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고집센 부모님과 까칠한 아들)...

황승현 | 2013.04.23 11:06 | 조회 2722

1. 집옆 인삼밭...
지난해 겨울, 많은 눈으로 삼막이 무너져...
3년된 인삼밭을 포기하고 새로 이식한다기에...
날이면 날마다...
부모님께서 삽들고 가셔서 캐오시는 인삼...
30여분만에 한바가지...

퇴근길에 꿀을 사오라시네요...
썰어서 인삼재워주신다고...
밤꿀말고...

2. 그 눈에 무너진 평사대 천막을 걷어내고...
황토방과 마루를 드리실려고...
큰 공사를 하시는데...
자금이 딸려서, 천천히 하신답니다...
힘도 드시고...


3. 집왼쪽이 삼막을 걷어낸 인삼밭...
앞쪽의 검은 비닐을 씌운 것은...
아버님 동창 아들이며 옆동네 이장인 제 동갑내기 상돈이가...
계약 재배 1만5천평 감자를 심은 밭중 일부...
5월에 감자꽃 실컷 보겠습니다...

한달전...
새벽3시에...
트렉터 몰고와서 미리 갈아놓은 밭에 소똥을 뿌리고 갔지요...
나름, 냄새날꺼라고 생각해서 한것인데...
밤새, 개짓는 소리에 잠을 설쳤지요...

아침에...
어머니께서...
"상돈이 부지런도 하지, 꼭두새벽에 소똥부리고 갔다,
겨우내 트렉터로 눈치워준다고 고생했는데, 감자농사 잘되어야될텐데..."...

4. 어머니의 정원...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이지요...
둥굴레, 금낭화도 곧 꽃망울을 터트리겠네요...
앞산자락까지 가셔서...
진달래 군락지 주변을 다듬고 오십니다...
거실에서 잘 보이라고...

5. 13년된 냉장고...
버티다 버티다...
고치는 비용, 또 고쳤는데 고장나면 어떻하나싶어...
큰 맘먹고 새것으로 장만하셨지요...
외상으로...

젊은 기사 두사람...
힘도 좋고...
일머리를 알아서 시원스럽게 잘도 하니...
어머니 칭찬이 대단하시네요...
"젊은 분들, 힘든일 친절히 잘도 하네,
복받겠어요"...
그리고 커피며 음료수를 내오십니다...






늙어가시면서...
느는 것은 고집과 주름살이라는데...
제 부모님들도 고집이 여간 아니시지요...

가족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경우있고 친절하게 잘하시면서...
유독 가족들에게는 왠 고집이 그리 세고 막대하시는지...

아버님께서는...
지난번 집곁에 명품 소나무 가지를 톱으로 잘라내셔서...
어머니와 한바탕 말싸움 하셨지요...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심심하시다고, 멀쩡한 소나무 큰가지를 베어내셔서...
세차를 하고 있던 저도 언성을 높이며 어머니 역성을 들었더니...
그 이후부터...
저와 말씀을 안하십니다...
아침식사도...
제가 산책갔다오기전에 먼저 하시고...

그런 가운데...
지난해 겨울눈에 무너진 평상대 천막대신...
황토방과 마루를 들이신다고 큰 공사를 시작하셨지요...
틈틈이 도와드린다고 도와드렸는데...
퇴근하면, 늘 인상을 쓰시고...
방문도 세게 닫으시며...
불만을 그렇게 표하시더군요...

"니 아버지 골났다, 힘은 들지, 돈은 한정없이 들어가지...
누가 큰 공사하라고 했냐?, 늙으면 눈이며 손이 순해져야지, 기운이 광풍을 한다...
목감기를 겨우내 앓아서 목소리도 안나오면서, 하루 종일 밖에서 산다, 살어"...

저때문에 어머니께서 때아닌 시집살이를 한답니다...
아버님께...
출근전에도 일좀 거들고...
퇴근해서도 일좀하라고 당부하시네요...


한편...
제 어머니께서는...
옆집 이사올 사람들이 풀어놓은 시베리안허스키 개가 달려드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셔서...
겨우내 치료받으신다고 고생하시고...
양약 과다 복용으로 피부질환이 오셔서 눈길에 치료받으려 버스타러 가시다, 미끄러져...
왼손목이 부러지셨지요...
아버님께서 승용차로 장호원에 같이 다니셨으면 그런일이 없었을텐데...
아버님 인상쓰시는 것, 푸념하시는 것, 듣기싫다고 걸어가시다 그러셨지요...

허리도...
팔도...
다 나아가는데...
피부질환은 여전하여...
밤새 잠을 못주무시네요...
지금은 등에 부항을 떠서 나쁜 피를 뽑아내신다는데...
얼마나 부항을 세게 떧는지 손톱만하게 물집이 생기고 짙물르셨더군요...

어느날...
등짝을 보여주시며...
물집을 따달라시기에 보았지요...
어머니 등을 처음 보았네요...

그래서, 다음날...
바르는 알로에를 갔다드렸는데...
효염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내가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힘들어 죽겠다, 죽겠어...
어이구, 어이구..."...
눈물나오지 않는 곡을 하십니다...

부모님들의 이런 모습...
사람살아가는 모습이겠지요...

동생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집주변 공사 사진과 함께...
착한 동생들...
보신할것들 사들고 다녀갔지요...
뭐하러 연락했냐시면서도...
싫지않으신 눈치십니다...

오늘, 출근전에...
아버님께서...
"25일, 어재연장군 춘제인데, 축문하고 분방기 좀 써놓아라,
나는 오늘, 종친회장단과 남원에 내려갔다녀오마"...

붓글씨 쓰는것을 유심히 보시고...
이제 실전에 써먹어도 되겠다싶으신 모양입니다...
아이고 잘됐다, 호랑이 안계시면...
집안이 조용한데 싶더군요...

오후 진달래 만개한 봉학골 산행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네요...
"퇴근할 때, 꿀좀사와라"...
목소리도 밝으십니다...
오늘 하루 시집살이 않하셔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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