려서 지척인 묘소를 찾았습니다...

최근 비에...
풀이 자라, 산소를 가리고 있더군요...
노란 금계국이 만발하고...
준비한 산적, 포, 과일, 음료를 제단에 차리고 소주를 종이컵 두잔에 가득부어놓고, 어머니와 절을 하였습니다...
삶이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묘소 아래가 제가 태어난 곳인데, 지금은 다른 분이 살고 계시고, 산소 바로밑이 밭이었는데 지금은 논으로 변했더군요...
커다란 대추나무, 밤나무도 없어지고...
고요했던 산자락과 골짜기가 축사며 비닐하우스로 가득찼네요...

어둑어둑하여 모기들이 달려들까봐 부랴부랴 제물을 추슬러서 나왔지요...
산적 세 개중 두개는 큰외삼촌께 드리고...
들어와서 인사하고 과일먹고 가라는 것을 극구 사양하시고, 다음에 보자며 차를 달려 집으로 왔습니다...

“아들 넷 있으면 뭐하냐?, 생전에 그렇게 고생고생하시며 남부럽지 않게 가르치고 결혼시켜 분가시키고 재산 물려줬는데, 기일에 명절에 밥한끼를 제대로 얻어드시냐? 불쌍들 하시지, 불쌍하셔~...그런데, 제물을 너무 일찍 물린 것 아니냐?, 외할머니가 그러시겠다, ‘빌어먹을 년, 괴기좀 먹으려니까 날름 가져가네’라고”...
그래서 차안에서 어머니와 모처럼 웃었네요...

집에 와서 나머지 산적을 놓고 아버님과 식탁에 앉으셔서 후담을 얘기하시며, 제물 일찍 물린 얘기를 하며 또 한번 웃었지요...
편찮으신 아버님 웃으시는 모습 오랜만에 뵙는군요...
목감기를 오래 앓으셔서 목소리가 안나오시니, 산적안주에 저혼자 소주를 두잔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계곡을 타고 올라옵니다...
텃밭 상추를 뜯는데, 개구리 소리며, 뻐꾸기 소리가 더욱 구성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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